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요즘 우리 정치권에 ‘연정’이라는 말이 많이 돌아다닌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연정을 주장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연정이 마치 굉장한 선의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말처럼 들린다.

연정을 하자고 하면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인정하는 좋은 정치인. 연정을 거부하면 편협하고 상대를 배척하는 나쁜 정치인. 혹시라도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기를 원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정당 정치를 하고 있는 나라에서 연정이라는 것이 반드시 그렇게 좋은 개념은 아닐 것이다. 

생각도 다르고 지지기반도 달리하는 두 개 이상의 당이 연정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정책 때문이다. 당이 존재하는 이유와 서로 맞아 떨어지기 때문.

당은 자신들의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펴기 위해 정권을 가져와야 한다. 그것이 당의 숙명이다.

힘이 부족한 당들이 모여 정권을 창출하거나, 필요한 만큼의 의석수를 채우기 위해 태생과 성격이 다른 상대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 그것이 본래 의미의 연정일 것이다. 

연정을 위해서는 연정 정책을 먼저 서로 합의하고 엄격한 계약을 해야 한다. 내 정책 하나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상대의 때론 무리한 요구도 수용해야 한다.

하나를 얻자니 하나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당이 그동안 추구해 왔던 노선과 다르고, 정체성이 흔들리기도 한다. 이때 당원들은 실망하며 당을 비난하고 때론 떠나기도 한다.   

그러한 위험과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오로지 당의 사활을 건 정책을 위해 다른 당과 연정을 하는 것이다. 연정의 이유와 성패는 연정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정책이 빠져 있는 연정은 당연히 왜 연정을 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직면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선거철만 되면 유불리를 따져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툭하면 당명을 바꾸고 신분세탁을 한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지금의 당명을 가진지 저마다 얼마나 됐나. 그 전에는? 또 그 전에는?

당연히 당의 이름을 걸고 추구하는 각 당의 정책들이 ‘탁’하고 생각날 리 없다.

정책은 저 뒤에 홀대받고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연정이니 뭐니 하는 소리부터 먼저 나오니 많은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연정이라는 단어가 당의 정책 실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선거철 유불리 극복을 위한 개인적인 계산에서 나온 말은 아닌지.

서로 다른 당 인물들이 정부 요직을 한 자리씩 나눠 갖는 것만으로 연정을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행여 그렇다면 자기들 좋자고 하는 연정이지, 국민 좋자고 하는 연정인가?

정책이 실종된 연정은 공허할 수밖에 없고 그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다.

모든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소수당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협의하는 자세는 연정보다는 협치에 가까울 듯하다.

남의 나라 이야기라도 일단은 말을 들어주고 배려해 주며 협의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 간 신뢰와 존중은 당연할 것이다.

의회 다수결이 마치 전지전능한 의회 민주주의 원칙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협치는 따로 강조할 필요 없는 민주주의 국가 정치인의 자세로 보인다.

그러니 연정과 협치를 혼동하지 말고 연정이 필요하다면 10년을 넘겨 강산이 변해도 변함없을 당의 정책부터 숙고해서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