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민석 국회의원(자료사진).

(미디어와이 = 박정민·홍인기 기자)   지역구 국회의원의 호출에 시의회 의장은 예산 심사가 한창인 회의장을 떠나고, 시청 공무원은 예정됐던 출장까지 취소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벌어졌다.

공천을 무기로 지방의원들과 시청 공무원들을 제 직원 부리 듯 하는 국회의원의 ‘갑질’이라는 논란과 함께, 아무리 국회의원의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공직자로서 제 업무가 우선 아니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9일 오산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역의 3선 국회의원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오후 세교지구에 위치한 세미초등학교에서 학부모 간담회를 열었다. 

아이들 통학로에 횡단보도와 신호등, CCTV 등 교통안전 시설물을 설치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민원을 듣는 자리였는데, 이 간담회에는 오산시의회 문영근 의장이 참석했다. 

같은 시각 오산시의회는 시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을 검토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전날 임시회를 시작한 시의회는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하고 자치행정국과 복지교육국, 경제문화국, 오산문화재단 등에서 올린 예산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산시의회 의장을 역임했던 A씨는 “오산시의회는 전체 의원이 7명밖에 안되고 인원이 적어 따로 위원회도 없기 때문에 추경을 심사하는 시기에는 의장이 회의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이 시기에 의장이 의회를 떠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관례”라고 문 의장의 행동을 비난했다.

A씨는 “지역의 국회의원이 이 시기에 의장을 불렀다면 권력의 횡포이고 의장이 마음대로 회의장을 떠났다면 직무유기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의장은 지난 6.4지방선거를 통해 시의회에 입성하기 전까지 안민석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간담회에는 오산시청 공무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교통과 과장을 비롯해 건설도로과, 자치행정과, 평생교육과 등 4개 과에서 과장 1명과 팀장 5명 등 최소 6명의 관련 과 간부급 공무원들이 현장에 급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교통과장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느라 예정돼 있던 출장까지 포기했다.

의정부시에서 경기도, 서울시 등 관계자들과 서울과 오산을 잇는 광역버스 노선신설을 협의하는 출장이었다. 

오산시 관계자는 “과장님 출장 일정이 있었지만 대신 팀장이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시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안민석 국회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공무원들을 학교 간담회에 참석시켜 달라고 시청에 연락해 왔다. 

시청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마련한 자리였지만 주민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에 시청 직원들이 참석하는 것이 맞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안 의원실의 갑작스런 호출에 시청 내부 분위기는 좋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과 일정을 미리 충분히 상의하지 않고 대뜸 부르는 경우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시청 분위기는 그랬지만 안 의원으로서는 자신이 마련한 자리에 시의회 의장부터 시청 간부급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했으니, 학부모들 앞에서 생색을 낼 만도 했다.

이례적인 것은 통상 이러한 민원은 시가 직접 민원을 접수하고 해결에 나서야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달랐다.

민원인들과 시청 사이에서 안 의원이 직접 민원을 챙기고 시의회와 시청직원들을 동원해 민원해결을 주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오산 정계에 몸을 담았던 한 관계자는 “세미초등학교는 유입 인구가 많은 세교지구에 있는 신설학교다. 내년 총선도 있고 하니 안민석 의원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아니겠느냐”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국회의원이 민원해결에 적극 나서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공무원과 시의장이 업무도 미루고 달려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시장과 지방의원 공천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시 행정에 대한 안 의원의 참견이 지나치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