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9대 대통령 선거 이후...미디어와이 정치분석

▲ 홍인기 편집국장.

바른정당 이야기다. ‘보수의 희망’의 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많은 국민들은 바른정당에 냉담했다. ‘공범’으로 봤다.

열성 보수 유권층은 더 심했다. 바른정당을 난파하는 배에서 저 혼자 살아남으려는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정체성을 의심받은 것이다.

바른정당이 내건 보수개혁의 기치는 묻혔다. 선거철 유불리를 따져 정당정치를 유린하는 철새들로 봤다. 그게 현실이었다. 

창당할 때의 처음 기대와는 달리 지지율은 바닥을 찍었다. 주요 5개 정당 가운데 최하위였다.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희망은 더욱 없었다.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였다.

대통령 선거는 고사하고, 내년 지방선거가 걱정이었다. 그 다음 총선은?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는 당. 앞이 보이지 않았다.

2일. 바른정당 13명의 의원이 탈당하고 새누리당의 명맥을 이은 자유한국당에 입당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역시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당정치를 망치는 철새들.

보수를 개혁하자고 나온 지가 언젠데 이제 상황이 불리하다고 다시 자신들이 욕했던 본가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탈당 명분을 찾기 마땅치 않으니 역시나 현재 우리사회에 실재하는지 극히 의심스러운 ‘좌파·우파’ 이념을 명분 삼았다.

좌파가 득세하면 나라가 망하니 그나마 유력 보수 후보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극히 초라하고 비겁한 변명이다. 대한민국을 양 갈래로 찢어 놓더라도, 우선은 내가 살고 봐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시대착오적이다.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들은 없다. 지금이 어떤 세대인데.

스스로 아무리 포장을 하더라도 국민들 보기에는 그저 자기들 살겠다고 선거철마다 이리저리 옮기는 철새들에 불과하다. 

전체 의원 31명 가운데 13명이 당을 떠난다고 했으니 바른정당은 위기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창당 이후 지금까지 줄곧 위기였다. 정체성을 의심 받았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보수 개혁의 의지가 있을까 의심 받았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의심을 불식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정당정치를 거부하는 정치철새들이 스스로 떠났다. 일부러 일을 이렇게 만들기도 쉽지 않은 호재다. 

바른정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 혹은 정통 보수의 아류라는 오명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다.

이 불리한 상황에 당에 남는 사람은 개인의 영달을 따지지 않고 보수의 재건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 보수 개혁의 옥석이 가려진 것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조건은 있다. 유승민 대통령 후보가 선거를 완주하는 것이 첫 번째다. 다음에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당정치를 고수하겠다는 것.

국민들은 진보와 보수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원한다. 지금은 진보가 득세지만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정당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대선에서는 전통의 거대 보수·진보 양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정말로 보잘 것 없었던 당들이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니 정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우리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인물도 인물이지만 좌우 색깔론이 아닌 정당의 정책을 보고 투표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한 날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정치권뿐이다.

복잡하게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을 뒷받침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뽑아 정당정치를 하기보다는 그저 색깔론으로 선택을 받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이 엄중한 정국에 욕을 먹은 이유. 정당정치를 너무 우습게 봤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현대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충격이었지만, 우리 정치권의 재편을 가져왔다.

빨갱이와 재벌로 사회를 가르며 말 잘듣고 줄 잘 서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나라. 그래서 그런 단순한 사고의 거수기들을 통솔하기도 쉬웠던 나라. 

그러나 이번 대선정국을 기점으로 나라가 변하고 있다.

인물이 아닌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나라. 색깔보다는 정책과 전문성을 보고 사람을 뽑는 정당정치를 우선하는 나라가 바로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