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정이 붉으락푸르락 합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글썽입니다. 바로 산채로 땅속에 파묻히고 있는 닭들을 바라보는 화성시 한 농장주의 얼굴입니다.

#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에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코끝을 찌르는 냄새 때문에 고개가 절로 돌려집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봅니다. 그리곤 이내 땀범벅이 됩니다. 이는 매몰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던 화성시 공직자들의 모습입니다.

# 얼굴이 발그스름하게 상기됐습니다. 수많은 시선을 느끼며 긴장도 합니다. 그리곤 흥겹습니다.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도 보입니다. 이 분은 앞서 얘기한 두 사람들과는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바로 자신을 위한 화려한 축제를 열고 있는 화성시장님입니다.

화성시장님은 화성시에서 가장 낮은 사람일 수도 있고 가장 높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말로는 낮은 사람이고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이 분의 행동은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흡사 “나는 민주적인 가장이다. 불만 있으면 뭐든 얘기해봐라”며 모든 것을 정해놓고 의견을 물어보셨던 그 옛날 우리네 아버지처럼 말입니다.

오늘 잘 키워오던 닭 수십만 마리를 생매장해야하는 농민을 보았습니다. 또 그 농민을 위해 온몸을 던지던 흰 옷의 공직자들도 만났습니다.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오후에는 화성시장님의 출판기념식장을 찾았습니다.

출판기념회장 입구에는 크고 화려한 플랫카드가 눈에 띕니다. 형형색색의 화환들이 행사장 입구에 먼저 자리 잡고 오는 이들을 반깁니다. 화환 바로 안쪽에는 정사각형의 상자들이 입을 연채로 흰색 봉투를 기다립니다.

시장님과 같거나 높은 위치에 있는 정치인들이 하나 둘 참석해 제일 앞자리를 차지합니다.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온 것인지 얼굴을 알리기 위해 온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시장님 지인 또는 기업인들로 보이는 이들이 저마다 흰 봉투 하나씩을 품고 행사장에 들어섭니다. 이어 손에서 떠난 봉투대신 시장님이 펴낸 책을 가져갑니다. 꼼꼼히 읽어볼지는 미지수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시장님을 보기위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진행요원들의 손이 바빠집니다. 방명록엔 저마다 개성을 갖춘 이름들이 쌓여갑니다.

조금 있으니 풍악이 울려 퍼집니다. 그리곤 축하 음악이 이어집니다. 사회자가 나와서 몇 마디 합니다. 무대 위에는 그간 시장이 활동한 모습을 다룬 영상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곤 지체 높으신 정치인들에 대한 소개와 인사로 많은 시간이 소비됩니다.

시간이 흘러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시장님이 등장합니다. 시장님은 ‘찾아주셔서 고맙다’고 합니다.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이야기도 하고 가족이야기도 합니다. 그리곤 뭔지 모르겠지만 ‘도와주실거죠?’ 라는 부탁을 허공에 던집니다.

인상 깊었던 하루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문득 의문이 듭니다. “시장님은 오늘 살림 좀 나아지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