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환공여지 지자체 부담 없는 지원정책 절실
경기북부지역의 미군반환공여지 개발이 답보 상태다. 계획이 발표된 지 9년이 흘렀지만 사업 대부분이 곤란을 겪고 있다. 지자체의 과다한 사업비 부담이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 정부가 특별지원법까지 제정해 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 북부지역의 반환공여지 매각비용으로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이전 사업비를 충당하려 한다. 경기북부 주민들은 속이 끓는다. 60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했음에도 보상은커녕 국가로부터 배척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기도가 국비지원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태도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경기북부지역 미반환공여지 개발 현황과 문제점, 추진대책에 대해 살펴봤다.
◆김문수 지사 “용산만큼 경기북부도 지원하라”경기도는 13일 김문수 지사 명의로 미군반환공여지 개발과 관련한 성명서를 냈다. 요지는 평택으로 이전하는 용산 미군기지만큼 정부가 경기북부지역의 미군반환공여지 개발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는 ▶지자체에 부담 없는 방향으로 경기북부지역 미군반환공여구역 지원정책을 추진할 것 ▶용산기지 개발을 위한 ‘국립민족공원조성특별법’과 같은 특별지원법을 제정해 중앙정부가 지원계획을 직접 수립·추진할 것 ▶‘공여구역지원특별법’에 의한 도로·공원 등 토지매입비 일부지원을 전액지원으로 전환하고, 도로사업 공사비도 50% 지원에서 70%로, 또는 전체 소요사업비의 50%로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도는 성명서에서 “경기북부지역에서 진행 중인 다수의 반환공여지 개발사업이 과다한 지방비 부담과 열악한 재정 여건 때문에 사업 대부분이 곤란을 겪거나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북부지역의 반환공여지 매각비용으로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이전 사업비를 충당하려는 현 정부의 반환공여지 정책은 분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는 또 “반환공여지 개발로 지역 발전을 기대했던 지역주민들은 계속되는 사업지체와 중단사태를 보며 깊은 상실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는 용산 미군기지에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까지 제정해가며 1조5천억원의 국비와 81만평이나 되는 땅을 무상제공한 정부가 정작 국가안보를 위해 수십 년간 희생을 감내한 경기북부 주민들에게 또 한 번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의 이 같은 요구는 2002년 반환기지개발계획 발표 이후 지난 9년간 반환공여지 개발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나왔다.
2007년에 제정된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에 따라 경기북부지역에 10년간 국비 총 1조2099억원이 지원될 예정이지만, 그에 따른 지방비 부담액 또한 1조8788억원에 이른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로서는 현실적으로 지방비 부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행정구역의 43%가 주한미군기지인 동두천시는 국비 5306억원이 지원될 계획이지만, 시비 또한 5741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매년 574억원 가량의 시비를 10년 동안 부담해야 하는 것.
지난해 동두천시의 재정자립도는 24.2%였다. 인건비·복지비 등 필수 운영비를 제외하면 동두천시의 1년 가용재원은 200억원 수준으로 국비가 지원되더라도 개발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실정이다.◆미군반환공여지 개발, 지자체 부담 너무 커
경기북부의 미군반환기지 개발 관련 지원 국비는 두 가지로 반환기지 토지매입비와 주변지역 도로사업비다. 토지매입비는 60∼80%를 국비로 지원하며, 도로사업비는 총사업비의 50%를 지원한다.
토지매입비는 6856억원의 국비가 지원되며 이와 매칭해 2955억원의 지방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 비용은 전액 주한미군 평택기지 개발사업으로 투입된다. 국가 안보를 위해 건설되는 주한미군 평택기지 건설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기지가 이전되는 지자체에서 일부를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매입한 부지 내에 조성되는 공공시설인 도로·공원·하천의 조성공사비는 전액 지방비 부담으로 이 비용만 4636억원이다. 10조원 상당의 토지 무상제공과 1조5천억원이 소요되는 조성사업비를 전액 국비 지원하는 용산기지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환기지 주변지역 개발을 위해 지원되는 도로사업도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많다. 대부분의 도로사업은 현장여건의 변동, 물가변동, 민원 등의 사유로 사업비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총사업비 변경이라는 제도 하에 사업비 증액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을 통해 지원되는 도로사업은 확정된 국비를 사업별로 배분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사업비 증액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비지원 비율이 50%라고 해서 지방비 부담액도 50%일 순 없다. 경기도에 지원되는 도로사업은 42건에 5243억원의 국비가 지원되지만 지방비 부담액은 9047억원이다. 국비가 증액되지 않기에 총사업비가 증액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추가 발생 비용을 전액 지방비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미군기지가 떠나가는 지자체의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주한미군 반환기지 개발 관련 국비지원은 ‘빚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며 “정부가 지난 60년간 안보를 위해 희생한 지역주민들을 더는 실망시켜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道, 정부‧국방부 상대로 헌법소원 검토
김문수 지사도 “서울 용산과 비교해 경기북부지역의 미반환공여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불평등하다”며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0일 도의회 도정질의에서 이화여대의 파주캠퍼스 조성사업 백지화에 대해 답변하며 “반환되는 용산미군기지는 법을 만들어 민족공원을 무상으로 지어주고, 경기북부 파주·의정부·동두천 지역은 국방부가 땅 값을 더 받으려 한다. 평등권을 침해하는 만큼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경기북부지역은 미군 재배치 계획에 의해 미군이 이전비용 모두를 부담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이곳 땅값을 많이 받아서 서울 용산에 돈을 들이려 한다”며 “도(道) 고문변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는 현재 정부와 국방부를 상대로 헌법소원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검토 중이다.
헌법소원이 인용(認容)되면 정부는 용산기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지원책이 담긴 특별법을 제·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