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 김문수가 대권에 맘을 빼앗겼다. 경기도를 중심에 둬야할 경기도지사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더 큰 무대로 가기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김 지사 측은 여전히 도정에 충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새해 들어 달라진 그의 행보는 이미 대선정국에 진입한 상태다. 최근 김 지사를 응원하는 전국규모 조직이 탄생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같은 김 지사의 행보변화는 주변 여건이 변해서가 아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김 지사의 전국적인 인지도는 되레 낮아졌고 대권도전에 승부수를 던질만한 혁혁한 성과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시기가 가까이 왔다는 점이다. 김 지사가 결단의 시기로 잡고 있는 총선이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것. 김 지사의 마음이 이미 경기도를 떠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문수의 전국조직 ‘국민통합연대’ 공식 출범
정몽준 이재오 중량급 인사 불참에 해석 분분

▲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연대 출범식에서 정치적 소신을 피력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데일리와이
측근들 참석, 지지자들 청와대 입성이 최종목표
대선에 올인 도정수행능력 날이 갈수록 하락세

◆국민통합연대 출범식 가보니….
국민통합연대의 출범식이 열리던 지난 9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응원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표면상으론 새로운 보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기 위한 조직의 탄생을 알리는 자리였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김문수 지사의 대선캠프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김 지사가 경기도청에서 성 김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는 시각 시작된 식전행사에서부터 참석자들의 관심사는 온통 김 지사였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경기도에서 활동하던 낯익은 얼굴들도 눈에 띄었다.
김 지사의 가신으로 분류되는 경기도시공사 허숭 상임감사를 비롯해 노용수 전 경기지사 비서실장, 김 지사 자문그룹 핵심인물로 알려진 경기개발연구원 좌승희 이사장, 경기창조학교 이청순 사무총장이 행사장을 찾았다. 국회의원으로는 임해규 의원이 일찌감치 참석했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김 지사의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했던 강병국씨는 국민통합연대 실무를 맡고 있었으며 경기도대변인만 세 차례 역임한 바 있는 최우영 정책보좌관도 현장에 모습을 보였다.
김 지사의 영원한 동지이자 동반자인 설난영 여사는 김 지사보다도 먼저 도착해 지지자들과 환담을 나눴다. 행사시작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시각, 김 지사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전국 16개 시·도 조직을 상징하는 기수단 입장으로 시작된 본행사에서는 ‘우리의 현실’이란 제목의 영상물이 상영됐다.
촛불집회와 경찰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시위자들의 모습으로 시작된 이 영상물에는 그간 김 지사가 특강 등을 통해 강조해온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연평도 사건에 대한 내용, 북한인권 문제, 무상복지 논란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영상 말미에는 통일강대국만이 해결책임을 전하면서 오는 12월 19일 선출될 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임을 강조하는 문구를 삽입했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국민통합연대 회원들. ⓒ데일리와이
◆새 보수의 지도자는 바로 김문수(?)
이날 국민통합연대 출범식장은 말 그대로 김문수 지사를 새로운 보수의 지도자로 만들어내자는 결의의 장소였다. 사전에 예고됐던 정몽준 전 대표나, 이재오 의원 등 중량급 있는 여권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출범사에 나선 이윤영 상임대표는 “새로운 보수의 패러다임을 창조해야 한다”며 “따뜻한 마음이 있는 보수의 지도자, 청렴한 보수의 지도자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서경석 목사는 “좌파가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 같아서 보수를 지지하는데 한나라당은 지금 패배주의에 빠져있다”며 “국민통합연대를 통해 소신을 가지고 바른말 하는 새 정당의 출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축사에 나선 김 지사는 단상에 오르기 전 “대한민국의 상징은 태극기”라며 태극기를 높이 들고 힘차게 흔들었다.
이후 발언대에 선 김 지사는 약 20여분 간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과 현 정치불신 세태 지적,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할 자질 등에 대해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지금 우리사회에는 겁쟁이들이 너무 많다. 선거에 떨어질까, 욕먹을까, 북한이 잘못됐다는 말도 못하고 있다”며 “올바른 일을 하다 교도소 가고, 선거에서 떨어져도 잘못된 것을 말하는 용감한 정치인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사람에 전폭적으로 힘을 몰아줘야 한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이날 행사 후 국민통합연대 소속 회원들은 김 지사와 함께한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섰다.
김 지사는 전국규모로 조직된 지지자들의 모임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소감은 없다”면서도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봉사하기 위해 탄생된 단체가 잘 되길 바랄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국민통합연대 출범식이 끝난 후 김 지사와 인증사진 촬영에 나선 관계자들. ⓒ데일리와이
◆도지사 재선당시부터 목표는 대권?
이처럼 국민통합연대 출범식만 봐도 경기도 첫 재선 도지사인 김문수 지사의 목표는 애당초 대권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김 지사의 행보가 이를 입증한다. 경기도를 벗어난 특강정치가 그렇고 대통령에 대한 쓴 소리 발언도 마찬가지다. 젊은피 수혈이 절실한 한나라당 정치인입장에서 그간 공들여온 대학생들과의 소통행보도 그의 원대한 꿈과 관계가 깊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정치인 이미지를 각인시킨 셈이다.
재선도전 당시 김 지사는 도지사 임기를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 놨다. “하늘이 돕고 국민이 원하면”이라는 단서는 단 것이다.
그런 그가 올해 들어서는 대권을 향한 행보에 더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새해 벽두부터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출마를 암시했다. 그리고 119 전화논란 직후인 지난달 중순에는 인터넷 방송인 손바닥 TV를 비롯해 CBS, KBS, TV조선 등에 집중 출연해 정국현안에 대한 견해를 개진했다.
이처럼 방송출연이 잦아진 점만 해도 그가 어디에 목표를 두고 있는지 보여준다.
김 지사의 도정수행능력에 대한 평가가 하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아주대 사회조사연구센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
2010년 상반기 31.4%였던 긍정평가는 2010년 하반기, 28.4% 2011년 상반기 16.7%, 2011년 하반기 14.2%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년 새 절반이상 하락한 셈이다. 이는 김 지사가 도지사 재선성공 이후 대선을 준비해왔음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 젊은 정치가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1951년생인 그가 차차기 대선을 노리기에는 ‘무리’일 것이라는 견해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공보위원회 배수문 의원은 최근 대변인실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 지사가 얼마 전 의원들하고 오찬 시에도 분명히 기회가 되면 대선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했다”며 “그 시기는 적어도 총선을 마치게 되면 바로가 아닌가 하는 것에 모든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김 지사의 출마공언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팔로워 5만 명을 돌파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트위터에 ‘대한민국의 미래! 여러분들과 함께 열어가고 싶습니다’는 문구를 소개 글로 등록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