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가 국내최초로 정리의궤 13책 복제본을 만들었다.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수원시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이 소장한 한글본 「정리의궤」(整理儀軌) 13책의 복제본을 국내 최초로 제작했다.

2016년 7월 언론보도로 한글본 정리의궤 13책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부터 정리의궤 활용방안을 모색한 수원시는 2년 3개월 만에 ‘국내 최초 복제본 제작’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채색본 1책과 프랑스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이 소장한 12책의 복제를 최근 완료했다. 17일에는 시청 상황실에서 결과보고회를 열고, 완성품을 공개한다.

한글본 정리의궤(원이름은 ‘뎡니의궤’)는 ‘현륭원 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 ‘화성성역의궤’ 등을 한글로 종합 정리한 의궤로 국내에는 없는 판본(板本)이다.

현존 한글의궤 중 가장 이른 연대의 의궤로 추정된다. 총 48책 중 13책만 현존하고, 12책이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에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채색본 정리의궤(성역도) 39는 화성행궁도 등 수원화성 주요 시설물과 행사 관련 채색 그림 43장, 한글로 적은 축성(築城) 주요일지 12장 등 총 55장으로 구성돼 있다.

정리의궤(성역도) 39에는 화성성역의궤에는 없는 봉수당도, 당낙당도, 복내당도, 유여택도, 낙남헌도, 동장대시열도 등이 수록돼 있어 가치가 크다. 왕실의 기록문화뿐 아니라 당시 한글 언어생활까지 알아볼 수 있는 활용도 높은 문헌이다.

프랑스가 소장한 한글본 정리의궤는 한국의 첫 번째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빅토르 꼴랭 드 쁠랑시’(Victor Collin de Plancy, 1835~1922)의 수집품으로 12책은 국립동양어대학에 기증했지만, 채색본은 어느 시점에 경매상을 거쳐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글본 정리의궤 13책은 2016년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2018년 5월 13~20일 사진 촬영, 색 감수, 실측 등 작업을 위해 두 번째로 프랑스 현지에 방문했는데 200여 년의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보존 상태는 완벽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시는 종이·서지·염료·역사 등 분야별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실측을 하고, 복제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채색본은 원본의 입체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색 감수를 담당한 모사 작가가 보채(빛이 바래거나 지워진 것을 다시 칠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채색본은 원형복제본(원본이 처음 편찬된 당시 재현)과 현상복제본(변·퇴색한 유물 현 상태를 재현)을 제작해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 상태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정조 시대와 수원화성 연구에 큰 힘이 될 한글본 정리의궤가 우리 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발견되고 복제돼 기쁘다. 문화콘텐츠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은 18일부터 12월 16일까지 수원화성박물관 특별기획전 ‘수원의 궁궐, 화성행궁’에 전시된다.

수원화성박물관은 전시 개막에 앞서 18일 오후 2시 영상교육실에서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 학술 총책임자 벤자민 기샤르(Benjamin Guichard)와 아시아학술담당 솔린느 러쉬세(Soline Lau-Suchet)를 초청 강연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