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훑고 간 경기도...적나라하게 드러난 지방자치...엇갈리는 명암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메르스 때문에 경기도지역 자치단체장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나 수원시 염태영 시장 등은 능동적이고 책임 있는 대응으로 메르스를 이겨냈다는 평가다.

반면 평택시 공재광 시장의 경우, 지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주범으로 몰리면서 시민들에게 직무유기로 고발까지 당하는 신세가 됐다.

지역의 안위보다는 정부 눈치 보기에 더 신경을 쓰다가 지역에 피해를 줬다는 배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메르스가 훑고 간 경기도는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메르스는 자치단체의 역할과 지방자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 공재광 평택시장.

◆ 공재광 시장은 누구를 위한 시장? 안이한 관료주의가 메르스 사태 키워

메르스 진원지 평택시는 시 차원의 발 빠른 대처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정보를 공개하지 말라는 정부의 방침을 그대로 수용하며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안이하게 대응했다.

평택지역에서 환자가 번지고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급박하게 돌아갔다.

지역경제가 마비되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공포에 떨며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평택시는 메르스 단속보다는 입단속에 신경을 더 썼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평택에 돌아왔다.

그사이 이를 보다 못한 시민들이 대응에 나섰다.

20여개 시민·사회·교육 단체로 구성된 이들 시민들은 6월 4일 메르스평택시민비상대책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평택은 메르스의 최초 발원과 확산의 진원지이지만, 시 집행부의 대처가 너무 안일하다”고 협의회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협의회의 주된 요구는 메르스 정보 공개였다.

이전부터 민관이 협력해 정보를 공유하고 메르스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격분한 시민들은 급기야 직접 협의회를 결성하고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한 시민행동요령을 웹자보 형태로 직접 제작해 보급했다.

또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학교의 휴업을 권고하는 등 자체 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의 가장 큰 염려 중 하나는 지역경제가 입을 타격이었다.

협의회는 6월 12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초동대처 실패와 비공개, 비밀주의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평택시를 향해 “지역경제 회생대책을 조속히 강구하고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이즈음 공재광 평택시정부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었을까?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가 있다.

월스트리트 한국어판 보도에 따르면 6월 11일 기준 전국 메르스 격리자 3800명 가운데 10%가 평택에 있었다.

대부분 자택에 격리된 상태였으며 일부는 병원에 있었다. 당시 평택의 메르스 사망자 3명은 평택성모병원에 있던 환자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평택시는 “전체 인구가 45만명인 평택이 메르스 진원지로 전국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위험성이 과장되게 알려지고 불필요한 공포가 야기됐다”고 주장했다.

평택은 어떤 곳보다 메르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했지만 평택시는 오히려 사태를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온 나라와 세계의 이목이 평택에 집중됐지만 이러한 우려를 단지 ‘불필요한 공포’ 수준으로 치부했던 것이 공재광 평택시정부의 인식이었다.

평택시의회도 마찬가지였다.

김인식 평택시의회 의장과 양경석 부의장, 김윤태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메르스가 한창 평택을 뒤덮었던 6월 19일 지방지 기자, 퇴직한 평택시 국소장들과 골프회동을 가진 것이 들통 나 결국 사과를 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을 무시한 관료주의가 평택지역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는 비난이 거세다. 

정부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평택시가 메르스 사태를 키웠고, 결국 시민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왔다는 것이 공재광 평택시장을 고발까지 하게 된 주민들의 주장이다.  

▲ 염태영 수원시장.

◆ 이재명과 염태영은 달랐다...정부와 보수언론 압박에도 “주민은 스스로 지키겠다”

수원이나 성남 등 다른 자치단체의 대응은 평택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들은 정부의 메르스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독자적인 메르스 정책을 펼쳐 나갔다.

브리핑을 통해 자치단체로서 지역의 안위를 스스로 챙기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밝혔다.

수원시 염태영 시장의 경우 발 빠르게 메르스비상대책 본부장을 맡아 최전선에서 사태를 직접 진두지휘 했다.

24시간 비상대책본부를 상시 가동하고 6월 6일 메르스 실시간 정보공개 홈페이지 전용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각종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공직자 SNS 등으로 메르스 1일 상황을 시민들과 공유했다. 

사이트개설 다음날부터는 수원시 거주 확진 환자의 동선과 경유병원을 공개하며 시민들에게 스스로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걷잡을 수 없이 메르스가 확산되자 정부도 이날부터 메르스 정보공개로 방향을 선회했다. 

성남시도 메르스 정보를 비밀에 부치라는 정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수원시와 마찬가지로 메르스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전선을 민관이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성남시는 이재명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메르스대책본부를 구성했다.

민관협력체제를 더욱 긴밀히 유지하기 위해 민관합동상담진료소도 설치했다.

이재명 시장은 특히 정부의 비난을 감수하고 메르스 정보를 일찍부터 공개했다.

정부는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반대했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은 성명을 통해 “성남시는 성남지역의 특수성에 따라 정보의 정확한 공개가 혼란의 방지와 메르스 확산 저지에 유효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재명 시장과 염태영 시장은 이 과정에서 언론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메르스 환자의 개인 신상 노출로 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잘못된 보도 내용을 반박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일부 보수언론의 ‘트집’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것이 이 두 시장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 영덕초 학생들에게 받은 감사편지를 읽고 있는 염태영 시장.

◆ 염태영은 감사편지 받고, 공재광은 고발당하고...엇갈리는 명암

메르스 종식이 가까워진 지금 자치단체장들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크게 다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초등학생들로부터 “메르스로부터 수원을 지켜주셔서 감사해요”라는 손편지를 받았다.

수원영통구에 있는 영덕초등학교 학생들이 메르스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 염 시장에게 감사와 응원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시장실로 배달된 편지뭉치에는 영덕초 학생 150명이 정성을 들여 쓴 손엽서가 들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수원을 방문해 수원시의 적절했던 메르스 대응에 감사와 격려를 나타냈다.

성남시에서도 메르스는 오히려 미담을 낳고 있다.

격리병동에서 6차례 검사를 받은 성남시 거주 7살 ‘꼬마 메르스 영웅’에게 전해달라며 영국에 사는 10살 어린이가 이재명 성남시장실로 소포를 보내왔다.

이 꼬마 영웅은 아빠와 함께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뒤 2차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여 홀로 격리실에서 6일 동안 지내야 했다.

이후 6번의 검사 끝에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6월 18일 마침내 엄마 곁으로 돌아갔다.

이재명 시장은 이 이야기를 자신의 SNS에 올렸고, 이를 본 영국에 사는 한국인 엄마가 이 이야기를 자신의 자녀에게 전해준 것이다.

이 10살 영국의 어린이는 한국의 7살 ‘꼬마 영웅’을 격려하기 위해 선물을 보냈다.

미담도 미담이지만 성남시는 메르스 사태 이후 민관의 신뢰가 오히려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반면 공재광 평택시장은 시민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죄목은 시장으로서 ‘직무유기’다.

메르스시민비상대책협의회가 중심이 된 시민 201명이 고발인이다.

고발인단은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를 이유로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며 공재광 평택시장과 문형표 장관을 고발했다.

검찰은 법률위반 사항을 검토해 공 시장과 문 장관 소환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