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법무법인 가족 엄경천 변호사

▲ 법무법인 가족 엄경천 변호사.

경기도에 사는 이씨(33세, 여)는 6개월 전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면서 남편 김씨(34세, 남)와 상간녀 정씨(30세, 여)로부터 위자료로 3,0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이씨가 상간녀 정씨에게 손해배상으로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한 달 전에는 명예훼손죄를 인정한 판결이 확정되어 벌금 50만 원을 납부하였다.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을 하는 경우 감정을 앞세우고 가족까지 합세하다 보면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1년 전 아내 이씨는 남편 김씨로부터 일방적인 이혼통보를 받고 집에서 쫓겨나와 친정에 머물던 중 이혼소장을 받게 되었다. 이혼소송 진행 중 이씨는 남편 김씨와 상간녀 정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통해 김씨가 직장동료인 정씨와 1년 가까이 서로 은밀히 통화하고 만나는 부적절한 관계임을 알게 되었다.

이씨는 사실확인을 위해 정씨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직장인 은행으로 찾아갔다. 은행을 방문하기 전 이씨는 변호사로부터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니 정씨의 직장을 찾아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친정어머니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이끌리다시피 은행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이씨와 친정어머니는 은행에서 정씨에게 변변한 말도 하지 못하고 남편 김씨 손에 이끌려 쫓겨나듯이 은행에서 나왔다. 근처 커피숍에서 김씨와 정씨에게 몇 마디 항의를 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 후 정씨는 이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고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것이다.

이혼에 직면한 경우 감정을 다스리고 현재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확인한 다음 그 권리를 합법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혼이라는 것이 부부사이에 생긴 문제이지만 법적인 다툼이 되기 때문에 감정만 앞세우다 보면 이혼절차가 더욱 고통스러워진다.

이혼 자체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혼 절차를 통하여 자신을 뒤돌아보고 독립적인 자신을 찾게 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혼 절차에 부모 형제가 집단적으로 개입하다보면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자존감까지 잃게 되어 이혼절차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이혼 후 더욱 고통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혼인을 하면 어른으로 취급해 주고, 실제 혼인과 출산을 통하여 진정한 어른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혼인 중 심지어 이혼절차에서 홀로서지 못한다면 이혼의 원인이 자신한테 있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