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 화장장 반대 호매실 주민 등에 업고 염 시장 압박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염태영 시장은 정미경 의원이 쳐 놓은 촘촘한 ‘정치’ 그물망을 뚫고 탈출할 수 있을까. 

염태영 수원시장이 위기다.

정미경 국회의원(새누리·수원권선)이 화성시공동형종합장사시설을 반대하는 수원 호매실 주민을 등에 업고 염 시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정 의원은 그동안 화성장사시설을 앞장서 반대해 왔다. 동시에 염 시장을 향해서도 호매실 주민들과 같은 편에 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줄곧 촉구해 왔다.

정 의원이 꺼내 든 화장장 카드는 적절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자극하며 호매실 주민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고 있다.

반면 수원시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관리해야 하는 염 시장으로서는 정 의원의 압박이 커다란 부담이다.

호매실 주민들은 지금 정 의원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백혜련 지역위원장 등 지역 정치인들처럼 전폭적으로 자신들의 편에 서지 않는 염 시장을 괘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 지난 1월 23일 수원 가온초에서 열렸던 화장장 반대 주민 공청회에 참석한 정미경 의원.(경인투데이 화면캡쳐)

정 의원이 염 시장을 강하게 뒤흔드는 결정타는 최근에 나왔다.

정 의원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토교통부 장관 면담 결과, 자신이 “화성시 종합장사시설 추진을 사실상 멈춰 세웠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무엇일까.

정 의원은 유일호 국토부 장관을 찾아가 “수원 권선구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화성시 장사시설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유 장관은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수원 호매실 주민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절대로 관리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이 전한대로라면 호매실 주민들이 반대하는 한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에 건립예정인 장사시설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정 의원의 말이 사실일까? 그러나 국토부의 설명은 다르다.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절차에 대해 설명했던 유 장관의 말을 정 의원 측에서 한쪽으로 확대 해석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1일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변경 관련법 지침을 보면 경기도가 ‘인접 지방자치단체간 협의 여부 등에 대하여 검토 조정한 후 국토부 장관과 협의하여야 하며 국토부 장관은 계획의 타당성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며, “(유 장관은) 화성장사시설이 무조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리계획 변경 절차에 대해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정 의원과 국토부의 당시 상황 설명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어 “화성장사시설은 지금 경기도에서 갈등조정을 하고 있다. 갈등 조정에 대해서는 국토부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국토부는 경기도의 조정이 완료된 후에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지자체간 (갈등조정 협의가) 안됐다면 안 되지만, 경기도가 (추후) 제출한대로 화성시와 수원시가 동의했다면 그 다음 절차를 진행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정 의원이 화성장사시설을 멈춰 세웠다는 주장은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경기도와 화성시, 수원시간의 갈등조정협의 결과에 따라 화성장사시설 설치는 얼마든지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 정미경 의원의 압박을 받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

그렇다면 정 의원은 왜 사실을 왜곡한 정보를 언론에까지 흘렸을까?

이는 염 시장을 향해 자신의 편에 서서 동조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분명한 것은 호매실 주민입장에서는 염 시장이 갈등협의에 나선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지금 ‘칠보산화장장건립저지비상대책위원회’가 중심이 된 일부 호매실 주민들은 염 시장을 향해 누구의 시장이냐고 태도를 분명히 하라고 비난하고 있다.  

정 의원은 염 시장이 안고 있는 그러한 부담을 정확히 꿰뚫었다.

염 시장이 자신과 호매실 주민의 편에 서서 지금까지 갈등조정의 모든 협의 조건과 과정, 결과를 부인하고, 앞으로도 무조건 반대한다면 협의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장사시설 건립을 위해 화성시가 경기도에 신청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 또한 어려워진다.

정 의원은 염 시장이 결국 그렇게 한다는 확신과 가정 하에 자신이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에 들어설 예정인 장사시설을 사실상 멈춰 세웠다고 언론 홍보에 나선 것이다.

“불행하게도 수원시가 우리 편이 아닌 것 같아요....(중간생략) 가장 좋은 건 수원시장이 반대하면 제일 좋아요.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거예요. 시장님을 설득해 주세요” 지난 1월 정미경 의원이 가온 초등학교에 모인 호매실 주민들 앞에서 했던 발언인데, 그의 의도가 정확히 드러나 있다. 

▲ 정미경 의원이 이달 17일 유일호 국토부장관(왼쪽)과 면담했다.

이후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까? 정 의원은 웃고 있는 반면 염 시장은 울고 싶다.

정 의원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20일 이후 많은 언론이 화성장사시설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원은 화성장사시설이 정말로 무산된다면 당연히 호매실 주민들의 지지가 예상되고, 이는 내년 총선에서의 득표수로도 연결될 전망이다.  

장사시설 건립이 정상 추진된다고 해도 비난의 화살은 정 의원이 아니라 정 의원이 다 지은 밥에 코를 빠트린 것처럼 보이는 염 시장에게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으로서는 이래도 저래도 잃을 것이 없는 게임이지만, 반면 염 시장은 답답해졌다. 일을 실제 처리해야 하는 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이래도 저래도 욕을 먹는 구조가 됐다.

장사시설을 막는다 해도 공은 정 의원의 것이 된다. 반면 건립이 된다고 한다면 당연히 호매실 주민들의 거센 역풍이 불 것은 자명하다. 

그나마 단순한 치적쌓기나 생색내기의 문제라면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염 시장으로서는 자치단체간 신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시 전체의 실익이 걸린 문제이니까 상황이 심각해졌다.

염 시장은 설명회 개최, 갈등조정기구 출범, 화장장의 유해성 검증 등 협의조건을 놓고 경기도, 화성시와 갈등을 조정하며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에 와서 이 모든 과정을 뒤집어엎기는 쉽지 않다.

또한 수원연화장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수원시는 앞으로도 화성시와 수많은 협력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문제다.

당장 수원군공항 이전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강력한 이전후보지 중 한 곳인 화성시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한편 정미경 의원측은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과 관련 “호매실 주민과의 합의가 없는 한 불가능하다”며 “지자체간 합의라는 것이 자치단체장과의 합의라는 부분이 아니라 인근주민과의 합의를 포함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까지 경기도와 화성시, 수원시가 진행해 왔던 갈등조정 협의과정을 ‘요식행위’라고 평가 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