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이 정치분석 칼럼

상대당 예비후보의 선거슬로건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민석 의원.
경기 오산시의 유일한 국회의원이자 5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국회의원. 

의문은 이거다. 

왜, 오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안민석 국회의원의 증인채택은 거부했으면서, 감사원 감사 청구는 승인 했을까. 

우선, 이 사실을 염두에 두자. 원래 정치가 복잡한 만큼, 우여곡절을 풀어쓰려니 긴 글이 될 것 같다.

◇ 오산지역 정가에 다시 등장한 ‘안민석 키즈’ 

경기 오산시 지역정가에 ‘안민석 키즈’라는 단어가 재등장 했다.

원래는 ‘안민석 사단’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뭐, 같은 뜻으로 통한다. 

오산시 서울대병원부지 100억 원 혈세 낭비 논란이 일면서 다시 불거진 단어다.<관련기사>

11일 오산시청 앞에서 관련 시위를 했던 시민단체는 ‘안민석 키즈’를 직접 언급하며 그들에 대한 비판을 다시 꺼내 들었다.  

‘안민석 키즈’는 오산지역 5선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쳐 있는 지역의 민주당 지방의원(시도의원)을 일컫는 말이다. 물론 안 의원과 이해관계를 함께 한다. 

그다지 명예로운 수식어는 아니다. ‘안민석 키즈’에 대한 자세한 배경이나 의미, 설명은 이 칼럼의 관련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관련기사 4꼭지>

각설하고, 이번에 다시 등장한 ‘안민석 키즈’는 현재 오산시의회 다수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비판이다. 굳이 따지자면 이들은 ‘안민석 키즈’ 3세대 쯤 된다.

오산시는 현재 서울대병원부지 환매권 소송으로 100억 원 가량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관련기사>

이에 오산시의회는 내삼미동 서울대병원부지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 최근 자체 조사를 마치고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의결했다.<관련기사>

감사원 조사는 시의회 조사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보다 제대로 조사를 하고, 제대로 된 감사결과 보고서를 낸다. 

감사원이 조사에 나선다면, 서울대병원 설립을 추진하다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100억 원 가량의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게 된 오산시 행정의 부정, 또는 부실이 드러날 것이다. 

특히, 전체 7석 가운데 5석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감사원 감사 청구에 동의한 것은 어찌 보면 의외였다.   

이 사업이 지난 민선 5,6,7기 민주당 오산시정부 시절 본격 추진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컸을 텐데도 말이다. 

"안민석 키즈 물러나라" 11일 오산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오산시행정개혁시민연대 회원.
"안민석 키즈 물러나라" 11일 오산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오산시행정개혁시민연대 회원.

◇ 안민석 증인채택 거부하면서 감사원 청구는 왜?

여기까지만 본다면, 시민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게 된 이 사건을 보다 제대로 파헤쳐,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는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겉과 속이 다른 게 정치. 마냥 그렇게만 믿기에는 모순되는 정황이 보인다. 영 석연치 않다. 뒤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시의회 특위 조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당 안민석 국회의원의 특위 증인 채택을 가로 막으며 논란을 샀다.<관련기사>

안 의원은 서울대병원 유치를 총선 공약으로 내 걸었을 뿐 아니라, 곽상욱 전 시장 등과 함께 서울대병원 유치협약(MOU)을 한 당사자였다. 

그런 면에서 안 의원은 이 사업의 한 축이었던 만큼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해서는 그의 증인 채택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표결 끝에 다수로 밀어붙여 안 의원의 증인 채택을 무산시켰다. 

의문은 바로 이점이다. 

안 의원의 증인 채택은 거부한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왜 민주당이 욕을 먹을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면서도 감사원 감사 청구를 의결 했느냐는 것.

◇ 오산시의회 민주당 의원들, 3세대 ‘안민석 키즈’ 비판

서울대병원 유치 사업은 민선4기 이기하 전 오산시장 때 계획됐지만,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때는 민선5,6,7기 곽상욱 전 시장 시절이었다. 

감사원 조사로 서울대병원 유치 무산 관련 행정의 부정이 드러날 경우, 그 비난은 곽 전 시장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2024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3선 시장을 역임한 곽 전 시장은 안민석 의원의 가장 강력한 당내 라이벌이다.  

오산 지역정가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만, 곽 전 시장은 안 의원의 견제를 뚫고 민선 6,7기 두 번의 시장선거에서 당의 공천을 거머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로서는 지역 민주당 인사들 중, 안 의원과 총선 공천을 두고 경쟁하고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은 곽 전 시장 뿐이라는 평가다. 

"뻔뻔한 거짓말" 오산시의회 민주당 전도현 의원. 그는 시의회 민주당이 수백억 추경예산을 삭감하며, 보통교부세로 받는 오산시민의 혈세 수십억 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도 협의하고 동의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경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통과를 '읍소' 한다고까지 간청했다. 하지만 결국 다수 야당 민주당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사진=오산시의회 의원 정보 캡처)
전체 7석 가운데 5석을 차지하고 있는 오산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제3세대 '안민석 키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내삼미동 서울대병원부지 행정사무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시의회 민주당 전도현 의원. 

◇ 곽상욱 전 시장 겨눈 ‘안민석 키즈’의 칼날

감사원이 서울대병원부지 사건을 조사하고, 시 행정의 실책이나 부정을 낱낱이 짚어내 보고서에 기록한다고 생각해 보자. 

당연히 그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당시 시의 수장이었던 곽 전 시장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다른 것도 아닌, 시민의 막대한 혈세를 낭비한 사건이다. 얼마든지 정치공세를 펼 수 있는 일이고, 여론도 들끓을 것이다. 

다음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곽 전 시장에게는 실로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글의 맨 첫 줄 의문을 다시 떠올려 보자. 

왜, 오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안민석 국회의원의 증인 채택은 거부했으면서, 감사원 감사 청구는 승인 했을까.

당적을 떠나, 오산시민 전체의 알 권리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안 의원의 증인 채택은 마땅했다.

헌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곽 전 시장은 증인으로 채택했으면서도, 안 의원의 증인 출석은 기어코 막았다. 왜 그랬을까. 

3세대 안민석 키즈들을 향한 물음은 이거다. 전체 오산시민을 대신해 묻는다.

“당신들은 오산시민의 권리를 대변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안민석 의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