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경기도 소재 한 대형병원 부속 장례식장을 찾은 A씨.

고인을 화장할 것이라는 유족들 말에 조심스럽게 홍보 리플릿을 내보인다. 유골 안치를 위한 추모공원을 소개하는 책자다. 

그러나 A씨는 얼마 못가 장례식장 직원의 눈에 적발된다. 흥분한 직원은 곧바로 달려와 A씨를 거칠게 밖으로 쫓아낸다. 

A씨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시설 아니냐’고 항변도 해 보지만 급기야 이 직원은 A씨의 멱살까지 잡아 흔들며 당장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엄숙하고 경건해야 할 장례식장에서까지 영업을 하다니...’ 장례식장 직원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말투로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A씨가 자신을 소개하자마자 유족들의 반응도 싸늘해진다. 경황도 없고 눈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자신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A씨가 불쾌하다.

얼마 전부터 경기도내 위치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러한 풍경을 볼 수 있다. A씨가 찾는 곳마다 거의 예외 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이유일까.

쫓겨나고 무시당해도...마침내 시작된 업계의 자정노력

겉으로만 보면 A씨는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장례식장에서 영업을 하는 A씨는 유족들이 보기에는 장사속이 너무나 지나쳐 보인다.

A씨의 출입에 두 눈을 부릅뜨고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장례식장의 반응도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 모두가 유족을 위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정 반대다. 유족의 입장에서 두 손을 들고 환영해야 할 사람을 다름 아닌 A씨인 것이다. 

A씨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재)효원납골공원 직원이다. A씨는 사실은 유족들이 부담해야 하는 추모공원의 바가지 가격을 없애기 위해 얼마 전부터 경기도내 대형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며 고군분투 중이다.

한국추모시설협회 초대회장을 맡고 있는 (재)효원납골공원 최혁 이사장은 장례문화 클린(Clean)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겹겹이 베일에 쌓여있는 우리의 장례문화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캠페인이다. 

캠페인을 시작하며 최 이사장은 가장 먼저 자신부터 변하겠다고 선언했다. 추모공원의 유골안치 가격을 높이는 외부 영업사원을 더 이상 활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일선 대형 장례식장에 직원을 내보내 유족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금이야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의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배어 있다. 

외부영업사원을 활용하지 않으면서 당장 1/3가량 영업실적이 줄어들었지만 최 이사장은 유족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업계의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각오다.

이러한 (재)효원납골공원의 활동은 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일선 장례식장과 상조회사들이다.  

유족들이 납골공원의 품질과 가격 합리성을 따지게 될 경우,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외부영업사원의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

그렇게 된다면 막대한 자신들의 음성적인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다.  장례식장 직원들이 필사적으로 A씨의 출입을 막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납골당을 운영하고 있는 동종업계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필요성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돈만 들어오면 그만이라는 편안함만을 추구하고 서비스와 관리는 뒷전이라는 안일함이 엿보인다.

쫓겨나고 무시당해도 장례식장 돌아다니며 직접 홍보

외부영업사원은 일선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에게 추모공원을 소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직원들은 갑작스럽거나 준비 없이 상을 당해 미처 유골을 안치할 추모공원을 미리 정하지 못한 유족들에게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외부영업사원을 소개한다.

그러면 이 외부영업사원은 자신들에게 소개비를 지불하는 추모공원을 유족에게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발인날짜까지 시간이 촉박하고 경황이 없는 유족들은 대부분 외부영업사원이 소개하는 추모공원에 고인의 유골을 안치하게 된다.

문제는 과도한 소개비를 유족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알게 모르게 공식 책정된 소개비는 유골안치가의 40%로 알려져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소개비는 더욱 높아진다.

예를 들어 유골을 안치하는 추모공원 분양가가 1000만 원이라고 한다면 그 중에 400만 원은 외부영업사원의 주머니로 흘러간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합법적이다. 외부영업사원에게 소개비를 지불하는 추모공원은 이 돈을 계산해 소득을 신고한다. 소개비를 받는 외부영업사원도 소득에 대한 세금을 지불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외부영업사원은 자신을 소개해준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에 다시 소개비의 상당부분을 상납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 외부영업사원으로 활동했던 김모씨는 “추모공원에서 400만 원을 받았다고 하면 내 수중에는 100만 원 정도 밖에는 남지 않는다. 세금을 내고 나머지는 모두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에 돈을 상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