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그 후] 화성지역 표심분석과 정세흐름 전망

▲ 지난 5일 당선이 확정된 후 채인석(왼쪽) 화성시장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미디어와이 = 최대호 기자)   채인석 화성시장이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차순위 후보와 0.8%(1616표)라는 간발의 차로 재신임을 받으면서 민선6기 화성시정을 이끌게 됐다. 

이로써 채 시장이 추진해온 주요 공약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동시에 채 시장과 선거 내내 공조체제를 이어온 이원욱(화성을) 국회의원의 입지도 더욱 견고해졌다.

특히 이 의원의 핵심 측근들이 시·도의원에 대거 진출하면서 화성 동부권은 그야말로 이 의원의 든든한 텃밭이 됐다.

2년 뒤 있을 총선에서 이미 팔부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선거결과 평가와 달리 선거법위반 소지 등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위험요소에 대한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과7범 전력…궁지 몰렸던 채 시장, 당선 까닭은

6·4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여·야는 서로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앙 정치권의 이야기다.

동야서여(東與西野)로 확연히 구분되는 정치성향을 보이는 화성시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무능한 정부를 향한 분노감이 선거결과를 결정지었다는 것이 지역정가 중론이다.

이는 아파트가 밀집된 동부지역 30~40대 유권자들이 인물론보다 정권심판에 무게중심을 둔 권리행사에 나섰다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이번 선거과정에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채 시장의 범죄이력(음주운전 3회, 폭행, 식품위생법위반 2회, 선거법위반 1회 등)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쟁자였던 최형근 후보 측에서도 선거운동 내내 인물론을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물론은 유권자가 밀집된 동부지역 표심에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채 시장과 최형근 후보는 동탄신도시(동탄1·2·3동)에서만 1만표 가량의 표차가 발생했다.

이는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직후 치러진 지난 2010년 지방선거(채인석 vs 이태섭) 당시 6500여표 차이보다도 큰 격차다.

동탄신도시 30~40대 앵그리맘 층에서는 “음주운전 등 범죄이력 보유자도 싫지만 새누리당이 더 싫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는 것이 양측 캠프 선거운동원들의 이야기다.

채-최 간 최종 표차이가 1616표인 점을 감안하면 동탄신도시 주민이 당락을 결정한 셈이다.

채 시장이 가진 현역 프리미엄과 동고서저(東高西低)로 나타난 투표율 등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지만 정권심판론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지역정가, “채인석은 관복을 타고난 인물”

화성지역 정가에서는 채인석 시장을 두고 ‘하늘이 내려 준 관복을 타고난 인물’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이는 채 시장이 겪은 정치적 우여곡절이 그 만큼 많았기 때문에 생겨난 수식어다.

채 시장은 지난 2009년 말 당시 민주당 화성을지역위원장이었던 이원욱 의원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됐고 이듬해인 2010년 화성시장 선거에 처음 도전했다.

그리고는 412표 차이라는 아슬아슬한 결과로 당선증을 거머쥐게 됐다. 당시 지역정가에서는 채 시장의 승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채 시장은 이른바 ‘노무현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정권심판을 위한 야권단일화 바람도 탔다.

지역적으로는 수원·화성·오산시 통합이라는 어젠더(agenda)를 두고도 수혜를 입었다. 결국 채 시장은 아무도 예상 못했던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게 됐다.

하지만 곧 선거법위반 재판이라는 시련이 찾아왔고 채 시장은 취임 후 1년여 간을 법정을 오가는 신세를 맞게 됐다. 지역정가에서는 채 시장의 재판과 관련해서도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채 시장은 결국 기사회생했다. 당시 재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허위경력기재 혐의에 대한 증거부족이 채 시장을 살리는 핵심 요인이 됐다.

추후 채 시장에게 허위경력을 만들어준 당사자가 법정에서 집행유예 형을 최종 선고 받으면서 허위경력 기재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듯 했지만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거 채 시장의 허위경력기재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았다.

채 시장은 시장임기 중반부를 넘기면서 또 한 차례의 위기를 맞게 됐다. 회계책임자의 정치자금법위반에 따른 재판이 그 것.

이 재판에서 채 시장은 사실상 당선무효 상황을 맞게 됐다. 하지만 항소심(2심) 재판결과인 점에서 6·4 지방선거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문제가 지방선거일 이전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면 채 시장의 선거 출마는 사실상 불투명했다. 또 한 번의 행운이 뒤따른 셈이다.

음주운전 이력 3회 보유 문제도 채 시장의 출마에 큰 걸림돌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에서 공천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개혁공천을 천명, 음주 3회이력 보유자에대한 공천을 원천 배제키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 시장은 각종 소명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개혁공천 룰을 적용받지 않는 상황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권심판론 바람을 탔고 당당히 시청 재입성에 성공했다.

▲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이원욱 국회의원과 채인석 화성시장.

◇ 채인석표 사업 탄력… 견고해진 이원욱 체제

채인석 시장이 재도전에 성공함에 따라 민선5기 화성시가 추진해오던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초등학교 위주로 추진된 창의지성교육도시조성사업의 중학교로의 확대는 물론 LH와 갈등을 빚어온 학교복합화사업도 연속성을 갖고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채 시장이 이끌어낸 광역화장장 조성사업 또한 합의단계에서 추진단계로 진일보하게 됐다. 동시에 채 시장이 공약사업으로 내건 병점역세권 활성화 사업 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채 시장이 추진해오던 각종 현안 사업들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자 지역정가에서는 이번 선거의 최대 공로자이자 수혜자로 최초 채 시장을 발탁한 이원욱 의원을 꼽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불가능으로 점쳐졌던 채 시장의 공천을 성사시킨 일등공신이 바로 이원욱 의원이라는 것. 채 시장은 2010년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이 의원에게 큰 은혜를 입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화성시에서 이원욱 의원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지게 됐다. 향후 채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예측되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이 의원의 측근들이 시·도의원 선거에 대거 출마해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수혜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2년 뒤 있을 총선에서 이 의원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 의원은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만의 세력을 제대로 구축하게 됐다.

그러나 이 의원과 갈등관계에 있던 김진미·송재석·정현주·하만용 의원 등 현역 시의원들이 공천과정에서 대거 탈락, 향후 이들의 향배에 따라 일부 타격도 예상된다.

◇ 꺼지지 않는 불씨…선거법위반 소지 남아

채 시장의 재선성공을 두고 지역정가 일각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채 시장이 선거법위반 등의 문제로 또 다시 법정을 오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이다. 물론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주로 제기되는 주제다.

이들에 따르면 이번 선거기간 채 시장을 둘러싼 선거법위반 문제와 관련해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장이 접수됐다.

중앙선관위 측은 고발장 접수와 관련 화성시를 관할하고 있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 후 명확한 선거법위반판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로 인해 불거진 채 시장 회계책임자의 정치자금법위반 재판과 관련해서도, 채 시장을 위증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인사도 있다.

재선도전에 성공한 채 시장이 이 같은 논란을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