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인기 편집국장.

[데스크 칼럼] 화성시의 성장속도를 보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 동탄신도시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화성은 그저 그런 별 볼일 없던 시골이었습니다.

그러더니 2010년 이후부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가 됐습니다. 각종 조사에서 도시경쟁력 1위에 화성시가 오르는 것이 다반사가 됐습니다.   

앞으로의 가능성은 더 무궁합니다.

여지껏 시골이었던 만큼 때가 타지 않았습니다. 땅은 넓지만 난개발이 없었으니 도시 밑그림을 그리는데 거침이 없습니다. 그런 만큼 미래를 염두에 두고 마음껏 도시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화성시는 앞으로가 더욱 중요합니다.

2015년 맥킨지가 향후 10년 뒤 화성시가 세계 4대 부자도시가 될 것으로 예측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CNN이 이를 보도했습니다.  

화성시가 부자도시가 되는 것이 당사자들이야 좋겠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놓고 볼 때는 뭐 그리 중요할까요.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더욱 눈여겨 볼 점이 있습니다. 바로 ‘서해’를 품고 있는 화성입니다.

중국과 가까운 쪽 바다를 끼고 있는 화성은 대한민국 226개 지자체 중 독보적으로 ‘세계적인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단순히 넘겨짚는 의견이 아닙니다. 대학의 도시계획을 다루는 교수 등 전문가들이 벌써부터 인정했던 내용입니다.

화성의 서해, 서쪽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동북아 지역의 국제 비즈니스와 관광·레저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할 세계적 국제도시로 키울 수 있습니다.

화성시의 도시경쟁력이 곧 동북아 시대를 맞이하는 국가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것입니다.

화성의 발전을 지자체에만 맡겨두지 말고, 정부 또한 세심하게 살피고 돌봐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동북아시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청년의 땅’ 화성의 서해..수원도심 개발하자고 군공항 ‘알박기’ 용인하겠느냐?..지자체간 합의 전제도 무시..이유 있는 반발

수원시는 지금 수원군공항을 화성의 서해 간척지인 화옹지구로 옮기려 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기에도 애가 타는 게 보일정도로 필사적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수원군공항이 있는 자리는 수원에서는 거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입니다. 이곳을 개발해야만 더 뻗어나갈 곳이 없는 수원시 입장에서 숨통이 트입니다.

군공항이 떠난 자리의 개발 이익금으로 군공항이전 비용을 대고 화성시(이전지 주민)에게도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수원시의 계획입니다.

그러나 화성시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원의 도심지 개발을 위해 이리도 중요한 화성의 서해를 희생시키겠냐며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 화성시의 입장입니다. 55년간 겪었던 매향리의 아픔도 지금에야 겨우 치유하고 있는 현실 속 악몽이었습니다.  

더구나 화옹지구는 에코팜랜드나 말산업단지 등 서해안의 경제·해양레저산업 개발을 위해 국토부가 2016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국비 6700억 원을 투입해 개발해 왔습니다.

올해와 내년 예산까지 합치면 1조 원이 넘게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걸 다 갈아엎고 수원시로부터 이전지원비 5111억 원을 받고 군공항을 짓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화성시의 반발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것도 동북아시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화성의 서해를 망칠 수도 있는 일이니 더 그렇습니다.

여론조성에 필사적인 수원시 VS 가뜩이나 소외감 느끼는 화성 서부주민의 운명을 동부주민이 결정한다고?..주민투표는 화성을 갈가리 찢어놓는 행위..절대로 용납 못한다는 화성시

수원시 입장에서는 수원군공항이전이 평택 미군기지 이전처럼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더라면 좋았겠지만, 지자체간 필요와 합의를 조건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군전력 증강을 위해 반드시 화옹지구로 군공항을 이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그 근거를 댈 수 있으면 일이 편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니 수원 밖에서는 공감을 얻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이 어렵게 되자 마음 급해진 수원시는 화성 주민의 여론을 움직이려 하고 있습니다.      

수원시 산하 군공항이전 정책 담당기구 위원이 직접 화성에서 군공항 이전에 찬성하는 주민단체를 만든 것도 논란이지만, 마치 자신들이 화성의 정책권자라도 되는 것처럼 화옹지구 인근에 신도시와 산업단지, 대학, 대형병원을 짓겠다며 주민여론을 자극하고 나섰습니다.

기댈 곳은 주민투표로 가는 길 밖에 없으니 그러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원군공항 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화성동부지역 주민표를 포함해 화성서부 주민들의 일부 찬성표까지 얻어낸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수원시의 계산으로 보입니다. 

물론 화성시 쪽은 말도 안 되는 막장 드라마 쓰지 말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치공작을 펴더라도 절대로 주민투표까지 갈 일 없으니 단념하라고 합니다.

혹시라도 투표에서 질까봐 나오는 소리가 아닙니다.

가뜩이나 지금도 동부에 비해 개발이 안 된 서부 주민들의 소외감이 심한데, 화성 서부의 운명을 동부주민이 결정하겠다니요.

화성시로서는 동부의 찬성표가 얼마가 나오던지 간에 주민투표는 곧 화성을 양쪽으로 갈가리 찢어놓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보는 듯합니다.

수원을 향해 주민이간질 그만하라는 분노에 찬 목소리도 여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물론 수원시의 절실한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원시는 군공항 이전이 성사된다면 현 군공항 자리에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해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입니다.

수원시 입장에서는 수원시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동북아시대 우리나라의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인 화성 서해의 희생을 담보로 해야 한다면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채인석 화성시장이 얼마 전 수원시의 정곡을 찔렀습니다. 지난 7월 취임 3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였습니다.

채 시장은 수원시가 군공항이 떠난 자리를 아무리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개발한다 해도 화옹지구 만큼 천혜의 해안을 만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채 시장의 당시 발언으로 끝을 맺겠습니다.

화성시와 협의 없이도 화옹지구를 이전예비후보지로 선정한 국방부에도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