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학교시설복합화 ‘이음터’ 사업...결국에는 돈 아끼자고 학생 희생 강요

▲ 왼쪽 채인석 화성시장, 오른쪽 이재정 경기교육감.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화성시와 경기도교육청, 동탄2신도시 개발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정책적으로 운동장 없는 학교를 조성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 운동장을 없애는 대신, 그 자리에 입주민들을 위한 여가·문화·복지 시설을 짓고 학교에 인접한 근린공원을 학교 운동장으로 대신 사용하겠다는 사업인데, 화성시가 시장 공약 사업으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학교시설복합화’(이음터) 사업이다.

시는 동탄2신도시에 이러한 학교 6곳(초4교·중2교), 향남2신도시에 1개교, 송산그린시티에 3개교(동축지구1교·서축지구2교) 등 현재 조성 중이거나 앞으로 조성될 신도시에 2022년까지 총 13교를 복합화시설 학교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중으로 동탄중앙초등학교가 첫번째 이음터 학교로 복합시설이 완성될 예정이다.

이음터 조성 학교에는 조건이 하나 있는데 학교 인근에 근린공원이 위치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이음터 사업으로 학교 안에 체육관과 공연장, 도서관, 어린이집, 노인시설 등 조성으로 입주민들의 여가활동 기회를 증대시키고, 지역사회와 학교가 물적인적 교류로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시와 화성오산교육청, LH는 지난해 12월 29일 2018년 개교 예정인 동탄2신도시 중1 학교시설복합화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음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너도나도 돈 아끼자고 학교시설 부지를 나눠쓰자는 것이다. 학교와 학생에 대한 배려는 경제 논리에 밀려 뒷전으로 보인다.  

화성시 입장에서는 신도시에 조성해야할 주민여가 시설 등을 학교부지 안에 설립할 수 있으니, 학교부지 무상사용으로 공공부지 매입비용이 안 들어 막대한 예산을 아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주민여가를 위한 대형공공시설을 몇 군데 짓는 것보다 규모는 작지만 여러 군데 시설을 짓는 것이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입장에서도 신도시에 충분한 학교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탄1신도시의 경우 대부분의 신설 학교가 학교설립규정상 체육장 시설기준면적보다 운동장이 좁아 학교 운동장 가로길이가 100m 이상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어 주민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게다가 화성시가 이음터 사업을 하며 이재정 교육감이 주력 교육정책으로 삼은 ‘마을교육공동체’를 언급하니 교육청 입장에서는 일석이조다.

가장 신이 난 것은 신도시 사업시행자인 LH다.

해당 지자체와 교육청이 먼저 나서서 LH가 어차피 규정 면적에 맞게 조성해야할 근린공원을 운동장으로 쓰겠다고 하니 학교부지를 충분히 조성해 줘야 한다는 공적기관으로서의 책임과 부담이 줄었다.

또한 시와 교육청으로부터 공공시설 부지와 학교시설 부지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저렴한 값에 확보하려는 압박이 줄어드니, 남는 공간을 더 비싼 값에 팔수도 있는 여유분이 생겼다.

얼마나 신이 났는지 지난해 협약식에서 당시 신승오 LH동탄사업본부장은 “학교시설복합화를 통해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동탄2신도시 사례를 연구해 LH 택지개발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안 그래도 운동 공간이 부족한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학생들이 수업시간 중에는 근린공원을 운동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방과 후에는 사실상 보통 학교 학생들처럼 운동장을 맘껏 이용하기는 힘든 구조다.

또한 학생들이 운동장을 차지하고 있는 수업시간 중에는 시민들이 공유시설인 근린공원을 이용할 수도 없다. 학생이나 주민 모두가 불편한 반쪽짜리 근린공원인 셈이다.  

외부 주민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학생들의 안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학생 안전을 고려해 수업시간에 주민들의 시설 이용을 일부, 혹은 전면 제한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주민 이용이 불편한 반쪽자리 공용시설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

사실은 돈 때문에 학생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지만 시나 교육청, LH는 저마다 생색내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채인석 시장은 이달 12일 이음터 설명회에서 “이음터는 모든 세대와 계층이 조화롭게 성장하는 지역공동체의 중심공간으로 학교복합시설의 대표적인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성과를 내세웠다.

이재정 교육감은 비좁은 신도시 학교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기보다는 지난해 이음터 협약식에서 “학교시설복합화가 마을교육공동체 형성의 중심”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한편 화성오산교육청은 협약을 통해 화성시와 공동 추진하고 있는 학교시설복합화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