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프론티어] 우리 커피문화 유리천정 깬 ‘태양의 커피’, <카페 디 솔레>

▲ 스페셜티 커피의 장벽을 허문 카페 디 솔레의 오너 이정화씨. 커피는 물론, 웬만한 베이커리에서는 보기 힘든 고급 수제 쿠키까지 직접 만들어 내오는 요리연구가이기도 하다.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스타벅스가 알게 된다면 아마도 가장 마주하기 싫었던 불편한 현실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도 아닌데, 스페셜티(specialty) 등급의 에스프레소 커피가 한 잔에 3000원이다. 아메리카노는 3500원.

그것도 커피 애호가라면 귀가 번쩍 뜨일 스페셜티 등급의 에티오피아 케파(Keffa)와 케냐 마사이(Masai) 원두로 만든 커피가 그렇다.

‘스페셜티’ 등급 에스프레소가 한 잔 3000원

▲ 카페 디 솔레의 스페셜티 등급 커피 원두. 현재 에티오피아산과 케냐산 두 종류를 사용하는데, 이후 원두의 종류를 더 다양하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얼마 전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문을 연 카페 디 솔레(cafe di sole) 이야기다. ‘태양의 커피’를 파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스페셜티 등급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스타벅스나 아니면 다른 대형 매장의 커머셜(commercial) 등급 커피보다 주머니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니. 

깔끔하고 환한 분위기에 벽에 걸린 인물 사진이 돋보이는 이곳은 커피와 쿠키에 흠뻑 빠진 자매가 운영하고 있다.

언니는 주로 커피를 만들고, 동생은 매장에서 직접 쿠키를 굽고 빵까지 만든다.

해외 생활을 오래하고 평소 커피를 즐겼던 자매는 스페셜티 커피는 왜 그렇게 비쌀까 생각했다. 서너 명이 커피 몇 잔을 마셨는데 4~5만 원이 훌쩍 넘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스페셜티 커피의 대중화. 한 참을 고민하고 발품을 판 끝에 마침내 매장을 열었다.   

좋은 원두를 쓰자니 커피 가격이 문제였다. 그래서 당찬 이 여성들은 궁리 끝에 매장 월세가 비싼 서울 대신, 평촌에 카페를 열기로 결정했다.  

거주지 서울에 매장을 냈으면 좀 더 편했을 테지만, 그러자니 생각보다 손님의 부담이 만만치 않게 올라갔다.

그 흔한 커피의 재발견..‘스페셜’한 수제 쿠키까지..숨겨진 보물 같은 곳

▲ 카페 디 솔레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쿠키와 빵. 왼쪽 아래에는 코코넛 마카롱까지 보인다. 위에는 역시 스페셜티 등급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이 커피가 한 잔에 4000원이다.
솔레의 커피는 향이 진하다. 우드 향이 배어나고 열대과일의 향도 느껴진다. 쓴맛과 단맛, 신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커피 한 잔에 14그램의 원두를 갈아 넣는 것이 보통이라면, 이 곳은 22그램의 원두를 사용한다. 그 향과 맛이 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깔끔하다. 목 넘김 이후 뒷맛이 아주 개운하다. 텁텁함은 없고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흔히 먹어왔던 커피와는 분명히 다르다. 커피의 재발견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커피를 내주고 싶어서 연 매장인만큼, 품질 관리는 철저하다.

우선 로스팅(원두를 볶는 과정)을 엄격히 관리한다. 비록 고가지만 서울 한남동에 있는 로스팅 전문점에 솔레 커피만의 개성을 낼 수 있도록 로스팅 정도를 지정해주고 주문을 맡겼다.  

원두는 무려 세 종류를 사용한다. 순수 원두만을 사용하는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 등은 스페셜티 등급의 케파와 마사이 원두만을 사용한다.

하지만 라떼나 모카 등 다른 재료가 첨가되는 커피는 그 맛을 살리기 위해 브라질산 원두를 따로 쓴다.

원두 종류가 늘어나면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도 따로 사용해야 하고 번거롭다. 하지만 이 곳은 그렇게 정성을 들인다. 이 역시 다른 일반 커피 매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매장에서 갓 구워 내오는 수제 쿠키 또한 솔레의 자랑이다. 스페셜티 커피 못지않은 스페셜한 쿠키다.

솔레에서는 시나몬, 호두, 코코넛 쿠키 등 여러 종류의 쿠키는 물론이고, 케익과 멕시코 부리또, 퀘시디아까지 다양한 메뉴를 맛 볼 수 있다.

요리연구가이면서 파티쉐로도 활동했던 동생 사장이 그날그날 몇 가지 종류를 엄선해서 만든다.

