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때 불성실하다’ 공천 거론하며 압박하는 安...대한민국의 서글픈 지방자치

멀고 먼 지방자치...공천 쥐고 지방의원 복종 강요하는 무서운 ‘국회권력’

유권자보다는 국회의원 눈치...권력의 시녀로 살아가는 참담한 지방의원

국회의원이 시의원을 마치 학생 다루듯이 혼내는 통화녹음 파일이 공개돼 논란이 예상된다.

내용을 들어보면 시의원은 마치 말썽을 피운 학생이나 자식처럼 국회의원에게 혼이 나고 있다.

국회의원은 선생이나 부모가 되는 것처럼 시의원을 다그친다. 

이유는 시의원이 자신의 총선을 돕는 모양새가 국회의원의 마음에 영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의원은 대학원 강의를 수강하느라 총선대책 조찬모임에 하루 이틀 정도 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습이 못마땅했던 국회의원은 “자네 공천 내가 줬다”며 “계속 정치 안 할 거냐”고 화를 내고 있다.  

통화 속 두 주인공은 오산의 안민석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당시 같은 당 소속 최웅수 전 오산시의원이다.

미디어와이는 통화중간 안 의원 발언 중 내용이 겹치는 10여 초 분량을 편집한 것을 제외하고는 편집왜곡 논란을 없애기 위해 나머지 파일 원본 그대로를 공개했다. 통화 중간 중간 서로 말이 없는 부분은 전체 분량을 감안해 삭제했다.

통화 시점은 지난 2012년 3월 중순 경.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 여 앞둔 시점이었다.

최 전 시의원이 이즈음 매주 한 번씩 열렸던 총선대책 조찬모임에 ‘결석’하자, 안 의원이 이를 질책 하고 있다.

안민석 의원의 말을 요약하면 “계속 정치를 하고 싶으면 총선 때 똑바로 하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공천을 거론하며 그런 말을 하니, 듣는 시의원 입장에서는 겁을 집어먹기 충분한 협박성 발언이다.

최 전 시의원은 당시 모 대학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강의를 듣느라 모임에 한두 번 정도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민석 의원이 말하는 내용 중에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안민석 의원은 “자네 공천 내가 준거야...총선 때 놀다가 만회가 될 것 같아?...정치 계속 안  할 거냐”고 다그친다.

지역의 한 언론인은 “공천의 노예로, 혹은 국회의원의 머슴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방의원들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지방의원 공천제 하에서는 지방분권이나 지방자치 정착은 멀고 먼 남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또 “시의원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하면 되는 거지, 왜 이렇게 변명이 많냐”고 질책한다.

앞뒤 통화내용을 종합해 보면 국회의원 선거를 돕는 것이 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시의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것처럼 들린다.    

▲ '안민석 사단'으로 불리는 오산 새정치민주연합 시도의원들. 왼쪽부터 조재훈, 김영희, 송영만, 문영근, 손정환, 장인수 의원. 이중 4명이 안민석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나머지 2명 의원도 안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 “오산은 더욱 심각해”...오산정계 장악한 ‘안민석 사단’, 오산 새정치 시도의원 6명 중 4명이 안민석 의원 보좌관 출신

최 전 시의원은 왜 통화녹음 파일을 공개했을까?

그는 “자치단체 의원을 선택하고 심판할 수 있는 권리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최 전 시의원은 “(심판과 선택은) 국회의원 공천이 좌우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 되겠지만 지방자치를 위해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는 문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공천을 무기로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방의원을 수족처럼 부리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인데, 지방의원의 공천제 폐지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 전 시의원은 “오산의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오산에는 ‘안민석 사단’이 존재한다. 

안 의원의 보좌관 출신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안민석 사단’은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오산정계를 완전히 장악했다.

현재 오산시의회 전체 7명 중 4명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데, 문영근 의장을 비롯해 손정환·장인수 시의원이 안민석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입성한 김영희 시의원도 안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오산에 두 명 있는 도의원도 모두 새정치 소속인데 조재훈 의원은 안 의원의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송영만 도의원도 안 의원의 측근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곽상욱 시장 또한 안 의원의 사람으로 알려졌으며, 시장 비서실에도 안 의원의 전 보좌관이 진출해 있다.

최 전 시의원은 “오산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안 의원의 영향력이 오산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눈 밖에 난 최 전 시의원은 결국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천에서 탈락, 현재 오산행정개혁시민연대 회원으로 활동 중에 있다.

최 전 시의원은 얼마 전 정치자금 부정수수 혐의로 안 의원을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최 전 시의원은 오산발전을 위해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과는 통화가 녹음된 당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