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 총선, 4선 안민석 의원이 불안한 이유...미래통합당 최윤희 후보 호감도 급상승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경기도 오산시의 4.15총선 분위기는 겉으로는 조용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팽팽하다. 후보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일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흥미로울 수 없다. 

오산시 총선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미래통합당 최윤희 후보의 양강 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최순실 저격수’ VS ‘아덴만 영웅’의 대결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역 4선 안민석 의원을 단수 추천했고, 통합당은 제38대 최윤희 합참의장을 전략 공천했다.

오산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보수진영 보다는 진보진영 후보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가장 최근 4번에 걸친 총선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지금은 한 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안개속이다. 합참의장과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최윤희 후보의 등장은 이곳의 터주대감 안 의원으로서도 아무것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 미래통합당 오산 최윤희 후보.
◇ 오산을 놀라게 한 ‘진짜 보수’ 출사표...‘아덴만의 숨은 영웅’ 최윤희

최 후보는 이제껏 안 의원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부류의 상대다. ‘말로만 보수’가 아닌 국가를 위한 헌신과 의무, 명예를 중시하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인물. 삶의 궤적이 그렇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누구 눈치 보지 않는 사회 유력인사들이 최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정치신인 최 후보가 초반 열세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호감도와 인지도가 급상승하게 된 것은 그가 지난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의 진짜 숨은 영웅이라는 것이 알려지고부터.

아주대 의대 이국종 교수는 최근 영상을 통해 ‘아덴만 여명적전’에 자신을 포함한 의료진을 현지에 급파해 석해균 선장과 부상당한 장병들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해군참모총장 시절 최 후보라는 것을 알렸다. 그에게 공개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유가 정치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이유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최 후보를 “해군에서 매우 존경받는 인물”, “참 깨끗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최 후보가 아주대 외상센터에 해병대원이 누워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헬기 기수를 돌려 병원을 방문하고 입원한 대원과 그 가족을 위로했던 일화를 언론에 밝히며 그가 “아랫사람을 많이 아끼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총장도 최 후보의 능력을 높이 샀다. 반 전 총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모든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윤희 후보는 그간의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아주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지와 기대를 나타냈다.

특히, 이국종 교수의 지지선언을 비롯해 젊은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최 후보의 인지도는 안 의원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최 후보의 유세현장에서는 젊은이들이 “존경합니다, 장군님!”이라며 그에게 거수 인사를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해군을 제대한 청년들이다.

▲ 더불어민주당 오산 안민석 후보.
◇ 여당 4선 안민석, ‘스타 정치인’ 탄탄한 입지 자랑

최윤희 후보가 만만치 않다 하더라도 오산에서 안민석 의원의 입지는 여전히 탄탄하다. 안 의원은 박근혜 정부 탄핵 정국을 거치며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최순실 저격수’로 주가를 높였다.

지역에서 내리 4선을 지낸 만큼 주민과 밀착도가 높고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는 것도 최 후보가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다. 안 의원은 특히 ‘힘 있는 여당 중진의원’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안 의원의 그러한 자신감은 그의 대표 공약에서도 잘 드러난다. 안 의원은 최근 분당선을 오산까지 연장하겠다는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용인시(을) 김민기 후보와 함께 현재 운행 중인 분당선을 기흥역에서 분기해 오산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분당선 연장은 오산 시민의 염원으로 만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라며, “누가 만들었고 누가 할 수 있겠는가, 바로 여당 중진의 힘으로 오산까지 분당선을 끌고 오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 사업을 내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시키기 위해 자신을 다시 한 번 국회에 보내달라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탁월한 정치감각과 순발력으로 사회 여러 논란 이슈에 편승하며 ‘스타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도 안 의원의 저력이다.

안 의원이 최순실을 거론하며 박정희 군사정권의 해외은닉자금이 400조 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이를 찾겠다고 독일로 향하던 때를 기억해보자. 그는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윤지오의 고 장자연 사건 증언 때도 앞장서서 돕겠다고 나서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오산시 총선, 유권자의 선택은?
◇ 약점도 뚜렷...최윤희는 ‘정치신인’, 안민석은 ‘검증’ 부담

두 후보들은 저마다 지닌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분명하다. 이번 선거 판세를 가를 열쇠다.

최 후보는 안 후보에 비해 아직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낯설다는 것이 약점이다. 오산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토박이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직접 마주하기 힘든 선거 분위기도 아쉬운 부분이다.

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시간이 아쉽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소탈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의 최 후보가 더욱 많은 지역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이야기할 시간이 많았더라면 지금보다는 선거에서 훨씬 더 유리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전했다.

안 후보는 4선 현역의원으로서의 ‘검증’이 부담이다. 국책사업인 분당선 오산 연장을 호기롭게 외치고 있지만, 이 사업은 아직 사전타당성 검증도 통과 못한 불투명한 사업이다. 이보다 중량감이 훨씬 덜한 이전 서울대병원 유치 공약조차 무산된 것을 경험한 시민들이 안 의원의 약속을 얼마나 믿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분히 ‘정치쇼’에 능하다는 이미지도 안 의원이 가진 양날의 검이다. 윤지오 지지선언 당시에는 단숨에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곧 윤지오의 거짓 증언 논란에 휩싸이며 망신을 당했다. 최순실의 숨겨진 재산을 찾겠다고 큰 소리를 쳤을 때도 소리만 요란했지 결과를 내보이진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이종걸 원내대표와 함께 문재인 당대표 사퇴를 주장했던 과거도 그에게는 떼고 싶은 꼬리표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가 문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당시 SNS 글과 언론 인터뷰를 기억하는 친문 유권자도 많기 때문이다.

오산에서는 이 두 후보 외에도 민생당 이규희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 만 46세 젊은 정치인이지만, 지역에서는 나름 인지도를 자랑한다. 그렇더라도 당선권에서는 멀리 있다는 것이 냉정한 분석이다. 다만, 이 후보가 얼마만큼의 표를 득표하느냐에 따라 선거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