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경필 경기도지사. 지난 국정감사때 사진.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최순실 게이트로 자신의 순탄했던 정치인생 중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뒀던 지난 2014년 5월,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던 세월호 정국 와중에 ‘박근혜를 지켜내겠다’고 했던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던 과거 발언이 그의 탈당과 함께 부각됐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아래>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하며 탈당까지 감행했지만, 자신의 과거 발언 때문에 그의 보수개혁 의지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남 지사는 최순실 게이트가 언론에 터지기 시작한 10월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오다, 지난 22일 김용태 의원과 함께 탈당했다.

탈당과 함께 보수 정당의 쇄신과 개혁을 위해 새로운 당을 창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의 선도 탈당으로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것이 오히려 화가 됐다.

누리꾼들은 “경기도의 아들 남경필이 대한민국의 딸 박근혜를 지켜내겠다”고 했던 그의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며, 그를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가 박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고, 당을 탈당한 것이 보수개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난파 직전인 새누리당에서 탈출하기 위한 정치적인 선택이었다는 비난이 주류다. <관련기사 아래>

그러한 비난이 이는 가운데 남 지사는 지난 30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탈당을 결심하게 된 경위 등을 소상히 전했다. 

<쫄지말고 탄핵하라!> 제목으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이 기사는 1일 저녁 6시 16분 현재 8만9322명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남 지사는 이 기사에서 “11월 20일 (최순실 게이트)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뒤 청와대는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발뺌했다. 당은 그래도 민심을 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적반하장이었다. ‘아, 여기서 안 되겠구나’ ‘이젠 당이 죽었구나’ 싶었다. 새누리당이 정당으로서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탈당 경위를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한나라당 대표로 밀어준 주역이 남 지사를 비롯한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의원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박근혜라는 사람의 본질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저 브랜드만 보고 간 것이다. 비판은 달게 받겠다. 정치인으로서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책무이자 속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남 지사는 올해 7월 대구 경북대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 당시 한나라당의 비주류 중에 비주류였다”며 “이회창 당시 총재와 각 세우고 탈당했다가 탄핵 정국에 당대표로 왔다. 당시 박 대통령을 당대표로 밀어올린 게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과거 새누리당 일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면서, 보수개혁의 의지가 선명하다.

조회 수도 많은 만큼 누리꾼들이 문제삼는 박 대통령과의 과거사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여전히 많은 네티즌들이 그를 바라보는 눈은 차갑다는 것이 문제다.

이 기사에는 1일 저녁 6시 16분 현재 102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여전히 그를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글이 격려하는 글보다 2배 가량 많이 달렸다. 

비난 댓글 중에는 ‘국민들은 알고 있다. 세월호 때 박근혜 지켜주겠다는 말!!!...’이라는 글도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을 밀어주고 친분을 과시했던 몇몇 과거를 떨치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 앞으로 그가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남 지사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탈당 뒤 “박 대통령 탄핵과 함께 모든 정당 구성원이 참여하고 대화로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형 정당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는 순간 엉뚱한 행동을 하게 돼 있다. 탈당하는 순간 이대로 정치를 그만해도 된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얼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며 일단은 거리를 뒀다.

1965년생인 남경필 지사는 수원에서 영향력이 컸던 부친 故 남평우 의원이 1998년 갑작스럽게 별세하자 그해 열렸던 15대 국회 재보궐 선거에서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33살에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5선 의원을 지내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되기까지 순탄한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