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의 교사들은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 교사들에 비해 급여가 적다. 

대신, 신경 쓰고 정성을 쏟고 챙겨야 할 일은 훨씬 많다. 민간의 유치원은 주위의 평가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학부모들에게 잘 못 보이기라도 하면 유치원은 언제라도 당장 문을 닫게 될 수 있다. 그만큼 항상 아이들을 신경 써야 하고, 일은 국공립 교사들에 비해 고되다.

각 시도 교육청은 국공립과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 인건비 보조 성격으로 이것저것 합쳐 월 60만 원 가량의 ‘처우개선비’를 입금한다. 

처우개선비는 열심히 아이들을 살피는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처우개선비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눈물짓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이곳저곳에서 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 사립 교사들은 국공립 교사보다 급여 적을 수밖에 없도록 규제...처우개선비는 그에 대한 보상 성격 

▲ 유아교육법 내용 중. 사립유치원 원비 인상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교사 급여가 국공립유치원 교사 급여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립 교사들에게 주는 처우개선비는 그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주는 돈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이 인색해서 국공립유치원보다 교사 월급을 박하게 주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립유치원이 학부모로부터 받는 원비는 원아 1인당 50만 원 정도다(학부모부담원비와 정부가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유아교육경비(누리과정비)를 합친 금액). 

반면, 국공립유치원이 세금으로 갖다 쓰는 경상경비는 그 두 배 가량인 원아 1인당 100만 원 가량이다(정부기관 통계 98만원. 2016년 기준). 국공립유치원 원아 1인당 총 교육경비가 사립유치원 원비 두 배(114만원. 단설유치원 기준 시설설립비용 포함. 2018년 발표 김정호 경제학 박사 논문)가 넘는다는 민간의 연구 결과도 있다.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처럼 교사 월급을 줄 수 없는 이유다. 운영비나 재정 규모가 국공립유치원 절반 정도 밖에는 안 되기 때문이다. 

원비를 국공립 경상경비 수준으로 올려 받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그 또한 불가능하다. 정부는 사립유치원 원비 인상을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유아교육법에는 유치원 원비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사립유치원이 허용 가능한 원비 인상률은 0.8%다. 원비가 50만 원이라고 했을 때, 사립유치원이 올해 최대 인상 가능한 원비는 4000원 정도다. 

처우개선비는 그래서 나왔다. 정부나 교육청 등 기관들이 선심 쓰듯 지원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사립유치원 원비를 국공립유치원 경비 반값에 묶어두는데 대한 손실보전 성격이다. 

사립유치원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국공립 교사들보다 급여를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에 대한 보상성격으로 교사들에게 주는 돈이다. 

만일,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유치원이 세금으로 쓰는 경비 규모로 원비를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교사들에 대한 처우도 국공립 못지않을 것이다.

◇ 마치 흥정의 도구처럼 전락한 처우개선비...눈물짓는 교사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하지만 일부 시도교육청은 처우개선비를 마치 민간 유치원을 상대로 자신의 지침 등을 강요하기 위한 흥정의 도구처럼 사용하며 교사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2019년 2월 국공립유치원 입학시스템인 ‘처음학교로’ 등에 참여하지 않는 사립유치원 소속 교사들에게는 처우개선비를 주지 않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시교육청 당시 ▲처음학교로 참여 ▲에듀파인 도입 등을 충족하지 못한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는 처우개선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당시 교사들은 시교육청 앞에서 말없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세찬 눈보라까지 친 이 날, 20대 젊은 교사들의 모습은 더없이 쓸쓸하고 안타까웠다.   

그보다 앞서 충북도교육청(김병우 교육감)도 처음학교로 미참여 사립유치원의 교사들에게 기본급 보조(처우개선비) 50%를 삭감하겠다고 해서 교사들이 밤샘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더구나 당시까지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 처음학교로나 에듀파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법적 규정이나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교육청 지침이어서 더 문제가 됐다. 

당시 충북도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도대체 입학시스템하고 교사들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고 기본급을 삭감하겠다는 겁박을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코로나휴업 비상시국에도 처우개선비 갑질 논란 여전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교사 처우개선비를 볼모로 민간 유치원의 운영을 쥐고 흔들려 하는 공권력의 행태는 코로나19로 인한 휴업으로 유치원 운영이 비상시국인 지금도 여전하다. 

경기도교육청(이재정 교육감)은 코로나 휴업시기라도 교사들에게 최저 임금 이상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의 교사들에게는 처우개선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휴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경영사정이 열악한 유치원의 경우, 앞으로 교사들에게 기본급 급여를 맞춰 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치원에 나오는 소수의 긴급돌봄 원아들을 제외하고는 유아들이 등원하지 않는데다, 학부모들로부터 원비를 받기도 어렵기 때문. 

돌봐야할 아이들이 줄어들면, 교사들도 일을 서로 나눠 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출근 일수가 줄어든다면 급여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의도치 않게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교사들도 생겨날 수 밖에 없는데, 그러한 처지의 교사들이 처우개선비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연세숲유치원은 올해 초 코로나휴업 기간 처우개선비를 놓고 벌어진 유치원-교사 간 갈등으로 문을 닫았다.

처우개선비를 못 받게 될 처지에 놓였던 교사들의 분노는 경기도교육청으로 향해야 했지만, 그 불똥을 유치원이 뒤집어썼다. 그 결과, 이곳 유치원은 불과 한 달 짧은 기간 만에 수풀만 무성한 폐허로 변했다. <관련기사 아래>

코로나 휴업에 따른 비상시국이다. 국공립 교사들이야 급여를 받는데 지장이 없지만, 민간의 교사들 입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어느 때보다 처우개선비가 간절해지고 있다. 

하지만 공권력은 이 어려운 시기에도 교사들과 민간의 유치원을 향해 가장 위험한 순간,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또 다시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