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대호 기자

화성시가 4·11 총선을 앞두고 공직자들의 선거중립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진흥 부시장이 12일 시 5급 이상 간부 80명을 모아놓고 선거와 관련돼 공직자의 올바른 처신을 요구한 것이다. 물론 선거와 관련된 업무 추진에 있어 만전을 기해달라는 당부의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날 간부회의에 참석한 일부 공직자들은 뭔가 개운치 못하다는 뒷 모습을 남겼다. 이유는 있었다. 스스로를 화성시의 대표사원이라고 칭하는 채인석 화성시장이 때문이다. 채 시장을 둘러싸고 특정후보 지원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는 이유에서다.

"같은 당 A후보와는 청소차까지 함께 타며 서민을 챙기는 이미지를 홍보했다", "사실상 A후보 편이다", "B후보 캠프에는 채 시장 최측근 공직자가 알수 없는 서류봉투를 들고 내 집 드나들 듯이 출입하고 있다", "화성에 연고가 없는 B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암암리에 조직구성에 도움을 줬다" 등이 그런 말들이다.

선거 중립을 위한 확대간부회의가 열린 이날에도 화성갑·을 선거구 예비후보자 가운데 유일하게 시청 공간을 빌려 공약발표 기자회견을 연 후보도 있었다. 공직자들은 채 시장의 배려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인사권을 쥔 채 시장을 둘러싼 온갖 설이 난무하다보니 공직자들의 마음도 편할리 만은 없다. 때문에 모 후보 캠프에는 일부 공직자들의 정보제공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물론 채 시장 스스로는 엄정한 중립을 지키고 있고 주변에 돌고 있는 루머 또한 자신과 특정 후보자를 음해하려는 집단에서 제기한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불현듯 옛 선인들이 남긴 속담 두 가지가 떠오른다. 그 첫 번째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다. 요즘에는 불을 지피지 않은 굴뚝에 연기가 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채 시장을 지켜보는 대다수의 시각이 그렇다면 굴뚝에 불을 지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속담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다. 채 시장이 굴뚝에 불을 붙이는 시늉을 했거나 실제 불을 지폈다면 부하직원들에게 선거중립을 논할 자격이 없는 입장이 된다. 자치단체장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공직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선거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특히나 화성시의 경우 지역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공천이 자행되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지면서 선거분위기가 갈수록 흉흉해지는 상황이다. 이렇때일수록 공직사회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의 임무는 더욱 막중하다.

시장은 시민을 위해 일하는 일선 공직자들이 특정 정치인의 지원군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감독해야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칭 대표사원이 아닌 타칭 대표사원이 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