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프랑스 파리 KCON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가운데) 샤이니 이민호가 박 대통령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왼쪽 손경식 CJ회장. <사진=청와대 블로그>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추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개념은, 요약한다면 서로 다른 장르의 문화와 산업이 결합한 융복합 콘텐츠로 창조경제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이 출범식 수년 전부터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역점 추진하던 사업의 운영 방향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은택이 구상하고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차씨가 아니라 마치 CJ가 처음부터 문화창조융합벨트 콘텐츠를 만든 장본인 아니냐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경기도의회는 현재 행정사무조사 특위를 구성하고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 사업으로 CJ E&M이 사업 시행자로 선정된 ‘K-컬처밸리’ 특혜 의혹을 조사 중이다.

특위 조사 결과에 따라 최순실-차은택으로 이어지는 비선실세 논란에 CJ그룹 이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될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융복합 콘텐츠로 창조경제 선도’...문화창조융합벨트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차은택

최순실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은 2014년 8월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다.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는 정책 자문을 위해 2013년 7월 25일 출범했다.

문화융성위는 2015년 2월 11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을 열었다.

차은택은 ‘문화창조융합벨트’를 기획하고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는데, 차씨는 같은 해 4월 3일 이 사업을 총괄하는 창조경제추진단장 및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임명된다.

문화창조융합본부는 문화창조융합벨트에 대해 “새로운 융복합 문화 콘텐츠의 기획, 제작, 소비, 산업화로 창조경제를 선도하고 문화융성을 이끌어 경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융복합 콘텐츠란 “서로 다른 분야의 장르, 산업,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 협업해 새로운 유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수년 전부터 ‘이종(異種)간 콘텐츠 결합(융합)’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강조

그런데 이 문화창조융합이라는 개념은 K-CON으로 대표되는 CJ E&M의 사업 방향과 상당히 유사하다.

CJ는 지난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KCON을 첫 개최한 이후 매년 세계를 돌며 이 복합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KCON의 핵심은 문화와 산업의 ‘융합’을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CJ는 KCON을 “K-POP, K-드라마, K-무비 등 문화 콘텐츠와 IT, 패션, 뷰티 등 첨단·제조업까지, ‘한류의 모든 것’을 테마로 컨벤션과 콘서트를 결합한 최초의 K-Culture 페스티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는 한식까지 주요 테마로 포함됐다.

2013년 미국 LA KCON을 열 당시 CJ는 “컨벤션으로서의 KCON은 엔터테인먼트와 기업의 마케팅을 융합해 한류에 열광하는 해외 팬들을 위해 그들과 소통하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발판을 제공함으로써 한류의 산업화를 리드하고 국가브랜드를 높여 ‘문화융성’과 더불어 글로벌 ‘창조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KCON은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구상한 사업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경제주간지 <DBR> 2013년 11월(141호)를 보면, 이 부회장은 “이종(異種) 콘텐츠 간 결합이 이뤄질 때 창조와 혁신이 생겨날 수 있다”고 통찰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자신을 통찰을 실현할 “이종 간 결합을 통한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구상하라”로 지시했고, 그 결과 KCON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KCON은 ‘융복합 콘텐츠를 통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이끌겠다’는 정부의 문화창조융합벨트 개념과 마치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창조융합벨트와 CJ의 사업전략 키워드도 상당부분 겹친다.

‘콘텐츠 융합’, ‘창조경제’, ‘문화융성’, ‘K-Culture’ 등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최순실-차은택으로 이어지는 비선실세 논란 관련해서는 ‘K-스포츠재단’, ‘더블루K’ 등의 ‘K’와, CJ E&M 주력사업 ‘K-CON’, ‘K-POP’, ‘K-드라마’, ‘K-무비’, ‘K-Culture’ 등의 ‘K’가 마치 상징처럼 사용되는 것도 유사하다. 

박근혜 대통령, 프랑스 파리 ‘KCON’ 참석...CJ, 문화창조융합벨트 핵심 사업 시행자 선정

문화창조융합벨트와 CJ의 KCON을 향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도 각별하다.

