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광교신도시를 통과하는 첫 지하철인 신분당선 연장선 공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진척이 더뎠다. 그중 미금역 설치는 공사 진행에 큰 걸림돌이었다. 수원시와 성남시의 확연한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 결국 이재명 성남시장이 “미금역 없인 신분당선 공사못한다”는 강공카드를 내놨고 이에 염태영 수원시장도 “원칙을 준수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자칫 공사가 답보상태로 돌입할 즈음 이재명 시장은 10월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금역 설치확정”을 발표했다. 화들짝 놀란 수원시는 이에 반발 기자회견을 했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기 시작했다. 과연 이재명 시장이 선언한 미금역 설치는 가능한 것인 지 지금까지 진행사항을 분석했다.

▲ 신분당선 연장선 미금역 설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사진 위)과 염태영 수원시장 모습.
이재명 성남시장-공사 중단 카드로 강공, 정치권에 물밑작업
염태영 수원시장-원칙 공사 주장하며 소극 대응 뒤통수 맞아
국토부 설치 인정, 수원시 광교주민 설득 명분 찾기에 ‘고심’

미금역 설치확정 발표 배경은?
결론부터 말하면 신분당선 연장선 미금역 설치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성남시의 적극성때문이다.
성남시는 그동안 경기철도(주)와 미금역 환승역 설치를 놓고 그동안 60여 차례에 걸친 협의를 해왔다. 그러나 광교입주자총연합회의 반발에 경기철도(주)는 “용인시와 수원시민들의 분당 미금역 반대 민원이 해결돼야만 역사 설치가 가능하다”고 성남시에 통보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5월9일 “미금역 설치 없는 신분당선 연장선 공사는 있을 수 없다”며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인허가를 기피하는 강공책을 썼다.
반면 수원시는 원안을 믿고 성남시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성남시장의 강공에 지난 8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을 믿고 합리적으로 일을 풀자”는 정도가 전부였다.
이 시장은 염 시장의 제안에 아랑곳하지 않고 2달만인 지난 10월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금역설치확정발표’를 했다. 수원시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발표했다며 난감해 했다.

그러나 이 시장이 근거 없는 발표를 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역시 근거는 있었다. 국토해양부는 <데일리와이>와 전화인터뷰에서 “수원시 성남시 등과 충분한 협의 후 설치 쪽으로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또 이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해서 “크게 틀린 점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시장의 기자회견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사장은 “국토해양부와 경기도, 수원시, 성남시, 경기철도㈜,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관계자 회의를 거쳐 10월 24일 신분당선 연장선(정자∼광교) 미금정차역 설치가 확정되었고, 27일 제가 최종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환승역이 아닌 정차역 설치가 확정됐지만 기능보완을 통해 환승역 역할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시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무엇보다 수원시민을 화나게 한 것은 이재명 시장의 이날 회견내용 때문.
이 시장은 "미금역 설치 결정이 날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수원시와 광교입주예정자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측은 “협의를 통해 미금역 설치가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에 대한 인사성 멘트였다”고 말했다.

김지완 수원시 교통안전국장은 "미금역 설치는 아직 성남시가 국토해양부에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업으로, 법적인 절차인 타당성 조사조차 거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성남시가 기자회견을 통해 미금역 설치 확정 발표를 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수원시는 행정력을 통해 대응방침을 밝혔다.

미금역 설치에 ‘정치’ 등장 이유는?
미금역 설치 문제를 놓고 민주당내 거물 정치인까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분당 을)와 김진표 원내대표(수원 영통) 간 갈등이 그것.
김 원내대표로서는 내년총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미금역 설치를 반대하는 광교는 그의 지역구다. 따라서 뜨거운 감자로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예민한 결정도 내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4·27분당 을 보궐선거 지원유세당시 손 대표 공약이었던 미금정차역 설치에 대해 지지발언을 했다. 이후 지역민심에 의해 최근 지지의사를 공식철회한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반면 손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이재명 시장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손 대표는 이 시장의 요청으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다. 7월19일 국회에서 가진 비공개 간담회가 그것.

하지만 손 대표 측은 김 원내대표 측에 만남을 알리지 않아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손학규 대표는 간담회 후 “이재명 시장님 방문에 맞춰 국토부 장관을 불렀다”며 “장관도 미금역 설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고, 분당주민들께 필요한 것이니까 국가적인 과제로 긍정적인 검토가 되리라 생각하고 있다”고 낙관했다.

