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삭발하면 절에 가야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막말 논란이 또 터졌다. 일명 ‘삭발신부’ 발언이다. 모처럼 만에 특강 차 수도권을 벗어난 자리에서 발생한 일이다. 지난 달 특강 중 ‘비운의 대통령 발언’ 이후 불과 11일만이다. 이처럼 김 지사가 특강에 나서기만하면 작든 크든 간 논란거리가 발생한다.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 지사는 ‘특강’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이즈마케팅이라고 하기에는 말실수에 따른 피해가 너무도 크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잦은 특강 때문에 민주당 정치인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지사는 특강을 놓지 않고 있다. 왜 이렇게 특강에 집착하는 것일까? ‘특강’이 김문수 지사의 운명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 잦은 막말 논란에도 불구하고 특강을 놓지 않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하고 주제도 다양
‘대권 잠룡’ 인지도 높이기 최고 아이템
특유의 직설화법, 이미지에 타격 입기도

◆특강하러 갔다 말실수 ‘뭇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또 실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제주도청을 방문한 김 지사가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신부를 폄하한 것이다.
김 지사는 “4대강에 반대하는 신부 2명이 삭발했다”며 “신부가 삭발했으면 절에 가야지….”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천주교계는 즉각 김 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4대강 반대 삭발식에 참여했던 명동성당 최재철 신부는 트위터를 통해 “천주교 신자인 김문수 지사가 ‘신부가 삭발하면 절에 가야지’라고 했다던데 삭발했던 신부로서 궁금한 것 한 가지. 어느 절에 가면 좋겠습니까?”라며 김 지사를 힐난했다.
또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 관계자도 “천주교 신자라는 김 지사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곤란하다”며 “삭발이라는 게 힘없는 사람들의 강한 의지 표현인데 사제들이 오죽했으면 삭발식을 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 지사는 ‘어떤 대한민국을, 누가 만들 것인가?’란 주제로 제주자치도 공무원 300여명에게 특강을 실시했다. 특강에서 그는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문제,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 등에 대한 내용을 빼놓지 않았다.
특강과 관련한 김 지사의 막말 발언은 이보다 앞선 지난 9월에도 발생했다. 전·현직 대통령 비하발언 파문이 그 것.
김 지사는 지난 9월 28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주최한 포럼에서 특강을 하는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바위에 떨어져 돌아가셨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굉장히 징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이 대통령의 신도시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40년간 묶어 놓은 그린벨트를 풀어서 만든 보금자리주택일 뿐”이라고 했고 “대통령이 인기관리를 하면 포퓰리스트이지 주체가 아니다”며 공격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당시 김 지사의 발언은 정치권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 지난 9월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한선 국가전략포럼 특강에서 ‘통일 강대국,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주제로 강연 중인 김문수 경기도지사.
◆“말실수쯤이야” 무조건 GO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특강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김 지사의 특강 이력을 살펴보면 그는 도지사 취임 이후 311회의 특강을 해왔다. 특히 2009년에는 총 94회나 특강에 나섰다. 많을 때는 한 달에 11회나 특강을 실시했다. 매주 두 차례 특강에 나선 셈이다.
그것도 전국을 대상으로 특강을 가져왔다. 경기도지사로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경기도의회가 이 같은 김 지사의 특강행보를 두고 ‘특강정치’라며 맹공을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론 말실수로 비난의 화살을 정면으로 맞는 일이 발생해도, 또 야당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져도 특강만큼은 마이웨이다.
어떤 일이든 잘못에 대해서는 즉각 인정하고 시정방침을 밝히는 김 지사의 일처리 특성과도 맞지 않을 만큼 특강을 고집하는 모양새다.
지난 9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특강을 놓고 김 지사와 장세환(민·전주완산을) 국회의원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특강을 문제 삼는 장 의원에게 “특강으로 인해 도정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 “도지사가 없을 때 도정이 더 잘 돌아갈 때도 있다”. “할일은 다 한다”, “도정도 국가가 있어야 된다” 등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특강내용을 문제 삼던 장 의원은 견강부회(牽强附會) 말라며 강의료 수령문제로 화살을 돌렸다.

◆마이웨이식 특강 왜?
이처럼 모진 외압(?) 속에서도 김 지사가 특강을 챙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김 지사는 스스로는 “도정을 알리고 국가발전을 위하는 일이면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대권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기도지사로서 활동보폭을 넓히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는데 특강만큼 좋은 아이템이 없는 이유에서다.
실제 김 지사는 특강을 통해 많은 이득을 취해왔다. 지난 3월 쪼개기 후원금 사건으로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김 지사는 특강으로 위기를 대처했다. 그는 특강을 통해 후원금 사건에 대한 억울함을 표현하면서 결백을 주장하는 행보를 가졌다.
이후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을 찾아 친이계 유력 대권주자임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동시에 한나라당 내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임을 피력했다.
또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특강에서는 탈당한 전직 도지사를 거론하며 김 지사 스스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등 당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또 극좌파 출신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특강에 나설 때마다 대북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섰던 셈이다.
언론은 이 같은 김 지사의 특강행보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의 발언은 경기도정에 집중할 때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권을 꿈꾸는 김 지사가 ‘특강’과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