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의심 직원에게 “사표 써, 아니면 해임이나 파면할 것” 표적 감사 논란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국회의원한테 전화했냐? 사표써라” 영문도 모른채 날벼락

고용노동부가 내부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지청직원에게 사퇴할 것을 종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이 직원의 사직서를 받아 놓고 고용부의 다른 간부직원이 연루된 재판에서 유리한 증언을 하지 않으면 사퇴를 수리하지 않고 감사를 통해 해임이나 파면을 시키겠다고 협박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근무하는 근로감독관 P(59세)씨는 올 1월 26일 오후 1시 30분경 사무실 전화기로 갑작스럽게 호출을 받았다.

고용노동부 감사실에서 자신을 감사한다는 것이었다. P씨는 곧바로 2층에 설치된 상설감사장에 불려갔다.

감사실에는 감사 책임자 K씨 등 세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감사실 직원들은 P씨가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당신 국회의원실에 전화 했어? 안했어? 이런 큰일 벌여놓고 어떻게 할꺼냐’며 윽박을 질렀다.

어찌된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던 P씨는 “왜 감사를 받는지 모르니 이유나 좀 알자”고  항변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은 이랬다.

오산지역의 한 인터넷신문은 지난 2013년 12월 당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장이었던 L지청장이 송년모임 자리에서 노동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 사건은 국회 노동위원회에까지 알려지면서 L지청장은 다른 지역의 소장으로 강등 발령이 났다.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는 국회에 사건을 제보한 인물이 P씨라고 의심한 것이다.

영문을 몰랐던 P씨는 국회의원실에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감사실 직원들은 ‘국회에 전화했다고 시인하고 사직서를 쓰지 않으면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감사해서 해임이나 파면을 시키겠다’고 겁을 줬다고 한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던 P씨는 억울했지만 결국 감사 3일 만인 1월 29일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3000만 원 가량의 퇴직금을 손해 보지만, 해임이나 파면이 될 경우 연금마저 삭감되는 것은 물론, 오랜 공직생활에 오점을 남기기 때문이다.

P씨가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이날 오전 감사 종료와 함께 감사실은 폐쇄됐다.

P씨는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단순한 ‘괘씸죄’의 희생양인줄로만 알았다.

억울하다고 느낀 P씨는 2월 9일 사직서 취소 요청을 냈고 P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2월 17일 부서를 민원실로 옮겨 다시 출근했다.

P씨의 복직과 함께 이달 6일 감사는 다시 시작됐다.

“재판 봐서 사표 수리할 겁니다. 알겠죠?” 감사실의 회유와 협박

왜 이렇게 집요할까? 단순한 괘씸죄 때문에?

그러나 감사실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P씨가 사표를 제출하자마자 감사를 진두지휘했던 K감사는 본심을 드러냈다.

L지청장은 자신의 기사를 냈던 인터넷신문사와 현재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인데, P씨가 민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L지청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감사를 통해 해임이나 파면을 시키겠다는 압박이었다. 

당시 상황은 P씨가 사표를 제출했던 하루 뒤인 1월 30일 K감사와 P씨와의 통화내용이 말해준다. 다음은 K감사의 발언이다. 

“그러니까 거기에 가서 그런 식으로 나는 인터넷 기자도 모르고 그날 강연에 간 것도 없고...나도 참 답답하다고 법정에서 이야기를 해줘. 그러면 그게 굉장히 L지청장이 저쪽하고 싸우는데 도움이 된다고...알겠습니까?”

“내가 그 결과를 봐가면서 사직서 처리 여부를 고민을 할 겁니다. 알겠죠? 그걸 잘 생각하고 가셔서 L지청장이 싸우는데 도움이 돼줘요”

P씨가 “L지청장 얼굴을 보기도 싫어요...상상하기도 싫습니다. 내 심정이 내가 어떻게 될지...(몰라요)”라고 말하자, K는 “하여튼 우리는 아직 사직서 처리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거예요...사직서 낸다고 해서 수리가 안돼요”라고 말한 부분도 있다.
 
K는 또 P씨가 서면으로 증언하겠다고 하자, “본인도 고민 한번 해보세요...나도 사직서 처리를 해야 하는지는 고민 한번 해볼께요...그렇게 해 가지고는 L지청장이 사직서 처리를 해도 된다고 인정을 안 해줄 것 같아...우리가 사직서 처리를 한다고 하면 난리를 부릴 것 같아”라고도 했다.

P씨는 결국 이달 19일 열렸던 민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부인한테 전화해 “같이 자냐?” 집요한 표적감사, “그냥 죽고 싶다”

P씨는 감사를 받으며 인간적인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한 압박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감사 절차가 과연 제대로 지켜졌느냐 하는 것도 의문이다.

P씨는 1월 26일 월요일 오후 1시30분경 갑자기 불려나가 감사를 받았다.

왜 감사를 받아야 하는지 영문도 모르는 자신을 “소파에 밀어 넣고 양쪽에 두 명이 앉아서 사표를 쓰지 않으면 감사를 계속해서 해임시키거나 파면시킬 것”이라고 윽박을 질렀다고 했다.

P씨는 “내가 올해 59세인데 감사 나온 직원들이 10살 정도는 어려 보였다. 내용이나 알자고 하니까 서류를 내밀며 L지청장이 (장차관의)특명 감사를 조사의뢰 했다”고 겁을 줬다고 했다.

첫날 조사는 2시간 정도 진행됐다. 통화기록을 떼어오라고 해서 감사직원 한명과 수원까지 가서 통화기록까지 떼어줬다. 컴퓨터를 무단으로 감사실로 옮겨와 모든 개인정보를 훑었다는 것이 P씨의 증언이다.

심지어 불륜관계를 캐기 위해 의심되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대방에게 ‘어디 사느냐, 누구와 사느냐, 잠은 같이 자느냐’고 캐물었다고 한다.

황당하게도 전화를 받은 당사자는 P씨의 부인이었다.

P씨는 “내 모든 업무를 감사했다. 내가 관리감독 했던 업체에 전화를 해서 돈 받은 것 없느냐. 식사 대접한 것 있느냐 조사를 했다”고 했다.

P씨가 사표를 제출했다가 이를 취소하고 난 이후 또 다시 감사가 시작됐다.

그래도 비리가 안 나오니까 이번 주부터는 전 근무지인 안산지청에 가서 또다시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씨는 “심지어 안산은 지난해 12월 감사를 마친 곳인데도 사업장에 전화해서 2중 감사를 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재 마음 같아서는 자살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P씨의 심경이다. 

녹취록도 있는데...고용부 감사실, ‘다른 뜻 없다’ 항변

고용노동부 감사실은 왜 이렇게 P씨의 행적을 캐고 다닐까?

감사 책임자 K씨는 “기관감사가 아닌 개인비리에 대한 확인 조사를 하고 있다. P씨에 대한 여러 비리 제보가 들어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제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화기록을 떼고 부인에게까지 전화한 것은 과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통화기록은 본인이 제출했다. 부인에게 전화한 것은 수상한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전화를 했는데 당사자가 부인이었다. 관계만 묻고 끊었다. 불륜관계는 조사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직서를 쓰지 않으면 해임이나 파면을 시키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그런 부분이 있다면 P씨가 사직서를 제출했을 당시 바로 수리했을 것이다. 본인의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K씨는 또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까지 가서 감사를 벌인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