[미디어와이 정치분석 칼럼]
오산시의회 성길용 의장, '언론탄압' 논란 조례 '직권' 공포.. 민주당이 추진
현대 대한민국 지방의회에서 벌어진 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중대한 '후퇴'
광화문서 언론탄압 외치던 민주당 5선 안민석 의원이 오산시당 지역위원장

오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성길용 의장(사진)이 언론탄압 논란이 일고 있는 '오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용 조례안'을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사진=오산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오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성길용 의장(사진)이 언론탄압 논란이 일고 있는 '오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용 조례안'을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사진=오산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오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성길용 의장이 언론탄압 논란이 일고 있는 ‘오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용 조례안’을 이달 12일 의장 직권으로 조례 공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참조>

시의회 전도현 의원(민주당)이 대표로 발의해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 조례안은 지난 10월 30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규제·간섭하는 내용이라는 논란이 컸고, 또한, 시 집행부의 예산집행권을 위법하게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오산시(시장 이권재)가 지난달 15일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안건이다. 

시의회 전체 7석 중 5석을 차지하고 있는 오산시의회 민주당은 시장의 재의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의회는 이달 4일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이 조례안을 다시 승인 의결했다.

재의 안건은 재적의원 과반 이상 출석 2/3 이상 찬성으로 승인재의결 할 수 있는데, 시의회는 이날 전체 7명 의원 가운데 찬성 5명, 반대 2명으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됐지만, 투표결과는 조례안에 찬성하는 민주당과 조례안을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 의석 수 대로 정확하게 갈렸다. 

시의회의 재승인의결 안건에 대해 시장이 5일 이내 조례를 공포하지 않으면, 시의회 의장이 직권으로 조례 공포를 할 수 있는데, 성 의장이 이달 12일자로 조례를 직권 공포한 것이다.

◇ 언론중재 청구하면 기자출입 취소 가능하도록 자치법규 제정 추진.. 권력 비판 견제 언론사·기자 퇴출 위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중대한 후퇴

안민석 의원의 11월 의정보고서 화면 캡처. 광화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을 주장하며 규탄 시위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안민석 의원이 당지역위원장으로 있는 오산시에서는 민주당이 오히려 언론규제 조례 제정에 나서며, 표리부동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안민석 의원의 11월 의정보고서 화면 캡처. 광화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을 주장하며 규탄 시위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안민석 의원이 당지역위원장으로 있는 오산시에서는 민주당이 오히려 언론규제 조례 제정에 나서며, 표리부동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조례안 공포는 오산시의회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으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민주주의 공화국인 현대 대한민국 지방의회에서 만들어진 자치법규라고 보기에는 믿기 힘들만큼 언론의 자유를 강력하게 규제·간섭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례안은 오산시에 출입하는 언론사가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정정보도를 낼 경우, 해당 언론사의 기자출입을 취소하고 행정광고 집행을 금지하도록 강제 규정했다.

특히, 누군가 언론중재위에 반론이나 정정보도 등 중재 청구만 할 경우에도, 기사 내용의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지자체가 해당 언론사의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 조례안 제6조는 ‘오산시 및 오산시민과 관련된 사실왜곡, 허위, 과장, 편파보도 등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확정된 사안이 있는 경우와 조정성립 또는 직권조정을 통해 정정보도를 한 경우, 또는 손해배상 등의 결정이나 이와 관련해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시장은 1년간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하고 행정광고 등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제 규정했다.

또한, ‘시장은 언론사 또는 출입기자가 오산시 및 오산시민과 관련된 사실왜곡, 허위, 과장, 편파보도 등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안이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출입기자 등록취소, 행정광고 등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상위법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언론중재 제도를 악용, 동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언론중재법은 언론보도에 따른 피해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언론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언론의 자유 또한 침해 받지 않도록 그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제1조(목적)는 ‘언론사 등의 언론보도 또는 그 매개(媒介)로 인해 침해되는 명예 또는 권리나 그 밖의 법익(法益)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구제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공적(公的) 책임을 조화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제3조(언론의 자유와 독립)는 ‘⓵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⓶누구든지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 ⓷언론은 정보원(情報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그 취재한 정보를 자유로이 공표할 자유를 갖는다 ⓸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제한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이 조례안은 또한 방송사나 통신사, 지방일간지, 주간신문, 인터넷신문 등 언론사의 사무실 주소지에 따라 오산시 출입기자 등록과 행정광고 집행을 제한·간섭하는 등의 규정 등도 포함됐다.

◇ 윤석열 정부 언론탄압 외치던 민주당 5선 안민석 의원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벌인 일.. 국힘 시장이 맞서는 아이러니

중소기업 지원 시책 설명회에서 이권재 오산시장.
이권재 오산시장. 언론탄압 이슈에 관해서는 중앙정치권과 오산시의 모습이 다르다. 국민의힘 소속 이 시장은 논란의 조례안에 대해 재의요구에 이어 대법원에 조례무효 소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 조례안은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민주당의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도 기록될 수 있겠다.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부의 언론탄압을 주장하며 ‘방송3법’ 제정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을 추진하던 가운데, 민주당 5선 안민석 의원이 당 지역위원장으로 있는 경기 오산시에서는 민주당이 오히려 ‘언론규제’ 조례 제정에 나선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규탄’ ‘언론탄압 기술자 이동관 OUT’ 푯말을 들고 민주당 국회의원 1인 릴레이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랬던 안민석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제정 공포한 이 초강경 언론규제 조례에 대해서는 그가 어떤 입장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성 의장이 공포한 이 조례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하지만 이 조례안이 민주당의 목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산시(시장 이권재)는 내년 이 조례안이 시행되기 전, 대법원에 조례 집행정지와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내주 초 결정할 예정이다. 시에 따르면 소제기 기한은 이달 26일까지다. 

중앙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정부를 향해 언론탄압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민주당 5선 의원이 당지역위원장으로 있는 오산시에서는 민주당의 언론규제에 맞서 국민의힘 시장이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 대치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한편, 오산시의회 전체 7석 중 5석을 차지하고 있는 다수야당 민주당이 왜 이러한 조례안을 들고 나왔는지는 앞선 상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오산시의회 민주당은 지난해 출범 이후 ‘부정청탁’, ‘선거법 위반’, ‘의정 파업’, ‘외유성 해외출장’, ‘자녀 청첩장 배포’ 등 논란을 일으키며 특히 인터넷언론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아왔다.<자세한 내용은 관련기사 참조>

이에 여권성향 지역정가와, 일부 언론은 시의회 민주당이 지난 언론보도에 대한 ‘보복’, 혹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언론 비판에 대한 ‘방탄’ 목적의 조례 제정에 나섰다는 의혹이다.

반면,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시의회 전도현 의원은 “오산시 언론관련 예산을 운용함에 있어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설정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언론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조례제안 이유를 밝혔으며, 본회의 5분 발언에서는 “지역언론을 보호하고 육성하며, 지원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고자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의원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 조례안의 어떤 조항에 ‘지역언론’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내용이 있는가. 이 조례안은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지역언론과 기자를 너무도 간단하게 퇴출시킬 수 있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