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대호 기자

설마 그럴 리가…. 아닐거야. 암 아니고 말고…. 화성시 방문 후 퇴근하던 중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음속으로 “에이 아니겠지”라는 말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화성시를 강타한 조선일보 기사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조선일보 기사 때문이 아니라 그 기사를 접한 이들이 내놓는 추측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 역사와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조선일보에 대문짝만한 기사가 났다. 그것도 1면에 말이다. 지난 26일의 일이다. 화성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주는 기사였다. 화성시의 조선일보 1면 장식은 지난 2009년 8월 ‘활력 넘치는 도시 1위’ 보도 이후 처음이다. 설상가상이라 했던가 하루 뒤인 27일에는 사설에까지 등장했다. OO추억으로 유명했던 화성시가 또 한 번 유명세(?)를 탄 것이다.

기사의 주인공은, 불과 3주 전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과 시리아의 평가전이 열릴 때만 해도 화성시의 자랑거리였던 ‘화성종합경기타운’이었다. 당시 평가전은 경기타운 준공 이래 첫 국제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마련된 3만5천개의 좌석이 모자랄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직접 혹은 TV 생중계를 통해 접한 화성시민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러던 종합경기타운이 한 순간에 세금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조선일보가 그렇게 보도했다. 지면에는 대체 누구를 위해 경기장을 만든 것이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한 공직자는 종합경기타운을 보며 “차라리 폭파해 버리면 속이나 시원할 텐데….”라는 말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아무튼 기사 방향은 성과를 중시하는 선출직 단체장들의 무리한 사업추진과 그로인한 예산낭비 실태를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화성시에서 그 기사를 곧이곧대로 흡수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필자가 만난 정치인들이 그랬고 공직자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언론사에서 예전의 일을 뜬금 없이 그것도 1면에, 더군다나 사설에까지 다룰만한 내용의 기사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의구심이다.

필자가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조선일보 보도가 경기타운을 탄생시킨 전임 시장을 깎아 내리기 위한 특정 정치세력에 의한 작전기사라는 말들이다. 전임 시장을 폄훼함으로써 반대급부를 얻는 이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거슬러 올라가면 현직 시장 또는 2년 뒤 시장선거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무성한 전직 국회의원 A씨의 작품이 아니겠냐는 ‘설’로 압축된다. 전임 시장과 정당이 다른 현직 시장은 전임 시장의 업적이 쌓이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고, 전임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A의원은 차기 시장선거에서 전임 시장을 가장 부담스러운 적수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이 내놓은 ‘설’의 근거다.

제기된 ‘설’은 그럴싸했다. 하지만 필자는 그 ‘설’을 존중하고 싶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표 언론사가 경거망동 했을 리도 없거니와 특정 정치세력으로 오인 받고 있는 현직 시장과 전직 국회의원의 그릇이 그렇게 작을 리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차지하고서라도 현직시장과 전직 국회의원이 자신을 선택한 화성시와 화성시민을 볼모로 일신의 영달을 꾀할 만큼 정신 나간 위인이 아닐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혹여나 누군가 ‘설’과 같은 행위를 했다면 그는 화성시 또는 화성시민으로부터 인정받은 정치인이 아닐 것이다. 그 자체가 저 혼자 잘 살자고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이유에서다. 화성시와 화성시민이 ‘못 믿을 도끼’를 선택했으리라고 생각지 않기에 글을 쓰는 지금도 “그럴 리 없을 거야”라는 말을 애써 되뇐다. 

오늘의 이 되뇌임이 헛수고가 아님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