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공무원노조게시판 댓글 논란···“명예훼손” 고소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지난 3월 경기도공무원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 한 언론인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기자의 갑질과 공무원의 비호 그리고 전면전 선언’.

평택시 브리핑에서 출입한 지 얼마 안 된 한 기자의 질문을 기존 출입기자가 질문을 가로막고, 그것도 모자라 “어느 신문사 기자냐”고 겁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위 메이저라는 기존 갑질 기자들이 “오랜 친분을 이용해 끼리끼리 특혜를 누리며 자치단체의 광고홍보 예산을 독식해 왔다”며 평택시에서도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이 언론인은 이러한 사태가 재발한다면 “당해 자치단체장과 당해 갑질 기자와의 전면전을 선언한다”고 경고했다. 

반전이 일어난다.

이 글이 올라오자 ID ‘웃기는 기자들’은 당신들이나 똑바로 하라는 내용의 댓글을 단다.

아래 전문이다. 

“기자가 무슨 대단한 벼슬이라고 생각하는 몰지각한 몇몇 기자들이 이곳저곳 혹시나 하고 쫓아다니다 망신당해 놓고 갑질이라고 폄훼하는데, 오죽 했으면 그랬겠냐. 가는 곳마다 기자단이라 유사단체 만들어 놓고, 해당 지자체 공무원 압박하고 있다고 소문 다 났다.
00시출입인터넷기자단, 00시출입인터넷기자단, 000청출입인터넷기자단을 만들어 놓은 것도 모자라 또 00시와 00시인터넷기자단 만들려고 한다는 소문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번 안성시를 압박해 광고 받아먹었다는 소문까지.... 검찰내사에 첫 번째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까나 모를까나...”

댓글이 올라오자 가는 곳마다 기자단을 만들고 안성시를 압박해 광고를 받아먹었다는 소문이 돈다는 세 곳 인터넷언론사 소속 기자 3인은 ‘웃기는 기자들’을 수원남부경찰서에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억울한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도청 게시판에까지 올라 망신을 당한 평택시 기존 출입 기자들도 억울하다고 했다.

“못 보던 기자가 브리핑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항의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경찰, “댓글올린 사람 주장은 맞다”

경찰의 IP추적결과 댓글을 올린 사람은 경기지역 인터넷신문 발행인 박모씨로 밝혀졌다.

박씨는 “몇몇 기자들이 뭉쳐 가는 곳마다 지자체 이름을 딴 기자단을 만들고 활동한다. 요즘 출입기자단이 따로 어디 있냐? 안성시의 경우는 황은성 시장 물수건 성추행 사건을 가지고 압박해 광고를 받았다고 소문 다 났다. 기자들의 망신”이라고 했다.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박씨는 “안성시 담당자와 전화한 녹취도 갖고 있다. 수사관이 조사 받던 날 전화로 확인했는데 내 말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술서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고 주장했다.    

박씨의 주장은 상당부분 사실로 보인다. 담당 수사관은 “박씨가 말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개인 간의 사건으로 공익적 보도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내용을 말해 줄 수 없다”며 더 이상의 취재를 거부했다. 경찰은 이달 중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기자는 고소인 명단에서 빠졌다. 그런데 그가 올린 글의 내용이 고소인 중 기자 한 명이 평택시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며 감싸는 글이다. 왜 일까.

그 또한 고소인들이 속해 있는 2~3곳의 기자단체에 속해 있는 인물이다.

그는 고소인들과 “보통 둘둘씩 짝을 맞춰 함께 다닌다”는 목격담이 공무원들과 기자들 사이에서 들리고 있다.     

안성시 압박한 정황 드러나

고소인 3인방은 어떻게 안성시를 조직적으로 압박했다는 것일까.

황 시장의 식당종업원 물수건 성추행 고소취하 사건이 밖으로 드러난 사례다. 

먼저 고소인 중 두 명의 기자들이 공보실을 방문, 공보 담당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남성 성기모양의 물수건 사진을 보여줬다. 시에 따르면 사건발생 일주일 후였다.

시 관계자는 “그 때 물수건 모양을 처음 봤다”며 이들의 행태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또 이들은 사건을 취재하겠다며 공문을 전해주고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답변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시는 “답변을 해 달라고 해서 답변을 해 줬다”고 말했다. 이 두 매체에 관련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시는 “솔직히 노골적이었다. 그게 압력이지 뭐냐”고 했다.

압박 다음에는 회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선 두 명이 취재하고 나면 다른 한 명은 “뒤로 빠져 있다”가 분위기를 풀었다. 

“00은 (평상시) 뒤로 빠져(안보여). 올 2월 브리핑 할 때 처음 넷이 다 왔어...브리핑 끝나고 늦게까지 있더라고. 따로 자리를 마련했는데 서로 형님형님 하면서...아 넷이 한통속이구나...” 