지난해 2월 11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렸던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 당시 박 대통령은 “장르 간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융합해 창조경제와 국민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청, KOTRA 등은 2014년부터 KCON에 국내 중소기업들을 초청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현지 마케팅 홍보 등을 통한 판매부스 지원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에 직접 KCON 현장을 찾았던 적도 있다.

올해 6월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이었던 박 대통령은 파리 아코르호텔 아레나에서 개최된 KCON 2016 France에 참석해 컨벤션을 참관하고, K-POP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CJ는 아예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전사적’으로 협력하고 나섰다.  

CJ는 지난해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서 문화융성위와 합작으로 ‘문화창조융합센터’를 개소한데 이어 지난해 4월 15일에는 ‘CJ창조경제추진단’을 출범시켰다.

CJ는 창조경제추진단을 만든 이유에 대해 “민관 합동 창조경제 프로젝트(문화창조융합벨트)를 조기에 성공시키기 위해 그룹 차원의 역량을 총 집결시킨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후 CJ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가장 핵심 사업인 K-컬처밸리 조성 프로젝트에 경쟁자 없이 사업시행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특혜 논란을 불러오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5월 경기도 고양에서 열렸던 사업 기공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거세지는 ‘K-컬처밸리’ 특혜 의혹...특위, 차은택과 CJ 연결고리 캐낼지 주목

문화창조융합벨트의 구체적 사업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케이컬처밸리(K-Culture Valley) △케이익스피리언스(K-Experience) △케이팝(K-Pop) 공연장 등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총 사업비 1조4000억원 규모로 알려진 ‘K-컬처밸리’ 사업이다.

고양 일산 신도시 한류월드부지 내에 30만여㎡ 규모로 테마파크와 호텔,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인데, CJ E&M이 사업 시행자다.

K-컬처밸리는 한류 문화와 산업의 이종 콘텐츠간 ‘융합’을 통해 ‘창조경제’를 이끌겠다는 CJ의 꿈을 담은 사업이다.

그런데 K-컬처밸리는 현재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 시행자로 CJ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경기도가 CJ의 편의를 봐주고 절차를 어기면 부당하게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경기도의회 특위는 K-컬처밸리 사업부지 가운데 23만여㎡에 이르는 테마파크 부지를 CJ E&M이 공시지가의 1% 수준으로 대부 받는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 땅은 CJ가 자본금 500억 원의 10%인 50억 원을 싱가포르 방사완브라더스로부터 투자받아 외국인투자회사 ‘케이밸리’를 설립한 뒤, 연 대부율 1%(8억3000만 원)의 헐값에 경기도로부터 50년간 사용허락을 받으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28일 열렸던 특위 4차 회의에서는 방사완브라더스가 지난해 6월 19일 설립된 회사라는 것이 알려지며, CJ가 싼 값에 땅을 대부받기 위해 급조한 페이퍼 컴퍼니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도의회는 방사완브라더스가 뚜렷한 실적도 없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도 없는 회사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특위 이재준 의원은 “CJ측이 처음에는 (1% 대부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외국인투자 회사가 아니었다. 그런데 2015년 9월부터 경기도가 외투회사로 지정을 하고, 그해 11월 도의회에 제출한 예산서에도 임대료를 1%밖에는 세입으로 잡지 않았다. CJ가 외투기업 ‘케이밸리’를 설립한 것은 올해 6월 17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가 절차를 어기고 시행자 측과 각본을 미리 짜고 끼워 맞춰서 외국인 자본 10%를 끌어온 것”이라며 “처음부터 이 사업을 CJ에 넘겨주려고 작정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특위는 다음달 14일 열리는 5차 회의에 차은택을 참고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차씨가 추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와 이미경 부회장이 이전부터 지휘했던 KCON 콘텐츠 간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되면서, 특위가 차씨와 CJ간 연결고리를 조사할지 여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