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판단력을 완전히 잃었나 봅니다.

참담한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묻고 싶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수원시와 화성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 현장을 그야말로 숨죽이며 애간장을 태우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생환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때, 경기도와 수원시, 화성시는 경기일보와 공동주최하는 경기마라톤 대회를 열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자치단체들이 축제성 행사를 연이어 취소하고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습니다.

경기일보야 그렇다 쳐도 경기도와 수원시, 화성시는 옆동네처럼 좀더 차분한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입니다.

가족을 잃은 마음으로 위로하고, 가족의 생환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말없이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그래야 함께일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상황이 그렇다고 아무것도 못해야 되냐는 말도 나옵니다.

대회 주최 측도 이번 마라톤 대회가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대회로 열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말은 그런다고 했지만 그러나 가슴에 와 닿지가 않습니다. 변명하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도대체 마라톤 대회는 누구를 위해서 열리는 대회일까요?

대회게시판을 보면 참가신청자들조차 대회취소를 요구하며 불만이 많습니다. 그 글을 보면 참가자들을 위해 열리는 대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열리는 행사는 더더욱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해서 열리는 대회일까요.

마라톤 대회에는 ‘5억 원이 좀 안 되는 예산’이 책정됐다고 합니다. 정확한 액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대회사무국이 알려주지 않아서입니다.

예산을 집행한 지자체도 정확한 총예산 규모를 모르고 있습니다. 경기일보는 밝히기 곤란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경기도와 수원시, 화성시로부터 예산을 받아 돈을 쓰겠지요. 이번 마라톤 대회가 혹시라도 그들을 위해서 열리는 대회는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취재과정에서 경기도 대변인은 “경기도의 경우 표시만 공동주최기관으로 돼 있는 것이고 실제 주최는 경기일보에서 하는 것”이라며 “경기일보 측에 대회 취소에 대한 의견을 보냈지만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가 행사를 취소하고 싶은 속내도 보입니다. 그러나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지방일간지의 눈치를 본다는 말입니다. 예산은 경기도민의 돈을 쓰면서도 말입니다.

경기도뿐만 아닙니다. 화성시의 경우 이번 대회 말고도 다음달 3일 모 지방일간지와 공동주최하는 또 다른 마라톤 대회를 준비 중입니다.

이 대회 역시 참가신청자들은 대회취소를 요구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고 있습니다.

유독 경기도는 지방일간지와 지자체가 공동주최하는 마라톤 대회가 많습니다. 다른 때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자제해야 할 때입니다.  

모두가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가 되어 날로 커져가는 절망을 애써 떨구고 있습니다.혹시라도 울게 되면 그 참담한 절망을 인정하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부정이라도 탈까봐 모든 국민들이 나오려는 눈물조차 꾹꾹 집어 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주책없는 눈물은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옵니다.

모두가 부모 된 마음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애타게 지켜보는 이때, 마라톤 대회가 웬 말입니까.

무엇이 두렵습니까? 누구의 눈치를 봐야 합니까?

주민을 대표하는 지자체라면 나도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없이 응원해 주는 일, 지금 가져야할 마음가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