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행사 유치한 한국물산업협회, 행사비용 절반 정도만 지급
사단법인 설립허가도 못 받은 단체로 확인..대행사와 민사 소송
이달초 중기부로부터 한국물기업협회로 이름 바꿔 법인설립 허가

▲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하는 국제 컨퍼런스를 국내 유치한 한국물산업협회가 행사 비용을 절반 정도 밖에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열렸던 세계 물의 날 기념 국제 컨퍼런스가 행사비용을 놓고 뒤늦게 논란이다.

중국 국제건강음용수산업발전회가 세계 여러나라의 물산업 관련 권위자들을 초청해 매년 해외에서 열던 이 행사를 공동주최 자격으로 국내 유치하고 행사 전반을 주관한 것은 한국물산업협회다. 

그런데 한국물산업협회가 대행사에 행사비용을 절반 정도밖에 지급하지 않아 민사 소송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물산업협회가 사단법인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열었던 것은 올해 2월 22일.

협회는 이날 임원진을 선출하고 협회 첫 공식일정으로 세계 물의 날 기념 국제컨퍼런스(제16회 국제건강수 산업발전 세미나)를 국내서 개최키로 하고 사업계획 및 예산을 심의했다.(총회 제6호 의안)

이 행사는 예정대로 올해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국내서 열렸다. 주요 일정으로 중국 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중국 리푸싱 교수, 미국 제랄드 폴락 교수, 독일 콘스탄틴 마이엘 교수, 일본 타지와 켄지 교수 등 학계 권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강남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학술대회 컨퍼런스가 열렸고, 산업시찰을 하는 등 일정으로 마무리됐다.

대규모 국제회의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사단법인 창립총회서부터 행사를 치르기까지 준비 기간이 불과 한 달여 남짓에 불과했지만, 행사는 전반적으로 순조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물산업협회 K회장이 운영하는 회사 블로그를 보면 이 행사 소식을 전하며 “제16회 국제건강수산업발전 세미나 일정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했으며, K회장은 22일 열렸던 컨퍼런스를 마무리하며 “본 학술대회를 통해 물연구와 인류문화발전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계기가 됐으며, 새롭고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 한국물산업협회의 큰 발전과 성공을 이루겠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물산업협회는 정작 행사가 모두 끝나자 전반적으로 행사비용이 부풀려져 있고 행사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대행사와 당초 협의했던 1억1000여만 원 행사 대금의 절반 정도 밖에 지급하지 않았다. 한국물산업협회와 대행사 간 계약서도 작성되지 않았다.

대행사 측은 “행사를 급하게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도 성실히 준비하고 마무리했다. 그런데 정작 행사가 끝나고 나니 대금을 못 주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협회에 계약서도 건넸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차일피일 작성을 미뤘다. 이미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구두 약속을 믿고 행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반면 한국물산업협회 측에서 실무를 진행했던 협회 L부회장은 “(행사가 끝난 후) 견적을 항목별로 검토해보니까 바가지도 보통 바가지가 아니었으며 행사 퀄리티도 문제였다”고 비용을 다 지불하지 않은 이유를 전했다.

▲ 지난 3월 22일 서울 더케이 호텔에서 열렸던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했던 김현원 교수,  Konstantin Meyl 교수, Gerald Pollack 교수(왼쪽부터). 한국물산업협회 회장사 블로그 캡처.
사단법인 설립허가 못 받고 물산업 국제 컨퍼런스 유치..행사 끝나자 태도 바꿔

L부회장은 또 견적이 비싸다면 행사준비 전에 대행사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라는 업체 측 주장에 대해 “그게 맞지만 그때 당시 사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계약서 검토와 작성도 (차일피일 미룬 것이 아니고 시간상)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L부회장은 또한 “대행사 대표는 여기 나타난 적도 없다. 더구나 대행사에서 이 행사를 총괄한 P실장이라는 사람은 그곳 직원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도 아닌 사람을 직원이라고 속여서 행사를 형편없이 진행해 놓고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제 법원에서 그런 것들을 따질 것”이라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확인결과 P실장은 4대 보험까지 등록된 대행사의 정규 직원이었다.

대행사 대표는 창립총회 당시 사업계획 브리핑과 컨퍼런스 행사에도 직접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L부회장과는 행사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호텔 관계자들까지 함께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 관계부처에 확인한 결과 사단법인 한국물산업협회라는 비영리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 당시 사단법인 명의로는 애초부터 계약을 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한국물산업협회는 2월 창립총회를 가졌지만, 3월 행사를 열 때까지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지 못했다.

‘물산업’ 관련 활동 비영리단체 설립허가는 주로 환경부 소관으로 알려졌는데, 한국물산업협회와 비슷한 명칭을 쓰는 비영리단체가 이미 환경부로부터 법인설립 허가를 받아 활동 중이다.

그런 이유 등으로 한국물산업협회는 법인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올해 8월 2일에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한국물기업협회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현재 법인 등록을 준비 중이다.

법인설립을 위한 서류는 올해 6월 중순경 제출했으며 협회장과 부회장 등 주요 임원진 명단은 그대로다.

대금을 청구할 곳조차 마땅치 않아진 상태에서 대행사는 일단 한국물산업협회와 한국물기업협회가 동일한 단체로 보고 대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게 된 대행사가 향후 행사 공동주최 측인 중국 협회 쪽에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자칫 국내 물산업계의 국제적 망신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물기업협회 K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단에도 수차례 참여한 관련 업계에서는 기능수로 유명한 기업인이며, L부회장은 올해 2월 협회 창립총회 당시 한국물학회 요직 인사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