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화옹지구라니...화성동부 주민들도 수원군공항 이전 소식에 분노

▲ 화성동부주민들이 수원군공항 화옹지구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화성시 동부 주민들이 수원군공항의 화성 화옹지구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화성서부권 주민의 반발은 예상됐지만, 수원군공항으로 인해 피해를 받아왔던 동부권 주민들의 반발은 의외다.   

수원군공항 이전에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방부와 수원시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거기다 동부권 주민들의 반발 이유가 그냥 듣고 넘길만 한 문제가 아니다. 환경문제로 어젠다가 옮겨갈 조짐이다.

동탄과 병점 등 화성동부 주민들로 구성된 ‘수원군공항 화성이전반대 동부지역시민모임’(가칭)이 결성됐다.

동부시민모임은 10일 오후 12경 동탄센트럴파크 입구에서 집회를 갖고 “화성동부주민 대다수가 수원군공항 이전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16일 국방부가 화성시의 동의 없이 수원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옹지구를 선정한 배경에는 화성 동부권 주민의 찬성여론을 따른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주민들은 “병점과 동탄 등지에 사는 우리 화성 동부 주민들은 오히려 수원군공항의 화성 이전을 반대한다”며 “더 이상 동서 갈등 또는 민민 갈등이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쟁의 아픔을 겪은 매향리 주변에 다시 군공항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화옹지구 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은 “2005년 8월 미군사격장이 폐쇄되기까지 매향리는 54년을 한결같은 폭격과 전투기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오폭과 불발탄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많았지만, 극심한 소음 피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더 많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을 추진 중인 매향리가 “이제 아픔을 딛고 이제 세계적인 평화의 상징이 되어 다시금 꽃을 피우고 있다”면서 인근에 다시 군공항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했다.

주민들은 또 “화옹지구의 화성호와 남양만은 인류가 지켜야 할 생명의 땅”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화옹지구가 “경기도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자연 해안선과 갯벌이 살아있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조류만 18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도요물떼새 2~3만 마리가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생태 공간”이라며 “이곳은 화성뿐 아니라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인류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이유 등을 들며 주민들은 국방부를 향해 “생명과 평화를 파괴하는 수원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 결정을 철회하라”고 말했다.

동시에 “경기도와 수원시, 화성시와 머리를 맞대고 군공항 피해의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라”며 “고통 전가, 갈등 조장의 방식을 버리고 진정한 상생 발전을 위한 방안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