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이 = 이인희 기자)   화천의 6월은 고요하고 신비로운 녹음의 세상이다. 세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공간에 숲과 물이 뒤엉키며 깊은 생태계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 양의대 습지 전망포인트.
화천 양의대 습지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민통선 생태계의 숨은 보고다. 평화의 댐에서 북한강 따라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을 거슬러 오르면 상류에는 드넓은 습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양의대 습지는 군사용 철교인 안동철교에서 오작교까지 이르는 12km 습지대를 일컫는다.

반세기 넘게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습지의 풍경은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이른 아침이면 아득한 물안개로, 한가로운 오후에는 물을 마시러 강변에 나서는 노루와 고라니의 발걸음으로 낯선 세계에 들어선 듯한 감동을 전한다.

양의대 습지로 가는 길부터 가슴 설렌다. 평화의 댐과 안동철교를 잇는 하천 길에는 동물 보호 표지판이 연이어 드러난다. 수달, 사향노루, 산양 같은 천연기념물과 삵, 담비, 노루 등이 양의대 습지 일대에서 서식한다. 이 길을 왕래하는 군인이나 안내원이 전하는 동물과 맞닥뜨린 생생한 목격담은 이제 흔한 화젯거리가 됐다.

양의대 습지 주변으로는 금강초롱, 각시붓꽃, 노루귀 등 희귀 식물도 자생한다. 습지식물인 연복초가 5월에 화려한 꽃을 피우고 나면, 중부 이북의 고산 습지에서 자라는 금마타리가 6월에 만발해 습지를 진녹색으로 단장한다. 그 숲과 강을 잇는 모래톱에는 오랜 기간 이곳 생태계의 터줏대감이던 동물들의 발자국이 촘촘히 찍혀 있다. 양의대 습지 일대는 민통선 습지보전지역 중 가장 우수한 핵심 야생동식물 서식지로 평가받고 있다.

▲ 안동철교.
양의대 습지를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슴이 더욱 먹먹해진다. 북쪽으로 향한 물줄기는 금성천과 만나 북녘 땅으로 연결되고, 아스라이 보이는 안동철교 너머로는 평화의 댐이 메마른 물줄기를 받아낸다. 한 많은 역사의 현장 사이에서 신비로운 생태계는 이곳에 서식한다는 커다란 황금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안동철교가 놓이기 전 이곳 주민들은 나룻배로 강을 건너 소달구지를 타고 화천 장터를 오갔다. 해발 1194m 해산 기슭을 에돌아 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비련의 생태계지만, 한때는 촌부들의 평화로운 삶이 녹아 있었음을 되새기게 만든다.

안동철교와 평화의 댐을 잇는 민통선 구간은 최근에 신분증이 있으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해졌다. 단 양의대 습지 전망 포인트까지 차량으로 오르려면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양의대 습지로 향한 발길은 자연스럽게 평화의 댐으로 연결된다. 세계 평화의 종, 비목공원 등이 들어선 평화의 댐은 해산터널을 경유하면 민통선을 거치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개방된 공간으로 변신했다.

평화의 댐 언덕 위로는 거대한 세계 평화의 종이 눈길을 끈다. 29개국 분쟁 지역과 한국전쟁 당시 사용한 탄피 등을 모아 만든 세계 평화의 종은 높이 4.7m, 무게 37.5t의 외관을 뽐낸다.

▲ 비목공원.
세계 평화의 종 너머로는 비목공원이 자리 잡았다. 화천 DMZ에 배속된 청년 장교가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무명용사의 돌무덤을 발견하고 만든 노래가 ‘비목’이다. 비목공원에서는 해마다 현충일 전후로 ‘비목’의 탄생과 무명용사의 넋을 기리는 비목문화제가 열린다.

