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피플와이드 인터뷰
이탈리아 요리가 이렇게나 마음을 끌다니[청년프론티어] 서울 속 작은 나폴리, 알레딴떼 장윤희 셰프
홍인기  |  news@mediawh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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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3  19: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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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안쪽 골목에 지난해 10월 문을 연 ‘알레딴떼’(Allettante)는 이탈리아 요리를 파는 곳이다.

3층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넓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그러나 깔끔하고 환한 분위기가 편안하고 아늑하다. 가게에 들어서면 주인 자매가 손님을 맞는다. 역시 편안하게 사람을 대한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그냥 지나칠 만한 곳이 아니다.

알레딴떼 장윤희 오너셰프는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매년 열리는 카푸토(CAPUTO) 세계피자장인대회에서 지난해 대한민국 출전자 중 최고 등수를 차지했다.

피자에 관한 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세계의 피자 장인들과 겨룬 장 셰프의 기록은 30위.

이 대회 성적만을 놓고 따진다면 알레딴떼는 국내 최고의 이탈리안 정통 피자를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더 눈여겨 볼 것은 알레딴떼에서 피자는 오히려 평범한 축이다.

해물스프인 주빠 디 빼세(Zuppa di Pesce)나 파스타, 리조또, 라구, 샐러드, 디저트까지 여러 이탈리아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낸다.

그렇다고 음식 값이 비싼 것도 아니다. 3~4인 가족이 서너가지 메뉴를 시켜 먹어도 1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알레딴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았더니 마침내 ‘꿈’이 눈앞으로

   
▲ 도전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알레딴떼 장윤희 오너셰프.
처음에는 그냥 막연한 꿈이었다. 자신의 가게를 내고 싶다는 꿈. 그래서 직접 만든 요리를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

그러다 마침내 도전해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10년 전 장 셰프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로 향했다.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은 세계 3대 요리 학교 중 한 곳으로 불리는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그곳에서 요리를 배워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래 머물 수 없었다. 그곳에서 가르치는 요리는 너무 자극적이고 가공된 재료도 많았다. 장 셰프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요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다시 궁리한 끝에 이번에 그가 향한 곳은 이탈리아에 있는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 요리학교. 이곳 역시 세계 3대 요리학교로 인정받는 곳이다.

이탈리아에서 그는 마침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요리를 만났다.

ICIF에서 마스터 코스를 거치는 동안 학교에만 있지 않았다. 말을 배우고 방학에는 현지 실습을 나가 그곳 사람들이 실제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공부했다.

학업을 마치고 나서는 미슐랭 가이드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주방에서 일을 했다.

이탈리아의 북부와 남부 음식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는 밀라노와 피렌체 등 북부지역에서부터 피자로 유명한 나폴리가 있는 남부지역을 훑었다. 

그렇게 떠돌며 음식을 맛보고 일을 배웠다. 현지 셰프로부터 매일 눈물을 빼는 혹독한 수련이 이어졌다.

나폴리에 와서는 피자 굽는 법을 배웠다.

이상한 것은 ‘나폴리 피자’의 유명세에 반해 이탈리아 현지에서 피자를 만드는 일은 셰프 축에도 끼지 못했다.

오죽하면 일하던 곳의 현지 유명 셰프들은 화가 나면 “일 그렇게 할 거면 나폴리 가서 피자나 구어라”는 소리를 다반사로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나 장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이탈리아에서는 피자가 그런 위치였다.

그러나 우리 토박이가 아니면 제대로 된 김치나 장의 맛을 내기 힘든 것처럼, 이탈리아 피자도 마찬가지였다. 그 맛을 내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 속에 섞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장 셰프는 나폴리에서 작정하고 피자 배우는 일에 뛰어들었다. 깜짝 놀란 것은 현지 사람들이었다.

여자가 화덕 장작에 직접 불을 피우고, 남자도 힘든 도우반죽을 친다고 하니, 현지 피자이올로들은 얼마나 갈까 비웃었다. 그것도 작은 손과 가녀린 팔뚝을 가진 동양여자가.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영어 한 마디 안 섞인 이탈리아 말을 쓰며 아침저녁으로 피자굽기에 온 힘을 쏟는 동양 여자에게 마음을 열었다. 서로 가까워지고 어느새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장 셰프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정통 나폴리 피자협회(AVPN-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로부터 나폴리 피자를 만드는 기술보유자로 인정을 받았다.

그렇게 되기까지 이탈리아에서 수 년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어떻게 감당을 했나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웠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짐을 꾸려 이번엔 프랑스로 향했다. 역시 세계 3대 요리 학교로 인정받는 르 꼬르동블루(LE Cordon Bleu) 본교에 입학해 프랑스 요리를 배웠다.

단순하고 어찌보면 순수한 이탈리아 요리에 색을 입히고 싶었다.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귀국했다. 장 셰프는 그 긴 시간 동안 언제나 자신을 그림자처럼 뒤에서 지켜주고 응원해 준 친언니와 함께 마침내 지난해 10월, ‘알레딴떼’의 문을 열었다. 

10년 전의 소박했던 꿈을 기어코 현실로 만든 순간이었다.

이탈리아 음식이 이렇게나 사람 마음을 끌다니...

   
▲ 알레딴떼의 피자. 뒤로 장 셰프의 자부심이 녹아있는 이탈리안 화덕이 보인다.
그렇게 해서 문을 연 알레딴떼는 어떤 요리를 만들까.

