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한 납골당 업체의 양심선언과 거침없는 도전

탄탄하고 잘 나가는 한 납골당의 돌연 양심선언과 이내 벌어진 거침없는 도전이 화제다.

이 여파로 경기도내 장례식장은 요즘 흔히 말하는 ‘멘붕’ 상태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얼마 전부터 경기지역 대형병원 장례식장 직원들은 심기가 영 편치가 않다. 일선 장례식장에 나와 있는 상조회사 직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이유는 경기도 화성지역에서 흔히 납골당이라고 불리는 봉안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A사 때문이다.

A사는 얼마 전부터 외부영업사원을 활용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동종업계는 물론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입장에서는 큰 충격이다.

이후 A사는 직원이 직접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며 유족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A사가 눈엣 가시다. 

유족들이 자신들의 소개를 통하지 않고 직접 A사를 통해 고인을 납골당에 안치할 경우, 여태껏 배불리 받아왔던 소개료를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관행대로라면 고인을 안치할 납골당을 찾는 유족들에게 자신들이 관리하는 외부영업사원을 소개해 주고 자신들은 적당히 뒤로 빠져 있으면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외부영업사원이 유족들에게 납골당을 소개해 주면 이 외부영업사원은 납골당으로부터 총 이용금액의 40%정도 되는 소개비를 받는다.

그러면 외부영업사원은 다시 자신에게 유족을 연결해준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측에 소개비의 대부분을 또 다시 갖다 바치는 구조이다.

그렇게 해서 대형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가 거두는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소득은 실로 막대한 규모다.

업계 악습을 깨는 A사의 행동으로 이 소득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A사를 바라보는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측은 그야말로 좌불안석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A사는 추모공원 업계로서는 경기도 최초로 재단법인으로 출발, 전문적인 회사경영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외부차입금이 없을 만큼 탄탄한 재무구조로 자타가 인정하는 업계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서울시 7개 자치구가 추모공원을 위탁 운영할 만큼 공신력 또한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설이나 재정이 열악한 기타 사설 납골당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한 A사가 외부영업사원을 두지 않고 직접 영업을 선언했으니 A사를 바라보는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측에서는 시선이 고울리 없다. 

그동안 애써 감춰왔던 업계의 부조리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이 당황스럽다. 특히 유족들이 자신들을 통하지 않고 납골당을 스스로 선택하는 분위기가 정착될까봐 무엇보다 두렵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 A사의 개혁을 막기 위해 몸부림이다.

처음에는 영업활동을 하는 A사 직원을 멱살도 잡아보고 쫓아내 보기도 했다. 그러다 안 되면 회유도 해 보았지만 A사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공개된 공공장소에서 마냥 A사 직원의 출입을 제한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요즈음에는 유족들에게 A사에 대한 험담을 슬쩍 슬쩍 내보이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유족들에게 A사의 이미지를 깍아 내리면서 유족 스스로가 A사를 배척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유족들의 눈에도 장례식장에까지 찾아와 영업을 하는 A사가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장사속이 지나치다는 오해가 많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유족의 편은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가 아니라 다름 아닌 A사다.

A사는 현재 유족을 위해 경기도내에서 40%에 가까운 봉안시설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또 유족에게 제대로 된 추모공원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A사가 막대한 영업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처럼 오해 많고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자정 노력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대로 가다가는 추모공원 업계가 자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납골당은 공급이 수요를 큰 폭으로 앞질렀다. 향후 10여 년간 필요한 공급량이 넘쳐나고 있을 정도다.

이는 과도한 유치영업 경쟁으로 이어졌고 일선 장례식장에 상주하는 외부 영업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납골당이 외부영업사원에게 지급하는 소개비도 20%에서 30%로, 다시 40%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외부영업 수당이 50%를 훌쩍 넘어 70%에 이르는 곳도 생겨날 정도다.

이대로 가다가는 업계 전체가 자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A사는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유족을 우롱하는 바가지 가격의 주범이면서 추모공원 업계 전체를 위협하는 외부영업사원의 활용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폭탄’ 선언이다.

A사가 기대하는 것은 바른 길은 선택했다는 믿음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알아 줄 것이라는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