평화의 댐 아래로 내려서면 화천 생태 트레킹의 대명사인 비수구미다. 숲을 가로지르는 비수구미길에서는 들꽃과 새소리가 어우러진 청정 숲길을 오붓하게 거닐 수 있다. 내리막길을 선택하려면 해산터널 초입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 칠성전망대.
화천 민통선 투어의 또 다른 묘미를 즐기려면 평화의 댐 권역에서 벗어나 칠성전망대로 향한다. 칠성전망대에 오르면 DMZ의 숲과 초소, 철책, 북녘 땅이 어우러진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양의대 습지를 이룬 물줄기의 상류인 금성천과 조우하는 곳이 이곳 칠성전망대 일대다. 북한 주민이 밭을 경작하는 모습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인다. 칠성전망대는 지난해 새롭게 단장한 뒤, 가는 길 초입에서 투어 신청을 하면 바로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전망대 내부에 갤러리 카페가 마련되어 차 한 잔 음미하며 북한 땅을 조망하는 것도 새롭다.

청정 화천 땅은 민통선을 벗어나도 다양한 생태 체험으로 몸과 눈을 즐겁게 한다. 화천 생태 투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화천 산소길과 이어지는 ‘숲으로 다리’ 위를 거니는 것이다. 숲으로 다리는 소설가 김훈이 명명한 나무 데크로, 북한강과 나란히 이어지는 숲 지대를 코앞에서 감상하는 행운이 주어진다. 해 뜰 무렵에는 발밑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로, 해 질 무렵이면 고요한 물과 숲의 정취로 묘한 감동을 전해준다. 나무 데크는 원시 숲을 가로지르는 흙길과 연결되며 기분 좋은 생태 산책을 만들어낸다.

▲ 수달연구센터.
또 산천어와 함께 화천을 상징하는 동물이 수달이다. 간동면 파로호 변에는 지난해 국내 최초의 수달 생태 공원인 한국수달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현재 야생 수달 13마리가 사는데, 수달이 헤엄치고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을 구경하며 화천 생태 투어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다.

끝자리 3·8일에 들어서는 화천 오일장에서는 인근 청정 지역에서 나는 향긋한 나물과 올챙이국수, 메밀전병 등 추억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당일 여행 코스>
안동철교→양의대 습지→평화의 댐→숲으로 다리→한국수달연구센터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안동철교→양의대 습지→평화의 댐→비수구미 트레킹→딴산
둘째 날 / 칠성전망대→화천 산소길(숲으로 다리)→꺼먹다리→한국수달연구센터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화천군 관광정보 http://tour.ihc.go.kr
- 한국수달연구센터 www.ottercenter.org

○ 문의 전화
- 화천군 종합관광안내소 033)440-2575
-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033)440-2529
- 한국수달연구센터 033)441-9798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화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4회(07:05~19:35)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화천공영버스터미널 033)442-2902
[기차] 용산-춘천, ITX 청춘 하루 17회(06:00~22:00) 운행, 약 1시간 15분 소요. 춘천역 경유 화천행 버스 30분 간격 운행.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 자가운전 정보
서울춘천고속도로→춘천 JC→중앙고속도로→고속도로 빠져나와 직진→소양2교→화천

○ 숙박 정보
- 파로호한옥펜션 : 화천읍 평화로, 033)441-1488, www.paroho.kr (한옥스테이)
- 화천열차펜션 : 하남면 춘화로, 033)441-8877, www.hctrainpension.com
- 덕성파크 : 화천읍 상승로, 033)442-2204

○ 식당 정보
- 콩사랑 : 두부 요리, 화천읍 대이리길, 033)442-2114
- 화천어죽탕 : 어죽탕, 간동면 파로호로, 033)442-5544
- 평양막국수 : 초계탕·막국수, 화천읍 평화로, 033)442-1112

○ 축제와 행사 정보
- 비목문화제 : 6월 6일, 평화의 댐, 033)442-2507 (화천문화원), www.bimok.com

○ 주변 볼거리
화천 한뼘길, 동구래마을, 용담계곡, 용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