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 보좌관 출신 시의장, 5분 발언 막아..."의회 민주주의 훼손" 비난

▲ 의장에게 발언권을 요구하다 쓰러진 김명철 오산시의원.

(미디어와이 = 박정민·홍인기 기자)   예산안 처리를 놓고 의회에서 발언권을 요구하던 시의원이 의회 본회의장에서 쓰러졌다.

지역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시의회 의장은 상대당 의원의 발언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단체 등 방청객들은 의회민주주의가 훼손됐다고 비난에 나섰다.

오산시의회 새누리당 김명철 의원은 21일 오전 오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내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문영근 의장(새정치민주연합)에게 5분 발언을 요구했다.

시 예산이 각 100억원 가량씩 들어가는 죽미령 유엔초전기념평화공원 사업(총사업비 150억원)과 미니어처 테마파크 사업(총사업비 200억원) 등 이른바 지역 안민석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관심사업 예산이 문제였다. 

앞서 새정치와 새누리 의원이 각 3인씩 포진해 있던 오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 사업들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다 여야 동수로 사업 예산편성은 결국 부결됐다.

새누리는 이 사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새정치는 예산편성을 밀어 부쳤다. 

결국 이날 본회의에는 새정치와 새누리가 각각 미는 2개 예산안이 상정됐다.

절차상 문제의 사업이 포함된 새정치 예산안이 먼저 표결에 들어갔고, 전체 7석 중 4석(새누리 3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정치 예산안의 무난한 의결이 예상됐다.

김명철 의원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이날 본회의에 앞서 5분 발언을 신청했다.

본지가 입수한 5분 발언 질문을 보면 김명철 의원은 2010년 약 60% 정도였던 오산시 재정자립도가 2015년 33%까지 추락한 상황을 문제삼으며 “국회의원의 관심사업이라고 해서 묻지마식 예산 편성을 자제하라”는 발언을 할 예정이었다.

또한 안민석 국회의원을 향해 시정간섭을 그만두라는 발언을 쏟아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영근 의장은 김명철 의원에게 예정돼 있던 5분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

본회의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4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의회 민주주의가 훼손된 것 아니냐”는 다소 당황스런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어 “안민석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문영근 의장의 이력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일도 아니다”라는 비난도 들려왔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안민석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 출신을 의장 자리에 앉힌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철 의원은 결국 이날 오전 11시경 예산안 표결에 앞서 문영근 의장에게 “왜 발언을 못하게 하느냐! 말할 기회를 달라!”며 격하게 항의하다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그대로 쓰러졌다.

김명철 의원은 얼마 전 아침 운동에 나섰다가 심장에 이상을 느껴 한 차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철 의원이 쓰러지고 얼마후 119 구조대가 출동해 김 의원을 이동식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후송했다.

김 의원은 현재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바탕 큰 소동 이후 새누리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새정치는 내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오산시의 예산안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산에는 ‘안민석 예산’이라고 부르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미확정 사업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지혜 의원은 “유엔초전기념평화공원은 새정치에 따르면 남경필 경기지사가 구두로 도비 1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 새정치 논리다. 정말로 그렇다면 도비가 확보될때까지 기다려서 추경때 예산을 확보해도 충분하다. 미니어처 테마파크 사업은 새정치와 집행부만 알고 있다가 예결산 계수조정때 질의를 하다가 발견했다. 당연히 반대할 수 밖에 없었다”고 김명철 의원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문영근 시의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오산시행정개혁시민연대는 “이번 사태는 극단의 오만과 독단으로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있다”며 “오산을 재정파탄으로 내 모는 책임을 묻겠다”고 공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