지난 2월경 고소인 세 명이 속한 인터넷매체에는 모두 안성시 배너광고가 올라갔다. 공보실 내부 기준에 따르면 세 곳 매체 모두 광고 집행 대상이 아니었다.

두 곳은 출입처 등록일 기준 1년이 안된 매체였다. 다른 한 곳은 “인터넷매체의 경우 창간일이나 축제기간에 맞춰 1년에 두 번 집행한다”는 기준에 맞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 서로 감싸고 대변한다. 때로는 단체로 지자체장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게시판 글도 고소인 A기자가 격은 일을 B기자가 도청게시판에 전하며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하는 내용이다.

이전에는 수원시에서 C기자가 겪었던 일을 D기자가 칼럼을 써서 C를 대변했다.

C기자가 대종상 유치와 관련해 수원시 행정의 부당함을 기사로 쓰지 않고 담당 공무원에게 말로 시정할 것을 조언했다는 것인데, 수원시가 C의 진심을 몰라준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사협동조합’ 만들었다는 기사도...거짓 탄로

이들 4인이 함께 활동한 역사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2013년 “함께 만드는 신문을 모토로 전국 최초로 ‘생산자언론사협동조합’을 구성해 지면신문을 함께 발행한다”고 보도했다. 실제 얼마동안 발행도 했다. 

목적은 “경기도민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기사와 올바른 언론문화를 창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확인결과 이들이 만들었다는 언론사협동조합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거짓 보도였다.

이들은 기자단을 만드는 이유를 공문을 통해 공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000인터넷기자단을 결성하며 “너도 나도 이 계통에 뛰어들어 제대로 된 취재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기사도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작금의 경기도 언론 현실을 개탄했다.

이어 중간 중간에 광고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도 밖에 가서 기자라면서 큰소리치고 광고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진정한 언론인이 아니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광고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시켜 줘야 한다”고 했다.

중심축은 누구일까.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고소인 3인이 속해 있는 세 곳 인터넷매체 중 두 곳을 실제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 D기자다. 전국 최초라는 언론사협동조합 발행지면 신문도 D가 발행인이다.

대외적으로 ‘대표기자’ 역할을 맡으며 발행인 행세를 하고 있는 또 다른 고소인 C는 D가 고용한 직원이다.

D는 인터넷 두 곳 매체의 사업자 대표를 모두 자신의 부인 명의로 세무서에 등록했다. 사업자 대표는 같지만 발행인은 자신과 부인 명의로 경기도청에 각각 따로 등록했다.

D는 자신의 부인이 발행인으로 있는 매체의 발행인을 신문에 표기하지 않고 있다가 신문법 위반으로 올 초 경기도청에 발각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후 출입처인 오산시는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언론매체는 한 곳에만 광고를 집행하겠다”는 공문을 내보냈다. 

[기자수첩] 프리랜서 언론인 많은 경기도, 해법은

경기도는 유독 사실상의 1인 인터넷언론 매체가 많다. 창업하기 쉬운 환경 때문이다. 매체의 힘이 빈약하기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익단체로서의 기자들의 담합은 위험하다. 사회를 병들게 하고 여론을 왜곡할 우려가 높다. 

서방이나 일본 등 언론환경이 발달한 외국의 경우 사실상 이들은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불린다. 도내의 수많은 1인 인터넷매체 또한 결국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과 경기도 프리랜서들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외국의 프리랜서의 경우 기사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자체적으로 수익구조를 내거나, 아니면 메이저 언론에 기사를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다.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자로서의 경험도 많고 열악한 취재환경에서 일해야 하니까 역량이 보통 언론사 소속 기자들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다.

르포나 탐구 등 사회의 적나라한 실상을 알리는 기획기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경기도 프리랜서 언론인의 경우는 다르다.

제대로 된 기사를 만들어 낸다 해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도 아니다. 관공서 광고가 수익의 거의 전체를 차지하기 때문에 누가 먼저 관공서 홍보팀을 뚫느냐가 관건이다.

유착이 많을 수밖에 없고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담합이 빈번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도내 프리랜서 언론인 모두가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부작용도 있지만 메이저 언론이 못하는 일을 대신해 지자체 견제에 충실하거나 정론의 지역 소식을 전하는 언론인도 수 없이 많은 곳이 경기다.

다르게 해석하면 언론환경이 가장 발달한 곳이 경기도이고 주민들이 가장 다양한 기사를 접할 수 있는 곳이 경기도이다. 

요즘 도내 각 지자체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인터넷매체 때문에 광고대상 매체를 선정하는데 힘들다고 저마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줄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그러나 이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지자체는 언론을 통해 행정홍보를 해야 하고 언론 또한 국내외 언론을 막론하고 광고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면 광고집행 매체를 선별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모든 형태의 제대로 된 기사는 저마다 가치를 지닌다. 지적하는 기사 또한 행정의 병폐를 알리고 시정하는 효과가 있다. 외국의 경우처럼 지자체가 가치 있는 기사를 사 들이는 형태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