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 좋은시정위원회가 시를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좋은시정위원회 위원장인 염태영 수원시장.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민관의 협치’로도 해석할 수 있는 거버넌스 기구로 지난 2011년 출범한 수원시 좋은시정위원회(위원장 염태영 수원시장)가 논란에 휩싸였다.

시민의 목소리를 관(官)에 전달하기 위해 탄생했지만, 관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오히려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침묵시키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좋은시정위원회는 비상취수원을 광교정수장에서 파장정수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수원시 수도정비기본계획변경안을 당초 시의 원안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22일 시에 권고했다.
  
시는 지난해 8월 그러한 내용의 수도정비기본계획안(원안)을 환경부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환경단체들이 광교 비상취수원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광교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전 단계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자, 시는 지난 12월 1일 환경부에 원안 진행 유보를 요청했다.

대신 좋은시정위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맡겼는데, 좋은시정위는 이날 투표를 통해 찬성 24, 반대 19 의견으로 원안을 승인받을 것을 권고하며 결과적으로 시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러나 수원시의 공무원들도 이날 투표에 참여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좋은시정위는 염태영 시장을 위원장으로 상임위원회인 기획조정위원회(6명)와 일자리, 안전도시, 환경교통, 교육자치, 복지여성 등 5개 분과로 구성됐다.  

5개 분과는 각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는데, 각 분과마다 1명씩의 공무원이 포함됐다. 이 공무원들이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이에 48개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된 광교상수원보호구역해제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공무원들은 시장의 통제를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이다. 입장이 빤히 정해진 사람들이 투표한 표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좋은시정위에 “이처럼 납득할 수 없는 방식이 어떻게 용인 됐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시정위가 사실상 수원시의 거수기 노릇밖에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명을 촉구했다.

좋은시정위가 사실상 시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고 있다며 범대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좋은시정위는 시의 원안 승인 추진을 권고하면서, “수도정비기본계획안이 장기간 보류될 경우 시의 다른 계획과 사업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수도정비기본계획안 (원안)승인 추진과 광교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별도의 절차”라고 선을 그었다.

보호구역 해제 문제는 이후 범시민적 대화 기구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범대위는 그러나 “원안대로 수도정비기본계획이 통과된다면 광교저수지는 비상취수원의 역할이 공식 폐기된다. 비상취수원이 폐기되면 상수원보호구역 존치 이유 또한 사라지게 된다”며 “결국 원안 통과는 상수원보호구역해제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범대위는 좋은시정위가 마치 시의 원안 계획을 통과시키는 방법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말로 광교상수원보호구역해제에 관해 ‘충분한 논의’를 할 생각이었다면, 광교 비상취수원 변경 계획만을 보류하고, 나머지 계획은 그대로 포함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환경부에 제출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2일 좋은시정위 투표 당시 그러한 수정안(2안)이 표결에 부쳐질 수도 있었다.

좋은시정위는 그러나 시의 원안(1안)을 먼저 표결에 부쳐 24대19로 통과하자 2안을 표결에도 부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시정위의 역할에 관해 의문은 또 있다.

당초 수원시장의 약속사업(공약) 실천사항 점검과 이행평가가 주 활동 반경인 좋은시정위가 왜 수도정비기본계획 같은 의제까지도 손을 대느냐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거버넌스 협의체이고 환경관련 분과도 있어 광교상수원보호구역 문제 논의를 맡겼다”고 해명했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범대위 측은 염 시장이 자신이 결정하기 곤란한 일을 좋은시정위에 떠넘겨 시민의 선택이라고 포장하는 동시에 자신은 비난을 피해가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시는 “범대위에 속한 단체의 많은 대표들도 좋은시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좋은시정위에서 토론하고 투표에 참여해 반대할 수도 있었는데 (범대위가) 그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좋은시정위가 사회적 합의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지난해 11월 8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광교 주민과 범대위와의 간담회, 전문가토론회 등을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좋은시정위의 권고에 따라 환경부에 수도정비기본계획변경안의 절차 이행을 요청하고, 환경부의 판단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광교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권고안에 이견을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이번 권고안은 상수원보호구역 변경과정이 아니다”라고 여전히 강조했다.

범대위는 광교상수원보호구역해제 반대를 위한 시민 청원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간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