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세력 비리는 축소은폐...힘 없는 제보자만 몰아붙인 것 아니냐' 비난

▲ 경찰이 아파트권력 비리에 연루된 토착세력을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동시에 힘 없고 백 없는 비리사건 제보자만 닥달하다 죽음으로 내 몰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13억원대 아파트 도색공사 자재 납품 비리 정보를 경찰에 알려준 사건 제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산 부산동 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 과장 김모씨(53)가 이달 26일 오후 7시 15분께쯤 자신의 아파트 욕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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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화성동부경찰서에 사건을 신고한 이후,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줄곧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족과 김씨 지인 등의 주장을 종합하면 “아파트 권력비리를 저지른 토착세력과 이들 조사에 소극적인 경찰이 힘없고 백 없는 제보자만 비리자로 몰아붙여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정당한 수사과정에서 제보자의 비리가 드러나자 김씨가 정신적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입장이다.  

김씨가 죽은 이유에 대해 서로 주장이 다르지만, 안타까운 결과는 그대로다. 

이 아파트에서만 12년을 근무하며 사람 좋고 성실하다고 알려졌던 가장 김씨였다.

그는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바뀐 지 불과 1년여 만에, 스스로 신고한 경찰조사가 시작된 지 불과 8일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제보자는 왜 피의자가 됐을까?...받았다 돌려준 300만원 때문에

김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사건제보 7일 만에 제보자에서 피의자로 처지가 바뀌었다.

김씨가 경찰에 진정서를 내고 사건을 신고했던 시점은 이달 18일, 일부 언론에 사건을 제보했던 시점은 17일 이전이었다.

경찰은 18일 범행현장을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 25일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김씨는 26일 마지막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친형과 통화를 하고 불과 4시간여 만에 자살했다.

김씨가 비리를 저지른 공범이 된 것은 300만원 때문이었다.

김씨 유족에 따르면 어느 날 아파트 도색공사업체 한 관계자가 자재납품 비리를 눈치 챈 김씨의 차량 위에 돈 300만원을 던지듯이 올려놨다.

김씨가 무슨 돈이냐고 물으니, 입주자대표가 주는 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돈을 받게 되면 사건의 공범이 되고, 안 받게 되면 입주자대표의 눈 밖에 나 직장을 잃을 것은 불 보듯 빤한 상황.

고민하던 김씨는 그러나 용기를 냈다. 3일 뒤 이 돈을 돌려줬고, 사건을 언론과 경찰에 제보했다.

김씨는 고민을 자신의 부인과 친형 A씨에게 털어 놓았다.

A씨는 “직장 다닐 생각하지 말고, 사건 끝난 것 아니니까 우선 마지막까지 잘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경찰은 다른 참고인이나 용의자들에 비해 유독 김씨에게 엄격했다. 김씨를 불러들여 연일 조사가 이어졌다. 

덮어씌우기? 사건 축소? 토착비리 은폐?...입주자대표 조사 한 번 안하고 제보자만 닥달한 경찰  
   
김씨는 300만원을 받았다 돌려 준 죄책감 때문에 자살했을까?

유족 등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김씨가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수차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사건이 드러난 이달 18일 이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26일까지 모두 5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 동안 사건 핵심 용의자인 이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 등은 단 한 차례도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씨의 보고를 받고 빈 페인트 통이 납품된 것을 알고도 묵인했던 것으로 김씨가 진술했던 관리사무소장도 이 기간 동안 1번 밖에는 조사를 받지 않았다.

김씨는 불안하고 억울해 했다.

경찰조사 분위기 등으로 미루어 배경없고 연줄 없는 자신이 죄의 상당부분을 덮어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세 번째 조사를 받고 돌아온 어느 날, 김씨는 자신의 친형에게 전화를 걸어 “형,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조사를 받는다... 너무 힘들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자살하는 사람 심정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가 죽음을 선택하게 된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유족뿐만 아니라 생전 김씨와 가깝게 지냈던 지인들도 김씨의 죽음 앞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경찰이 아파트권력 토착비리 세력 수사는 늦추고 김씨만 몰아붙이는 사이, 사건 주범들은 증거를 인멸하고 서로 말을 맞출 충분한 시간을 준 것 아니냐”면서 경찰을 향해 비난을 토해내고 있다.

또한,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사건 관계자들이 서로 공모해 죽은 김씨에게 또 다른 죄를 덮어씌우고, 경찰은 사건을 축소 은폐시킬지도 모를 일”이라고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 “정상적인 수사”라고 항변하지만...석연치 않은 의혹

김씨 죽음을 항의 하는 유족에게 경찰은 ‘정상적인 수사기법’이었다고 해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경찰의 행동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경찰은 18일 최초 범행현장을 확보할 당시 현장보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한 당일 범행증거물인 시료채취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경찰이 현재 비공식적으로 일부 언론 등에 흘리는 허위 납품 페인트 수량도 축소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부 언론 등은 경찰취재를 통해 납품된 허위 페인트 물량이 1000여통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아파트에 납품된 도료용 에폭시 및 페인트는 최소 4차례에 걸쳐 납품됐고, 이중 숨진 김씨와 주민에 발각된 빈 깡통 에폭시는 최소 이달 13일과 17일 각각 1080통씩 총 2160통이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유족과 지인 등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과연 경찰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등 사건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토착세력 수사를 제대로 할지 의혹이다.

오산지역에서는 정·관계에 걸쳐 든든한 이들의 배경 때문이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B씨는 차기 한국노총 오산지회장으로 거론될 만큼 지역에서 영향력을 자랑한다.

또한 페인트자재 납품계약 시기에 맞춰 B씨와 수상한 돈거래가 포착된 이 아파트 경비업체에는 화성동부경찰서 전 서장을 지낸 인물이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비업체의 실제 운영자로 알려진 C씨 또한 오산에서는 유명한 마당발이다.

김씨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지인 등은 “경찰이 직장을 잃을 상황에서 용기를 내 사건을 제보한 김씨 죽음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는지, 아니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숨진 김씨에게 또 다른 죄를 덮어씌우는지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