이탈리아 음식이 이렇게나 사람의 마음을 끌지는 몰랐다. 왜 가게 이름이 ‘마음을 끄는’이라는 의미의 ‘알레딴떼’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들어가는 재료는 많지 않지만, 그 식감 하나하나가 이런 맛이 있었나하고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식재료들이 어울려 서로 조화를 이루고 풍미를 자아낸다. 

맛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과하지 않고, 너무 밋밋하거나 단순하지도 않다.

거기다 치즈와 밀가루가 많은 이탈리아 요리를 잔뜩 먹었는데도 엄마가 정성스럽게 차려 준 집 밥을 먹은 것처럼 속이 편하다.

장 셰프는 알레딴떼의 요리를 “자연에 가장 가까우면서 또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화려하진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끄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장 셰프는 굳이 좋은 재료를 쓴다고 따로 강조하지 않는다. 질 좋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건강식을 만드는 것은 설명할 필요 없는 셰프의 의무라는 것.

알레딴떼는 국내외에서 구해 온 질 좋은 재료와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하고, 인공 향신료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소스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 기본 위에 그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알레딴떼는 반드시 이탈리아식만을 따르지는 않는다. 이곳에는 마르게리따 피자처럼 전통 나폴리 피자도 있지만, 피자 종류만 해도 10가지는 된다.

다른 피자들은 토핑이나 다른 재료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나폴리 피자와는 달리, 저마다 독특한 토핑과 치즈가 들어간다.

다른 요리들도 마찬가지다. 바로 장 셰프가 프랑스로 건너가 요리를 배운 이유다.

장 셰프는 “이탈리아 요리가 심플하고 깔끔하긴 한데, 단순하고 기교가 없다는 느낌일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로 갔다. 프랑스 요리는 섬세하고 디테일하다”고 전했다.

알레딴떼는 이탈리아 요리를 기본으로 프랑스 요리의 섬세함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자칫 심심할 수 있었던 이탈리아 요리가 재색을 겸비해 새로 태어난 것. 결코 평범할 수 없다.

10년의 도전 끝에 이룰 수 있었던 꿈. 여기가 끝일까? 여느 유명 셰프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은 자격증이 있지만 장 셰프가 하고 싶은 일은 이제부터다.

그는 “아직 ‘셰프’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럽다. 지금은 요리의 기본을 지키는데 충실하고 있다. 손님들에게 기본을 갖췄다고 인정을 받는다면, 그때부터는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고 싶은 요리가 많다. 그때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요리학교를 다니고 해외에서 10년 동안 요리를 배웠다니, 장 셰프가 ‘금수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다. 평범한 공무원 부친 가정에서 자랐다. 해외 체류비용은 직장생활로 모아뒀던 돈과 체류지에서 일을 하며 마련했다. 그의 도전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알레딴떼 요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디저트 하나에도 녹아있는 자부심

   
▲ 제주도산 딱새우가 들어간 주빠디빼세
알레딴떼의 요리는 들어가는 정성과 노력이 대단하다. 쉽고 빠른 편법은 용납하지 않는다.

피자 하나만 봐도 이곳의 마르게리따는 나폴리 피자를 만드는 AVPN의 8가지 규정(*)을 엄격히 준수한다.

화덕에 참나무로 장 셰프가 직접 불을 지피고 이탈리아산 명품 카푸토 밀가루로 도우를 직접 손으로 반죽해서 만든다.

국내에서는 화덕에 피자를 굽는다고 해도 처음 불을 지필 때는 가스를 사용하는 곳이 많은데, 참나무에 불을 지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레딴떼는 까다로운 나폴리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알레딴떼의 화덕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전설’ 같은 존재다.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거푸집에서 만든 콘크리트 화덕이 아니라,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폼페이 베수비오 인근에서 구한 내화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려 만들었다.

벽돌을 덮는 재료 역시 화산재로 된 내화제를 사용하고 소렌토산 점토로 만든 바닥플레이트를 사용해 이탈리아에서 만든 화덕을 그대로 국내에 들여왔다.

어찌 보면 소박하기까지 한 이 곳에는 이러한 놀라움이 곳곳에 배어 있다.  특히 자연에 가장 가까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인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피쉬스톡(육수)이나 조개스톡을 비롯해 모든 소스를 신선한 재료로 직접 만들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소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시판 소스는 피자에 들어가는 이탈리아산 토마토소스가 유일하다. 그 조차도 AVPN의 엄격한 품질 규정에 따른 토마토로 맛을 내기 위함이지, 가공한 소스가 아니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뒤져서 구해 온다. 디저트를 보면 알 수 있다. 이곳의 디저트는 티라미수 한 가지 밖에 없다.

‘진짜’ 티라미수를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치즈를 구해오고, 커피가루는 100그램에 1400엔에서 4000엔을 호가하는 일본 명품 마루야마 커피를 사용한다.

당연히 손님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냥 지나다 들어왔다는 손님들에게도 알레딴떼는 어느새 ‘마음을 끄는 곳’이 된다.  

그때가 장윤희 셰프도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장 셰프는 “좋아하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에서 시작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행복한 꿈을 꾸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나폴리 피자를 만드는 AVPN 8가지 규정 = 1 촉감이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쉽게 접을 수 있어야 한다. 2 전기화덕은 금지되며, 장작화덕에서 구워야 하고, 3 온도는 485℃로 한다. 4 형태는 둥근 모양이어야 한다. 5 도우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해야 하며, 6 두께는 2cm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 7 또 피자의 가운데는 두께가 0.3cm를 넘어서는 안 된다. 8 토핑은 토마토소스와 치즈만 사용한다>

<미디어와이는 도전하는 대한민국의 청년을 응원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청년들을 ‘청년프론티어’를 통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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