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은 물론 대통령의 국정운영까지도 옳지 않다고 판단되면 거침없는 쓴 소리를 내뱉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조용하다. 더욱이 원했던 원치 않았던 간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권 포기선언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받고 있음에도 이슈가 되고 있는 정국현안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서울광장 잔디’ 운운하며 중앙언론으로부터의 소외를 아쉬워하던 김 지사. 최근에는 그 소외감을 털어버릴 만큼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음에도 신중한 모습이다. 왜일까? 이유는 김 지사 그만이 알고 있다. 그가 잠잠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오세훈發 반사이익 자칫 무임승차론 돌변 우려
서울시發 무상급식 후폭풍 경기도 상륙도 고민
재정난發 공약사업 제동 등 풀 숙제도 ‘산더미’

◆김문수 가만있는데 언론이….

▲ 최근 대권후보로 주가가 상승중인 김문수 경기도지사. ⓒ데일리와이
“서울은 광장에 잔디만 교체해도 (언론에) 보도가 되지만 경기도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웬만해선 보도가 되지 않는다”며 언론에 대한 서운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가 요즘 언론에 자주 비친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대권도전 포기를 선언한 직후부터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신문 가판대에는 김 지사의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실은 시사지들로 장식됐다. 중앙 언론들도 차기 대선에서 오 시장의 빈자리를 김 지사가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기사를 내놨다.
친이(親이명박)계 대권 후보군인 정몽준과 이재오가 등장해 김문수의 조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들이 주류를 이뤘다.
여기에 김 지사와 정책적 연대를 약속했던 정몽준 전 대표는 최근 기다렸다는 듯이 연일 박근혜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지사를 위한 박근혜 저격수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최근에는 오 시장의 주민투표 패배 이후 오 시장과 김 지사의 상반된 무상급식 해법이 또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여소야대 시·도의회 상황에서 오세훈 시장은 의회와 대립의 길을 선택하다 시장직까지 내려놓는 등 쓰디쓴 패배를 맛본 반면 김 지사는 무상급식을 친환경 급식으로 실시한다는 명분을 강조하며 의회와 빅딜에 나섰고 그 결과 경기국제보트쇼, 경기국제항공전, 세계유기농대회 등 자칫 놓칠 뻔 했던 자신의 역점사업을 살리는 1석2조의 결과를 불러왔다는 평가였다.
1년 전 김 지사의 무상급식 대타협은 결과적으로 그의 정치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사례로 남게 됐다.
이처럼 최근 여러 가지 정황만을 놓고 보면 김 지사의 대권주자로서의 주가는 갈수록 상승세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 낮은 자세로 도정 살피기에 집중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4일 추석맞이 민생경제 현장탐방의 일환으로 성남 모란민속 5일장의 한과가게를 방문해 직접 현장판매에 나선 김 지사) ⓒ데일리와이
◆김문수, 조심 또 조심하는 이유
김 지사의 행보는 오히려 정중동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 내 건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라는 슬로건이 연상될 만큼 도 곳곳을 누비며 도정에 전념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쓴 소리는 물론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유일한 정치 활로였던 특강도 수해로 인한 오시장과의 핑퐁특강 무산이후 잠잠한 상태다.
트윗을 통해 들어오는 질문에도 최대한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이다.
김 지사가 정치적으로 부각되는 액션을 취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예전처럼 크게 주목받으려 하지 않으려 해도 김 지사는 이미 주목받는 대상이 됐다.
‘좀 더’를 욕심내다 자칫 오세훈發 반사이익이 되레 부메랑이 돼 대선 무임승차 론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그의 보폭을 좁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후폭풍이 경기도로 불어 닥칠 경우를 우려하는 모습도 있다. 실제 이미 경기도의회 민주당 도의원들은 무상급식 예산을 당초보다 200%로 올리겠다는 선전포고에 나선 상태다. 이에 김 지사는 서울시와 경기도는 상황이 다르다며 ‘직대입 불가론’을 펴고 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대접전이 예고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내년도 예산문제도 김 지사의 대외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김 지사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인 2012년에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한 이유에서다. 올해 대비 30% 가량 가용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 자신이 내세운 공약사업 추진조차 버거운 상태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지난주 실·국장 회의에서 “위기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반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한 뒤 “도의 살림이나 집의 가계나 같다. 재정이 부족하면 우선 아껴 쓰고, 더 벌어 와야 한다”며 방책을 제시한 바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경기도 현안도 김 지사를 도정에 전념하도록 묶어두기는 마찬가지다.
뉴타운 문제에 도내 대학유치 문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리조트(USKR) 조속 추진, 또 이달 중순부터 진행되는 경기도의회 임시회 및 수해관련 예산심의 등 김 지사가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이달 말 예정된 국정감사의 경우는 도정에 대한 감사가 아닌 ‘대권주자 김문수’에 대한 감사가 될 것으로 전망, 흠을 만들지 않으려는 모습도 있다.
김 지사가 몸을 낮추고 도정에 전념하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