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가 시끌시끌하다. 창의지성교육도시 구축 예산을 둘러싼 시 집행부와 시의회 간 갈등 때문이다. 내년에 창의지성교육 사업을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시 집행부와 철저한 사전준비가 우선이라고 보는 의회 간 입장차가 그 것. 이 같은 ‘시vs의회’ 간 의견대립은 결국 예산삭감으로 이어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상호 비방단계에까지 이르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시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창의지성교육 예산을 삭감한 의회 측에 유감을 표명하는 등 여론몰이에 나섰고 이를 접한 시의회 일각에서는 ‘정치 쇼’라며 되레 집행부 측의 무능함을 지적했다. 화성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육예산을 둘러싼 갈등을 짚어봤다.

▲ 창의지성교육 추진을 위한 예산이 화성시의회에서 전액삭감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채인석 화성시장.
집행부-시정설명회 추진…의원 성토장 가능성 커
시의회-예산지원 타당성 결여 및 준비 부족 지적

채인석, 창의지성교육 무조건 GO
화성시의회는 지난 16일 2012년 예산심의에서 시 집행부가 제출한 교육예산 500여억원 가운데 창의지성교육 관련예산 209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창의지성교육도시 구축 사업은 민선5기 채인석 화성시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교육사업 모델 가운데 하나다.
시는 민선5기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한 혁신교육지구 지정 실패 이후 특성화교육벨트라는 자체 교육특화정책을 이어오다 창의지성교육이라는 새로운 교육협력 모델을 구축키로 하고 내년부터 기반조성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의회의 예산 전액삭감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좌초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시는 예산삭감 3일 만인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의 예산삭감에 대해 유감을 표출했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당시 ‘예산삭감과 관련하여 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예산삭감 사태에 안타까움과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내년도 추경예산 편성을 1개월 앞당겨서라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채 시장은 시의회의 예산삭감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했다. 예산심의에 정치적 논리가 작용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채 시장은 기자회견 이후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을 방문, 주5일제 수업관련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에게 시의회의 예산삭감으로 창의지성교육이 어렵게 됐다는 설명과 동시에 힘을 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모 학부모는 “시의원들을 향해 시위라도 해달라고 요구하는 분위기 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성시는 오는 2012년 1월9일부터 19일까지 11일간 화성시 관내 23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시정설명회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시정설명회 자체가 시의원 성토의 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지역 정당 관계자는 “지난해 재정난 관련 시정설명회가 최영근 전 화성시장이 타깃이었다면 이번 설명회는 예산삭감에 나선 시의원들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럴 경우 ‘시-의회’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추경 시 예산반영 여부도 불투명해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시의회, 예산삭감 기자회견은 ‘정치 쇼’
화성시의회 예산심의를 담당했던 일부 의원들은 되레 채 시장이 교육을 정치로 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창의지성교육 예산삭감 관련 채 시장의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 쇼’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시의 창의지성교육 사업에 문제점을 지적한 의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집행부의 준비부족’이 예산삭감의 가장 큰 이유였다. 교육 사업에 투자해야한다는 집행부 측 의견에는 백번 공감하지만 교육의 중요성이 큰 만큼 합리적인 예산심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들은 교육사업의 경우 국가사업인데다 창의지성교육 모델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시 발표된 도교육청 핵심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화성시가 예산 전액을 부담하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다.
또 창의지성교육 모델이 25명의 소규모 학급에 주교사·보조교사 배치 등 도교육청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국내최초 시도인 점에서 시행착오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창의지성교육 대상 학교(121개교 중 20개교) 선발 기준 미정립, 학교 간 형평성 문제 발생, 사업의 연속성 등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예산심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시는 경기도교육청의 혁신교육지구 지정 실패 이후 그에 대한 평가를 생략한 채 특성화교육벨트를 추진, ‘돈 잔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특히 특성화교육벨트에 대한 과정진단 없이 창의지성교육을 들고 나와 타당성 검증도 안 된 상태에서 올해 200억원, 내년에 500억원, 2013년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식의 사탕발림 주장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선출직으로서 지역민들을 위한 교육예산을 삭감하는 자체가 쉬운 결정이었겠냐”며 “당장의 질타가 두려워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허술하게 진행해서야 되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