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빌리지 때문에 표심 잃을까...시장 선거 앞둔 오산새정치연합의 고민

(미디어와이 = 홍인기 기자)   곽상욱 오산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탄탄할 것만 같았던 입지가 유권자들의 신뢰를 점차 잃어가면서 현직 시장의 이점조차 허물어지고 있다.

오산시가 경기도와 롯데쇼핑(주)와 함께 투자협약을 맺은 대형 복합쇼핑몰 롯데 오산 펜타빌리지가 문제다.

지역의 중소상인들이 중심이 된 서민층의 반발과 불신이 뿌리깊이 자리 잡으면서 6.4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곽 시장에게는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오산시장 선거 출마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30일 공천면접을 진행했다. 곽 시장을 비롯해 박동우 전 경기도의원, 최인혜 전 오산시의원이 면접에 참여했다.

면접에서는 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방식도 논의됐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원투표 50%, 여론조사 50% 반영이 합해진 방식이 현재까지는 유력해 보인다.

새정치연합이 오산시장 선거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오산지역이 전통의 야권 강세라는 이유도 있지만 시장 선거에 뛰어든 세 후보 모두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젊고 참신한 이미지의 곽상욱 현 시장, 오래 동안 서민들의 대변자로 인정받고 있는 박동우 전 경기도의원, 당찬 여성 정치인의 이미지를 자랑하는 최인혜 전 오산시의원까지 서로 뚜렷하게 나뉘는 이미지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불러왔다.

● 신뢰의 문제…새정치연합 시장후보 희비 엇갈려

개성이 뚜렷한 만큼이나 지지층도 확연히 구분됐다. 새정치연합이 무공천에서 공천을 하기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정당 공천에 따른 예상도 제각각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눈에 띄는 큰 실수 없이 4년 동안 오산시 행정을 이끌며 현직 시장의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는 곽 시장이 경선에서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반면, 지역에서 오래 동안 서민의 대변자로 자타가 인정하는 박동우 전 의원이 곽 시장과 백중세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박 전 의원은 경기도의회에서 요직을 두루 역임하며 정치적인 역량을 입증 받은 터였다.   

최인혜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은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오산이 여성전략 공천지로 분류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한 때 지역 정치권이나 많은 언론까지도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최 의원의 전략공천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팽팽하던 공천 예상은 지난달 곽 시장이 오산 펜타빌리지 유치 투자협약을 맺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또한 새정치연합이 경선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세 후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오산 펜타빌리지 유치투자협약을 기습 체결한 이후 계속해서 중소상인들의 신뢰를 잃은 곽 시장은 한 번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는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오산 펜타빌리지 유치를 처음부터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박 전 의원의 경우, 지역의 서민들에게는 다시 한 번 든든한 동반자로 인식되고 있다.

오산이 전략공천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최 전 의원은 곽 시장과 박 전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지기반 때문에 어렵고 힘든 공천경쟁이 예상된다.  

● “또 한 번 속았다”…더욱 깊어진 소상인들의 분노

곽상욱 시장은 오산 펜타빌리지 협약을 맺은 이후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지역 중소상인들은 물론이고 생각 없이 협약을 맺었다는 정치권의 거센 역풍을 맞으면서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상인들은 오산에서는 사상초유로 6개 지역상인연합회가 동맹을 맺고 협약을 백지화 하라고 곽 시장에게 항의했다. 이들의 분노한 이유는 곽 시장이 시장으로서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내 몰리수도 있는 중대 현안을 공론화 없이 자신의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독선적으로 일을 벌였다는 분노를 터뜨렸다.

사태를 수습하는 와중에서 곽 시장은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 조사를 발표하며 오산 펜타빌리지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직접 현지로 떠나 검증에 나선 지역 상인들에 의해 곽 시장의 주장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거짓 주장이라는 것이 탄로 난 것.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감지되자 궁지에 몰린 곽 시장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오산 새정치연합 안민석 국회의원도 상황이 급해지자 중재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 시장은 지난달 23일 직접 상인들과 만나 투자협약을 백지화하겠다는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다.

안 의원은 곽 시장의 약속 이후 “이번 일로 주민 동의 없는 사업 추진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됐다.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시장님의 용기에 감사드린다”고 지역언론 물향기신문을 통해 말했다.

오산 펜타빌리지 사태가 시장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의 이미지를 추락시킬 것을 우려한 긴박한 조치였다.

오산 펜타빌리지 건으로 곽 시장과 줄곧 대립각을 세웠던 박동우 전 의원 조차 곽 시장과 공천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에도 불구하고 27일 곽 시장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태수습에 힘을 모았다.

박 전 의원 측은 벌써 전부터 “경선에서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공천을 누가 받던 곽 시장의 실정으로 새정치연합이 지역에서 민심을 잃을 것이 우려된다”고 속내를 밝혔을 정도로 펜타빌리지는 오산 새정치연합 공통의 골칫거리였다.

오산 펜타빌리지 문제는 곽 시장의 백지화 약속 이후 봉합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급속히 다시 반전되는 분위기다.

말로는 백지화를 한다고 했지만, 곽 시장이 백지화 약속을 거론한 지 하루 만에 오산시는 “백지화 약속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항의하는 주민들에게는 백지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에 따르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거짓말로 달래고 뒤로는 주민을 다시 한 번 무시한다는 것이 상황을 파악한 소상인들의 더욱 깊어진 분노다.

실제로 오산시가 주민들보다는 경기도와 롯데쇼핑(주)의 눈치를 더 보고 있다는 정황도 여기저기서 보여지고 있다.

투자협약을 백지화 했다는 곽 시장의 약속을 잠시라도 철썩 같이 믿었던 주민들은 이러한 상황이 언론을 통해서 밝혀지자 또 다시 농락당했다는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달라진 것이라면 당장이라도 경기도청과 새정치연합 경기도당으로 쳐들어갈 기세를 보였던 주민들의 분노가 지금부터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 이제는 “더 이상 말조차도 꺼내기도 싫다”는 반응이다.

오산 펜타빌리지 반대추진위원회 실무 관계자는 “얼마 남지 않은 선거에서 민심을 보여주겠다”고 일부 상인들의 격앙된 반응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