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이 정치분석 데스크 칼럼

부정청탁과, 의회 권력의 남용, 직무의 유기가 연루된 사건인 만큼,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오산시의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칼럼 관련기사 참조>

오산시의회(의장 성길용)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임시회에 이어, 이달 초 열린 임시회도 도중에 중단해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실로 충격적입니다.

저는 이 사건을 오산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마치 시정잡배처럼, 아니면 조직폭력배처럼, 시정을 인질로 사로잡고, 부당한 요구를 하며 시민과 지자체를 협박한 사건으로 정의합니다.

오산시의회 성길용 의장. 시의회 다수당 민주당 소속 성 의장은 지난달, 권병규 체육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임시회를 중단시켰다. 이후 지금까지 추경예산안 등 민생안건들이 의회에 발이 묶였다. 사진=오산시의회 성 의장 블로그.
오산시의회 성길용 의장. 시의회 다수당 민주당 소속 성 의장은 지난달, 권병규 체육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임시회를 중단시켰다. 이후 지금까지 추경예산안 등 민생안건들이 의회에 발이 묶였다. 사진=오산시의회 성 의장 블로그.

민주당이 임시회를 열지 않겠다고 버티는 이유는 오산시체육회(회장 권병규)와의 갈등 때문입니다.

최초의 갈등은 시의회 민주당의 ‘부정청탁’ 때문에 불거졌습니다.

올해 3월 성길용 의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체육회 예산을 심의하는 와중에 권병규 체육회장에게 A과장의 인사구명을 청탁했다가 거절을 당합니다. 청탁이 통하지 않자 민주당은 그 보복성격으로 체육회 예산을 모조리 삭감해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A과장은 다름 아닌 민주당 오산시지역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송영만 전 경기도의원의 조카입니다. 시의회 민주당이 A과장 일에 왜 그토록 무리수를 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권 회장은 당연히 반발합니다. 안 의원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정청탁 내용까지 소상히 폭로합니다.

시의회 민주당은 망신을 당했고, 이후 체육회 예산이 거의 대부분 다시 살아나기는 했지만, 시의회 민주당과 체육회는 여전히 갈등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오산시의회가 또 다시 체육회 워크숍예산 1100만 원을 삭감하자, 시의회와 체육회, 특히 시의회 민주당과 체육회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습니다. 

권 회장이 시민의날 체육대회에서 시의회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시의회 역시 성명을 내고 권 회장이 시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합니다. 이때까지는 시의회 여야 7명 의원이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다시, 권 회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 이후 다른 단체는 예산을 지원받아 워크숍을 다녀왔는데, 유독 체육회만 전액 삭감하는게 어떤 의도냐”고 비판합니다. 

직접적인 표현은 안 했지만, 지난 3월 부정청탁 사건의 감정이 남아 체육회 워크숍 예산만 차별한 것이 아니냐고 정곡을 찌릅니다.  

이 날은 시의회 제278회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 날 이었는데, 권 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성 의장(민주당)은 본회의 개회 직후, 권 회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정회를 선언해 버립니다. 

"오산시 민주당의 추악한 예산거래 요구, 용납하지 않을 것".. 오산시체육회와 가맹단체가 지난 3월 24일 안민석 의원의 사무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산시 민주당의 추악한 예산거래 요구, 용납하지 않을 것".. 오산시체육회와 가맹단체가 지난 3월 24일 안민석 의원의 사무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당시, 시의회 민주당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임시회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권재 오산시장을 향해서도 자신들의 요구사항에 협조하라고 압박했습니다.

결국, 이때부터 오산시 추경예산안 등 38개 안건이 아직까지 의회에 발이 묶여 처리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대립과 갈등은 오산시의회 뿐만 아니라, 어느 의회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시의회 다수당 의원들이 추경예산 등 민생현안을 볼모로 잡고, 민선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본회의를 무산시켜 버린 행태는, 아마도 의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것입니다.

시의원들의 권한남용(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민간인과 지자체를 향한 협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오산시체육회도 일처리를 잘 못했습니다. 부정청탁을 받은 당사자도 신고 의무가 있습니다. 

민주당이 예산심의권을 흥정의 도구 삼아 권 회장에게 A과장의 부정 인사청탁을 했을 당시, 권 회장이 기자회견 대신 경찰에 바로 신고를 했더라면, 시의회 민주당의 방종과 오만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불행한 것은 오산시민입니다. 오산시의회 의원 총 수는 민주당 5명, 국민의힘 2명입니다. 

시의회 다수당이 마치 서너 살 어린아이처럼 억지를 부리며 떼를 쓰는 모습이지만, 그 어린이들이 마치 절대반지를 가진 것처럼 막강한 의회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마치, 철없는 어린애가 큰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지만, 옆에 가면 다칠까봐, 그 심기를 또 건드릴까봐, 말리지도 못하는 형국이죠.

그 사이, 오산시 시정은 멈췄습니다.

오산시는 민생예산을 담은 추경예산 처리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가까운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도시공사 설립안 등 현안 안건의 의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겼으니, 피해를 보는 것은 죄 없는 시민입니다. 

오산시의회의 의회 민주주의는 거론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실종됐습니다. 같은 행태의 반복입니다.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더 문제입니다.

결국, 다시 ‘시민’입니다. 정치인들에겐 유권자만큼 무서운 존재가 없습니다.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감시만이 저들을 다시 일할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