그런데 막 구운 쿠키에서 배어나오는 향과 맛, 신선한 풍미가 유별나다. 핸드메이드 쿠키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쿠키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운이 좋은 날은 웬만한 베이커리 전문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코코넛 마카롱까지 맛 볼 수 있다.

오전 시간에는 특히 날마다 종류를 달리하는 수제 샌드위치와 햄버거가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매장을 연지 한 달여 남짓. 손님들의 반응은 어떨까?

▲ '좋은 커피를 좋은 사람들과 부담없이'..카페 디 솔레의 커피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바리스타 언니 오너 이정현씨.
물론 이곳 커피 맛을 보고 어디 커피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 스페셜티 등급의 커피라는 것을 바로 맞추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그런 손님들은 어떻게 이 가격에 그런 커피를 내오느냐고 깜짝 놀라곤 한다. ‘일부러 찾아가기도 힘든 스페셜티 커피점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딱 그런 표정이다.

거기다 매장 어디에도 우리는 고급 커피를 판매한다는 홍보 문구 하나 없다. 놀라움과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런 손님들이 이후 단골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꼭 그런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과하게 로스팅한 쓴 커피 맛에 익숙한 사람들은 “커피 제대로 나온 것 맞느냐”고 묻기도 했단다. 이제껏 먹어왔던 커피와는 맛이 다르다는 항의였다.

꽃향기가 유별난 역시 스페셜티 등급의 에티오피아 첼바(Chelba) 커피를 내올 때 일이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고급 커피지만, 이곳에서는 싱겁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어차피 커피도 기호식품이니까, 등급이 높고 좋은 커피라고 해서 꼭 누구에게나 맛있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솔레 자매 사장의 말이다. 구하기도 힘든 고급 원두 커피를 일반 커머셜 커피보다 싸게 파는데, 그 속을 몰라주다니. 힘이 빠지고 실망할 법도 하다.

그런데 그런 기색이 없다. 솔레가 문을 연 이유도 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와는 새로운 솔레의 커피가 평가를 받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입견 없이 솔레 커피 맛을 보시고 인정해 주시고 다시 찾아오는 손님을 보면 힘이 납니다.” 

그렇다고 손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첼바 대신 좀 더 우리 입맛에 익숙할 수 있는 케파와 마사이로 커피 원두를 바꾼 이유다. 

솔레는 아직 손익분기점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매장을 연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매출에 비해 재료비나 운영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통계를 낼 수 없다.

사실 지금의 커피 값이 적정한지도 예상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부담 없는 가격에 질 좋은 커피와 쿠키를 내놓는다는 원칙은 지켜나간다는 각오다.

솔레는 매출보다는 정성, 이익보다는 노력을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좀 더 다양한 커피를 알리면서 우리의 커피 문화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싶다고 했다.

“좋은 커피를 좋은 사람들과 부담 없이”...솔레가 열어가는 커피 문화

▲ 아직은 시작이지만 카페 디 솔레는 스페셜티 커피의 장벽을 허문 곳이다. 솔레는 가까이에서 맛있고 좋은 커피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커피 문화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스페셜티의 바람을 타고 스타벅스에서도 2014년쯤부터 우리나라에 스페셜티 등급의 커피를 판매하는 리저브(Reserve) 매장을 열고 있다.

솔레에서 판매했던 첼바 커피는 해외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도 판매했던 커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국내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의 수는 70곳이 조금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저브 매장에서 판매하는 스페셜티 커피는 7000원 정도부터 1만 원 대를 넘기도 한다.

국내에서 원두 커피의 고급화와 대중화를 이끌었던 스타벅스는 유달리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 이탈리아나 북유럽 등지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올해까지 아직 스타벅스 매장이 제대로 진출조차 못하고 있다.

핀란드나 노르웨이, 스웨덴처럼 커피를 많이 마시는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스타벅스는 대중에 그리 친근한 존재가 아니다.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에스프레소의 현지 가격은 비싸도 우리 돈으로 2~3000원 대 정도.

아마도 커피를 마시는 문화의 차이,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커피의 질, 매장의 분위기나 가격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커머셜 등급의 흔한 커피가 아닌, 스페셜티 등급의 고급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솔레는 여기에 한 가지 더 당찬 도전을 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의 대중화다.

때론 혼자서도, 혹은 동료나 친구끼리, 아니면 연인이나 좋은 사람들이 만나 부담 없이 즐겨야 하는 것이 커피다. 아무리 좋은 커피라도 너무 과한 값은 부당하다는 생각이다.

스페셜티 커피라 하더라도 부담 없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솔레의 도전이다.

<미디어와이는 도전하는 대한민국의 청년을 응원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청년들을 ‘청년프론티어’를 통해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