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관리부실과 허술한 법망 피해 덩치 불려

▲ 안성에 위치한 A추모관이 실제 운영하는 수목장. 이곳은 도내에서도 인지도가 꽤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수목장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납골당 사장이 종교단체 주지?…별 제약 없이 거대 자연장지 조성

안성시에 위치한 경기남부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A추모관.

재단법인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이곳은 최근 故신해철씨와 그동안 여러 유명인들이 안장되면서 덩달아 유명세를 탄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은 자치단체의 묵인 하에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자연장지(수목장)를 조성하고 이를 불법으로 운영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장지 부지는 기존 들어서 있던 추모관과 붙어있는 땅으로 총 면적 2만1426㎡에 달한다. 웬만한 초등학교 두 곳을 합친 규모다.

2001년 개정된 장사법에 따르면 재단법인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추모관은 자연장지를 조성할 수 없는 조건이었지만 별다른 잡음 없이 안성시는 지난 2010년 10월 8일 이를 허가했다.

이 과정에서 편법이 동원됐다.   

장사법 개정 이전에 납골시설 설치허가를 받아 A추모관을 운영하고 있던 이모씨는 먼저 추모관 이름과 같은 ‘A사’라는 불교계통의 종교단체를 만들고 자신을 종교단체의 대표(주지)로 등록했다.

이후 자신이 주지로 있는 종교단체를 통해 자연장지 조성 신청을 내고 시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이다.

재단법인이 아닌 사설 추모관은 장사법 개정에 따라 자연장지 조성이 불가능하지만, 종교단체는 그 신도나 신도의 가족을 대상으로 1개소에 한해 자연장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A사’라는 종교단체가 실제 존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시가 내준 자연장지 조성허가증을 보면 종교단체의 주소는 다름 아닌 기존 추모관 봉안당 건물로 나타나 있다.

A추모관 관계자는 “봉안당 건물내 말사(불교에서 일정한 교구의 본사에 딸린 작은 절)가 있다”고 밝혔지만, 확인결과 실제 불교계통의 사찰은 이 건물 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A사라는 종교단체가 단지 자연장지 조성을 가능케 하기 위해 만든 서류상의 종교단체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시 장묘담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종교단체가 자연장지 조성을 신청할 때는 종교단체등록증만을 갖고 판단한다. 현장을 나가보지 않아 사찰주소가 A추모관 건물인지는 모르지만, 허가를 내준 상황은 적법했다”고 해명했다.

자치단체마저도 협약 맺고 생색내기만 바빠

시는 그러나 2010년 8월 자연장지 조성 신청을 접수받은 이후, 실무종합심의를 거쳐 허가증을 발급해주기 하루 전날 현지 확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항을 종합해 보면 시가 납골당 업체의 편법을 알고도 허가 과정에서 눈을 감아줬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더욱이 A추모관은 안양시와 과천시, 군포시 등 자체 시립 추모관이 없는 인근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그동안 수목장을 불법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종교단체가 조성한 자연장지는 그 신도 및 가족만을 대상으로 유골 안치가 가능하지만, 이 곳은 현재 불특정 일반인을 상대로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지자체가 해당 시민들에게 자연장지 이용을 할인해 준다는 명목으로 생색은 한 껏 내면서도 정작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약을 맺고 원하는 시민들을 할인된 금액에 자연장지를 사용할 수 있게 협약을 맺었다”고 했지만 “협약을 맺을 때 특정 종교인만 사용할 수 있는지는 몰랐다”며 “사실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A추모관 관계자는 “안양, 과천, 군포시와 협약을 맺고 그곳 시민들이 자연장지를 이용하고 있다”면서도 특정 종교인만이 이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흔히 납골당이라고 불리는 추모관이나 장연장지 등 추모시설 조성과 관련해 정부는 지난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그 대상을 재단법인으로 한정했다.

많은 사설업체의 열악한 재정과 관리부실로 피해자가 속출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해당 자치단체의 관리부실과 허술한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일부 사설 납골 업체의 덩치 불리기는 여전한 실정이다.

추모시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사시설에 대한 관리가 여러 부처로 나뉘고 자치단체의 관리가 허술하니까 재단법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납골당의 시설을 늘리고 안치기수를 증가하는 행위가 가능하고 자연장지의 조성도 가능하다.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