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심상정 국회의원

국민 앞에 직접 인사 실패 사과하고, 총체적 쇄신 다짐해야
‘여성성 결핍된 여성대통령 시대’에 대한 근원적 성찰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오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태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과는 방식과 내용 모두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으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과는 방미 성과를 정리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참모들 뒤에 숨어 마치 자신도 피해자인양 사과만 받다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도 아닌 청와대 내부 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사과의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국민들이 정작 대통령으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자신의 인사 실패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번 파문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이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다’, ‘예고된 인사 참사다’라고 평가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의 명백한 인사 실패가 빚어낸 참사다.

또한 박 대통령은 공직기강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공직자 개개인이 처신을 바로 잡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말 내내 이어진 윤 전 대변인과 청와대 사이의 꼴사나운 진실공방에서 보듯 이번 사건을 통해 청와대의 위기 대응 능력 부재가 그대로 드러났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직접 자신의 인사 실패에 대한 사과의 뜻을 명확히 밝히고, 청와대 공직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쇄신 작업에 나설 것을 약속해야 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성성이 결핍된 여성대통령 시대’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번에 엽기적인 물의를 일으킨 윤창중 전 대변인은 과거 언론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도 수차례 저질적인 언사로 이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바 있다. 여성적 감수성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경박한 언어에서 마초성을 읽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이와 같은 마초적 섬뜩함을 경계하지 못하고 윤 전 대변인을 ‘1호 인사’로 선정한 사실은, 정작 대통령 자신에게 여성성이 결핍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걸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인적구성으로만 봐도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 중 여성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포함해 단 두 명에 불과하며,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에서는 단 한 명의 여성도 찾아볼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세 달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까지 박 대통령이 힘을 실어 추진하고 있는 여성 관련 의제가 단 한 가지도 없다는 점이다. 이번 방미기간 중에도 많은 현지 언론들이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에 큰 관심을 표명했지만, 정작 박 대통령은 아무런 여성의제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처럼 ‘여성성이 결핍된 여성대통령 시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없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성추행 파문과 같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태의 반복을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성성의 확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거스르는 여성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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