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자체 큰형 노릇하던 '수부도시' 자격도 의문..채인석 화성시장에 정곡 찔려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채인석 화성시장이 19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장에서 화성시 화옹지구로의 수원군공항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 정부를 향해 과격한 단어를 사용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경기도 수부도시로서의 체면을 지키지 못하고 ‘품위 없고 이기적’이라고 했다. 자신을 위해 남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얌통머리가 없다’는 거친 비판도 마다하지 않았다.

채 시장은 그동안 수원시를 향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날만은 달랐다. 작심한 듯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나는 되고 너는 안 되고’..극심한 지자체 이기주의 보여준 염태영 수원정부

▲ 염태영 수원시장.
후덥지근한 날씨로 불쾌지수가 극에 달한 탓에 그저 ‘욱’ 했던 것은 아니었다. 채 시장으로서는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채 시장 말처럼 수원시의 ‘얌통머리’ 없는 처사는 화성시가 사활을 걸고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함백산메모리얼파크’를 방해하던 때부터 두드러졌다.

경기도는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화장장이 부족한 탓에 4일장은 빈번해지고 심하면 5일장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심각했지만, 해결할 길이 막막했다. 광역화장장 설치를 추진하다 주민소환 소동까지 벌어진 이전 하남시의 경우를 보더라도 ‘님비’(not in my back yard)가 부담이었다.

그런데 화성시가 총대를 멘다. 도내 여러 지자체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화장장을 포함한 종합장사시설을 추진키로 한다. 지역의 반대 여론도 감수하겠다는 공익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벽에 부딪힌다. 주민님비의 벽은 넘었지만 예상치도 못했고 유례를 찾기도 힘든 ‘지자체 님비’였다.

엉뚱하게도 수원시가 함백산메모리얼파크 예정지 인근 서수원권 일부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장사시설 설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염태영 수원정부는 2015년 6월, 국토교통부가 함백산메모리얼파크 건립 관련 수도권 그린벨트(GB)관리계획 변경(안) 승인 여부에 대한 수원시의 의견을 물었을 당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지선정 과정의 절차적 문제와 갈등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종합장사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갈등 관계의 해소 여부가 중요했는데, 자칫했으면 함백산메모리얼파크 사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수원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함백산메모리얼파크 사업이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자 같은 해 12월 “유감”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또 한 번 훼방을 놓는다. 

인근에 화장장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수원에 특별한 환경피해 우려가 없고, 서수원권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또한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발목을 잡고 늘어진 것이다. 

더구나 수원에는 화장장을 포함한 종합장사시설인 연화장이 있다. 수원의 시민들은 시립 장사시설이 없는 타 시군의 주민들보다 탁월한 혜택을 받고 있다.

장례비 부담은 고사하고 화장장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4일장을 치러야 하는 일은 수원의 시민들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그런데도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수원시의 주장은 화성시 공무원과 주민들 입장에서는 머리털이 뻣뻣하게 설 정도로 뻔뻔한 처사였다. 

당시 채인석 화성시장은 함백산메모리얼파크를 반대하는 수원의 주민들에게 해외 선진지 장사시설 견학까지 시켜주겠다며 갈등해결에 많은 힘을 쏟았다.

그러나 수원시는 서수원권 일부 주민들의 근거 없고 맹목적인 반대를 이유로 ‘갈등해결부터 하라’며 자신들 편하자고 남의 일을 힘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함백산메모리얼파크 건립이 확정되기 전이었던 올해 2월 3일, 수원시는 또 한 번 화성시 관계자들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화를 돋운다.

수원시는 이날 ‘수원시 연화장 그 15년의 발자취’란 제목으로 백서를 발간, 수원시의 평균 화장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며, 이러한 선진장묘문화를 이끌게 된 계기가 ‘전국 최초’ 종합장사시설인 연화장의 영향이라고 자랑스럽게 자신들의 치적을 홍보했다.

수원군공항 이전은 수원시를 위한 사업..‘국책사업’ 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현재 수원시는 화성시 화옹지구로 수원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함백산메모리얼파크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수원시가 화성시의 이해를 구해야할 처지다.

수원군공항 이전 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이유는, 수원군공항이 자리를 옮긴다 하더라도 국방력에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용역연구결과를 통해 수원시를 포함해 여러 관계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국방부로서는 사실 옮겨도 그만, 안 옮겨도 그만인 사업인 셈이다. 국방력 증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아닌 만큼,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기는 앞으로도 어렵다. 

