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이재준 의원

일만 더 지나면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두분(최정명/한규협)이 (구)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 점거 농성을 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다음날 아침 또 다음날 아침 내가 눈을 뜨면 1년간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어디부터 잘못 된 것인지 반성하게 될 것입니다

기아차 고공농성 해결 촉구 건의안을 대표발의하여 경기도의회에서 채택한 지도 4개월이 지나갑니다만 해결 전망은 보이지 않고 가장 힘이 되어 주어야 할 노조로부터도 사측과의 협상을 위해 “노조활동 아님” 통보를 받고 내몰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 진보 정치인들조차 찾지 않는 철저한 배제 속에 그들은 이미 부문으로 전락했고, 행동은 정당하지 않은 요구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외면하면서 경제민주화, 공유경제, 상생경제가 무엇을 지향하겠다는 것인지 혼돈스럽습니다.

국민 또한 나의 고통으로까지 번질까 두려워하고 있을 뿐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고 연대하자고 말 할 수 없는 파편이 되었습니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들춰내고 개선하자는 의로운 외침을 부분의 문제, 욕심으로 가두려는 자본권력과 신자유주의 사고에 우린 투항하고 말았습니다.

비정규 노동자의 합법적 요구가 어느새 우리의 권리가 아닌 우리의 이익을 빼앗을지 모르는 침탈자로 홍보되고, 정규직 요구가 내 자리를 내달라는 요구로 인식되어 차별에 동조하게 만드는 비참한 세상입니다.

비대해진 자본권력에 사회의 공공성과 국가, 정부의 역할은 움츠러들고 메아리 없는 외침에 무기력하게 지낸 1년, 가해자가 된 심정으로 무한한 책임과 미안함을 전합니다.

정치가 국민의 삶과 미래를 위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자본권력에 합법이라는 수단까지 씌워준 굴종이 한탄스럽습니다. 법이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을 위해 존재하는 심히 우려되는 현실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에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경제민주화, 공유경제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여 국회 내 ‘전국 장기농성 실태 파악 및 사태해결을 위한 T/F팀’을 구성해 해결에 앞장서 주시기 바라며 ‘경제민주화법’ 제정을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여소야대의 정치혁명을 이뤄낸 국민의 뜻이고 자본권력이 아닌 국민의 권력을 세우라는 시대의 명령이라 생각합니다. 국민의 소리, 약자의 억울한 하소연에 귀 기울여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거듭 기아차 고공농성자와 그 가족들께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2016년 6월 7일. 이재준 경기도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