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둔 지 열두 해,
종종 아이들과 지내던 시절이 그립긴 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나간 일들에 지나치게 미련을 갖지 않는 성격이기에 교직생활하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남들은 그러한 저를 낙천적이니 긍정적이니 추겨 새워주지만…….
저의 교사시절은 참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고 스스로 자부해 봅니다.

21년간 담임한 제자가 1,238명. (제자들의 인적사항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두었음) 6학년 담임만을 16년.(그 중 11년은 연속으로 6학년 담임을 함) 덕분에 30대 후반부터 주례를 서기 시작하여 21번의 혼인주례.

수원, 용인 지역중심으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주역으로 일하는 제자들과 가끔 종종 만나기도 하고, 번개산행이나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고 삼삼오오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고달픈(?) 인생이야기도 나누곤 합니다.

때로 실패와 역경과 시련을 이기고 견뎌내고 훌륭하게 살아가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가슴이 뭉클하게 저려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함께 근무했던 동료나 후배교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구동성으로 요즘 교직생활은 보람도 없고 전혀 행복하지 않다며, 제가 적절한 시점에 학교를 잘 그만두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가르치는 일보다는 나날이 늘어나는 교사들의 부수적인 업무. 승진경쟁과 성과급 차별지급 등으로 동료를 적으로 만드는 교직사회. 초등학생까지 국가단위 학력평가를 실시하여 지필평가 성적에 의해 아이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아 서열화시키는 한심한 교육행정. 체험위주의 교육과정으로 개정 운영하지만 여전한 지식, 입시 위주의 교육. 지난 날 중고등학생들이 저지르던 악행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아이들,학부모들의 이기적이고 도를 넘어선 자기자식 사랑.

어지간한 성적으로는 교육고시라고 불리는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하여 교사가 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가슴이 따뜻한 교사보다는 똑똑하기만 한 신규교사들로 채워지는 학교. 존경받는 선생님은 커녕 일종의 직업, 철밥통으로만 내몰리는 교단의 위상……. 

요즘 냄비언론에 오르내리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구태여 찾아보려 하지 않아도 교육계의 이런 현실들이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학교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답은 저도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학교를 사람냄새 나는 세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수원청소년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