수원군공항 이전에 애가 타는 쪽은 수원시 혼자다. 군공항이 자리를 옮기면 수원에서 거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인 해당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수원시의 오랜 숙원이다.

군공항 이전이 확정되면 국방부로부터 땅의 개발권리를 얻어 그 개발이익금으로 군공항 이전을 완료하고, 이전지의 개발지원금까지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기 힘든 만큼, 수원시 입장에서는 군공항 이전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국방부가 OK 사인을 보냈지만, 사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군공항이 자리를 옮기게 될 이전지 지자체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이 문제다.

염태영 수원정부 정곡 찌른 채인석 화성시장..“저 좋자고 남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 돈 들여 아무리 고색동 개발해봐라, 천혜의 해안만큼 가치가 있겠는가?”

▲ 채인석 화성시장.
그렇다면 현재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방식은 어떠할까?

어렵게 어렵게 국방부가 화성시 화옹지구를 이전예비후보지로 선정하는 데까지는 일을 진행시켰지만, 채인석 시장을 필두로 화성시는 아예 군공항 이전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는 분위기다.

염태영 수원정부 입장에서는 과거 함백산메모리얼파크 일이 캥기고 꺼림직하다.

자신들은 별 상관도 없는 남의 일에 훼방을 잔뜩 놓은 마당에, 화성시에 대고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해 보자고 말을 꺼낼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래서는 군공항이전 사업이 성사될 리 만무하다. 대신 수원시는 화성시의 주민 여론을 움직이는 작전을 펴고 있다. 

수원시는 ‘소통’과 ‘협의’를 강조하며 이전예비후보지인 화옹지구 인근 등 일부 이해관계에 놓인 화성주민들을 상대로 지원계획을 설명하며 열심히 설득 중이다.

그런데 수원시가 하고 있는 그러한 행동들이 화성시가 보기에는 여론 분열, 혹은 조작을 위한 ‘주민 이간질’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화성시 입장에서는 수원시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멀쩡히 잘 살고 있던 화성의 주민들을 선동하고 서로 싸우게 만들려고 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또 한 번 괘씸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극도의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수원시 공무원들이 화성시 공무원들 몰래 화성지역을 찾아가 설명회를 하려다 쫓겨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또한 화성시 입장에서는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대다수 화성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혹시나 그러한 몰래 간담회를 사업 추진의 명분으로 삼진 않을까 걱정이다. 

수원시가 화성주민들과의 소통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수원지역 정치권의 힘을 무기로 국방부와 함께 다음 절차를 추진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화성시를 자극하는 수원시의 행동은 여전히 아랑곳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는 얼마 전 수원군공항이 마치 화옹지구로의 이전이 확정된 것처럼 라디오방송과 TV광고를 내보냈다가 화성시의 항의를 받았다.

더구나 수원시는 국방부와의 공동 공익광고라고 라디오방송에 광고를 내보냈지만, 취재결과 수원시가 국방부의 명의를 도용한 허위광고라는 것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결국 채인석 화성시장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채인석 시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원시는 200년 된 수부도시이지만 너무나 이기적이고 품위가 없다. 비행장 가지고 장난을 친다. 정말 눈앞의 이익만 따진다”고 그간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채 시장은 “수원시가 군공항이 떠난 자리의 지역개발을 위해 일방적으로 화성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수원 권선구 고색동 주변이 소음 피해를 보고 있다..그래서 올곧이 화성이 다 책임져라 (그런 상황인데)..그러나 고색에 아무리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개발한다 해도 (화옹지구만큼) 천혜의 해안을 만들 수는 없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채 시장은 또 수원군공항이 현재 수원뿐만 아니라 화성시에도 걸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수원 고색동도 피해를 보지만, 비행장은 내리는 방면(화성)의 소음이 크다. 화성 (동부)주민들의 피해가 크다. 화성 양감 주민들은 또한 오산비행장 때문에도 피해를 보고 있다. 매향리 주민들도 군사격장으로 오랫동안 피해를 보았다”며 “그러나 화성의 주민들은 피해를 감수할지언정, 남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200년 된 도시와 1000년 역사 화성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간에도 신뢰가 중요하고 소통이 중요하다면, 염태영 수원정부는 채 시장의 말을 한번쯤 진심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