이 시장 역시 이날 “곧 국토부, 경기철도, 성남시, 수원시, 경기도가 현재 협의 중에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부터 이재명 시장에게 힘이 실렸고, 미금역 설치는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장은 미금역 설치 확정 기자회견에서는 “국토해양부장관 면담 등을 통해 미금역 설치에 최선을 다해 주신 손학규 민주당 대표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성남시는 결국 공사허가 거부 등 강경대처와 정치권의 물밑작업으로 미금역설치를 관철시켰다는 것이 중론이다.

염 시장의 소극대응 그 까닭은?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8월2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월 성남시가 미금역 설치를 주장하며 시행자인 경기철도(주)가 철도노선 공사를 위해 제출한 공원점용 허가를 취소하고 공공지장물 이설협의를 거부, 공사가 중단된 데 따른 기자회견이었다.
성남시가 미금역을 설치하겠다며 적극적 활동과 강한 의지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셈이다.
당시 염 시장의 제안은 미금역 설치논란과 관련, 수원시와 성남시 등 당사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었다.

그리고 지자체간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칙을 믿고 합리적으로 일을 풀어보겠다는 취지가 역력했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의 강공에 비해 극히 미약한 처방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기자회견을 참석하고 나오는 기자들 간에는 이때 이미 “미금역은 설치되겠구나”라는 표현을 하는 이도 있었다.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미금역협의체 회의는 지난 9월1일, 9월16일, 10월18일 세 차례에 걸쳐 개최됐다. 또 미금역 설치여부는 성남시 보고서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으며, 추후 검증절차를 거쳐 판단하겠다는 국토해양부의 입장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의 10월28일 미금역설치확정 기자회견으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성남시장의 강공에 비해 수원시장 대응을 놓고 말들이 많다. 두 시장은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도 잘 알 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금역 설치문제가 불거졌을 때 잘 풀어보자는 전화통화까지 나눌 정도 사이다. 그러나 막판 결정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손학규 대표의 적극지원을 받은 점과 비공개 협의내용을 밝히며 강공을 편 이 시장에 비해 염 시장은 원칙만 따지다 황당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염 시장의 대응을 놓고 “정치권의 설득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있다. 손학규 김진표 등 거물 정치인이 가까이 있기에 나오는 말들로 풀이된다. 정치적 구도가 염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수원시는 미금역 설치는 인정해주고 그나마 광교입주민을 달랠 그 무엇을 확보하기 위해 명분을 살려가며 마지막 협상을 추진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미금역 설치확정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원시는 염 시장이 아닌 국장급이 나서 긴급기자회견을 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두 기자회견을 놓고 시민은 어디에 무게감을 둘 것인가?
수원시의 앞날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거침없는 이재명 주춤주춤 염태영
성남시에서는 이 시장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민선 5기 숙원 사업으로 밀어부쳤던 신분당선 미금정차역 설치가 최종적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들은 이 시장이 그동안 신분당선의 미금역을 만들기 위해 동부서주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언론은 어느 땐 달래고 어느 땐 건설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미금역 설치에 온힘을 쏟았다고 보도했다.

이 시장도 기자회견에서 "일부 광교신도시 입주예정자들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설치의 당위성과 설치가 되지 않을 때의 문제점을 강력히 어필한 결과 미금역 설치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감격해했다.

이 시장이 미금역 설치를 추진하면서 손학규 대표를 자주 거론했다. 그 가운데 핵심적인 것은 “이 사업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공약”이라는 것.
이 시장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의 대응이 주목됐지만 큰 반론 없이 넘어갔다. 민주당에서도 지원사격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묵인은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민주당 소속 염태영 시장에게도 무언의 압박이 아닐 수 없다. 항간에는 민주당 지도부에서 염 시장을 설득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염 시장이 이 시장의 강공에 비해 반박수위가 약한 점은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시장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성남시민으로 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염태영 시장은 광교입주민들의 항의 방문을 받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앞으로 막판 진행여부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라는 숙제가 남게 됐다.

신분당선 연장구간은?
지난 10월 29일 개통한 신분당선(강남역~정자역)을 수원 광교신도시까지 연장하는 노선이다.
정자역에서 광교신도시까지 12.8㎞ 구간으로 2016년 2월 개통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착공했고 총사업비는 1조5343억 원이다.
이 노선에는 수지 3곳과 광교신도시 신대저수지 인근, 광교신도시 경기도청사 인근, 경기대 인근 등 6곳의 역사가 예정돼 있다.
미금정차 역 건립은 당초 계획엔 없었지만 미금역 주변 주민들이 정자역과 동천역(수지) 사이의 미금역에 정차역을 추가로 신설하는 방안을 요구하자 성남시가 정차역 신설을 약속하고 추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