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펑펑’, ‘주먹구구’, ‘불통’ 그리고 도민뒷전

경기도청에 1200만 경기도민보다 도지사 한 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조직이 있다. 바로 대변인실이다. 대변인실은 경기도가 하는 일을 언론을 통해 도민에게 상세히 알리고 경기도의 이미지를 제고함과 동시에 널리 홍보하기 위해 조직됐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지사의 정치적인 꿈에 역량이 집중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도청 실국가운데 대변인실에 정무직 인사가 가장 많이 근무한다는 것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업무 대부분이 도지사위주로 돌아간다. 도지사를 뉴스메이커로 부상시키기 위해 많은 돈을 쓰기도 한다. 올 한해 예산만 110억 원에 달한다. 대부분이 홍보비다. 이마저도 제대로 된 정책홍보가 아닌 언론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대변인실 안에는 상식적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구태와 관행이 당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혈세로 지급하는 광고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변인실이 불통행정으로 정무적인 역할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경기도민은 잘 모르는 그들만의 치열한 삶의 현장인 경기도 대변인실을 분석했다.<편집자주>

▲ 경기도민 혈세로 도정홍보보다 도지사 대통령 만들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기도대변인실. ⓒ데일리와이
본연의 역할은 뒷전 도지사 정치적 꿈 이루기에 ‘급급’
김문수 도지사는 ‘소통강조’ 대변인실은 내 갈길 간다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정례브리핑 4주째 감감 무소식

◆‘김 지사 대통령 만들기’ 대변인 들락날락
경기도 대변인실은 타 광역자치단체 대변인실(공보실)과 활동 영역이 다르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경기도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경기도는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다. 1200만 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약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 전국적으로 저조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의례히 대권잠룡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경기도지사가 되면 도정보다 정치적인 꿈을 위한 행보에 집중을 하게 된다. 대권도전에 나섰던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행보가 이를 입증한다. 현 3%대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김문수 도지사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언제 도지사직을 박차고 나가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설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지사의 의중을 가장 헤아려야 하는 경기도 대변인실은 본연의 역할인 도정 알리기보다 도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형국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대변인실 소속 정무직 직원들이 김 지사 선거를 돕기 위해 줄줄이 사퇴하고 김 지사 당선 후 한 달여 만에 복귀한 것만 봐도 이들의 무게중심이 도민보다 도지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당시 경기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동시에 그렇게 많은 인원이 자리를 비워도 되는 것이냐”며 “도지사 부재 시 없어도 되는 부서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얼마 전 대변인실이 뉴미디어담당관을 신설하는 등 규모를 키운 것도 김 지사의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조직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민 혈세로 모아진 예산의 사용처를 보면 대변인실이 도지사 한 사람의 조직으로 전락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언론홍보비의 절반가량이 중앙언론으로 흘러들어간다. 연간 수십억 원에 이른다.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타 지방광역단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도정을 홍보하는 책자를 하나 만들더라도 도지사 위주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우리는 GTX를 타고 미래로 간다’라는 제목의 홍보책자가 대표적이다. 이 책자로 인해 김문수 지사 측근 두 명이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치루고 있다.
경기도 대변인실이 도민의 알권리 충족이 아닌 김 지사 앞날을 위해 일하는 부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보비 절반은 중앙언론에…도정보다 인기관리 치중
無원칙 無기준 주먹구구 광고 집행 ‘바람 잘 날 없어’

◆도민혈세를 내 돈 쓰듯 ‘펑펑’
대변인실이 도지사를 위한 홍보부서로 전락하면서 붉어진 가장 큰 문제점은 주먹구구식 광고비 집행이다.
중앙언론과 방송에 치우친 홍보전락을 세우고 막대한 예산지원에 나서는 반면 지역 소식을 풍부하게 담아내는 풀뿌리 지방 언론은 외면하기 일쑤다.
특히 대변인실과 코드가 맞는 언론에게는 홍보효과와 상관없이 도민혈세를 내 돈 쓰듯 지원하는 행태도 비일비재하다. 반대로 쓴 소리를 하는 언론은 외면한다.
광고 집행에 대한 대변인실 나름대로의 규정은 있지만 이는 형식일 뿐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부정적인 기사 무마를 위한 광고집행, 도지사에 유리한 기사를 게재하는데 대한 지원 등이 그 것이다.
또 대변인실 수장인 대변인의 출신과 성향에 따라서도 광고비 지원 대상과 규모가 달라진다. 과거 대변인실의 홍보비 집행 내역을 보면 안산과 부천 지역 언론에 뜬금없는 예산이 지원된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안산시의 경우 허숭 전 대변인이 정치적 터전을 잡은 곳이고 부천시는 김 지사의 정치적 고향이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월간조선 출신 현 김용삼 대변인이 지난해 2월 취임한 이후 월간조선에 집행된 광고 횟수는 그 이전에 비해 부쩍 늘었다.
게다가 김 대변인은 자신의 과오를 지적하는 언론사에 추가보도를 막기 위해 수천만원대 혈세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변인실은 이 의혹에 대한 사실규명을 회피하고 있다.
이처럼 정무직 인사인 대변인이 혈세로 마련된 예산을 홍보비란 명목으로 무원칙 무기준으로 주무르다보니 대변인실과 도청 출입 언론 간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는 실정이다.
이는 비단 대변인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도청 실국은 물론 산하 공공기관 등 홍보예산이 있는 기관 대다수가 겪는 갈등요소다. 실국 및 공공기관 홍보예산도 도 대변인실에서 컨트롤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도는 이와 관련 지난 2010년 경기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강한 질타를 받고 시정을 약속했지만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
한 공공기관 홍보담당자는 “홍보 예산의 90%는 대변인실에 의해 집행된다”며 “우리는 홍보예산보다 실질적인 운영예산이 더 필요한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각종 언론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홍보비 자체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털어놨다.

▲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혈세를 집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삼 경기도대변인.
◆도지사 권력 뒤에 숨어 언론탄압
이처럼 대변인실과 언론과의 관계가 광고에 의존되다보니 최근 들어서는 대변인실의 권위적인 모습도 자주 등장한다.
입맛에 맞는 언론에는 과분한 지원에 나서는 반면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하는 언론에게는 인색한 행태를 보인다. 일종의 언론 길들이기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대변인의 과오를 지적하는 본지를 강탈하는 언론탄압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는 소통의 창구를 닫았다.
이어 언론탄압에 항의하며 정식 도지사 면담을 신청한 언론사의 요구도 대변인실 스스로 판단해 묵살했다. 도지사의 뜻을 전하고 그의 눈과 귀가 되어 도민의 뜻을 전달해야 할 대변인실이 오히려 도지사의 눈과 귀를 막는 행태를 보인 셈이다.
김문수 도지사가 소통을 강조하며 서민과 대학생 그리고 청소년을 만나는 행보와 대조적이다.
대변인실의 불통행보는 이뿐이 아니다.
대변인실은 신문 강탈 사건이 있던 지난해 12월 28일 예정된 정례브리핑 취소 발표 이후 4주째 정례브리핑을 개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계 일각에서는 대변인실이 경기도민에 도정소식을 상세히 알리는 기본적인 역할마저 포기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청을 출입하는 한 언론인은 “청와대를 빗대 ‘구중궁궐’이라고 표현하며 청와대의 불통을 지적했던 김 지사가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소통부재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