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와 낙조, 낙엽을 벗삼아 떠나는 쉼과 사색으로의 여행

가을이 왔다. 고독을 머금고 스멀스멀. 밝은 햇살 속에서도 투명하고 차가운 기운을 머금은 가을. 찬 기운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히 만든다. 찬 기운에 밀려 생명을 다하는 낙엽을 보면서 사람들은 봄과 여름 내내 달리던 것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른다. 이때 사람들은 여행이나 휴식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계절이 바뀌어 마음 한 켠이 울렁이는 이들을 위해 화성시에서 자부하는 사색여행지 몇곳을 소개한다.

▲ 궁평항 낙조.(사진제공 화성시청)
◆붉은 기운이 화려하지만 왠지 쓸쓸한 ‘궁평항 낙조’
궁평항은 200여 척의 어선이 드나들 수 있는 선착장과 1.5km 길이의 방파제를 갖춘 어항으로 경기도 내에서는 큰 규모에 속한다.
이곳의 2km가 넘는 백사장과 100년 송 5천 그루의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장관은 궁평항 낙조를 감상하기도 전에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궁평항 낙조는 만선의 깃발을 단 어선들이 궁평항으로 돌아올 때쯤 볼 수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이곳의 낙조는 화성 팔경 중의 하나로, 수도권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또, 방파제 끝에 피싱피어(Fishing Pier)가 조성돼 있어 바다 위에서 낚시를 즐기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피싱피어’는 바다낚시 잔교(棧橋)로서, 바다 깊숙이 목재로 다리를 설치해 낚시도 즐기고 바다풍광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 레저공간으로 화성시에는 궁평항과 제부항 2곳에 설치돼 있다.
한편, 이곳의 수산물 직판장도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코스 중 하나다.
갓 잡아온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먹을 수 있는 수산물 직판장에는 270여 개 식당이 성업 중에 있으며, 졸깃하고 단백한 생선회와 칼칼한 맛의 매운탕, 고소한 대하구이와 조개구이, 깔끔한 국물 맛의 바지락 칼국수 등 궁평항 대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싱싱한 해산물이 반기는 직판장에 들러 기분좋은 저녁 만찬을 즐기자.
또,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궁평항 남쪽 10km 길이의 화성호 방조제에도 시원하게 달리는 것도 일품이다.

궁평항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연락처 : ☎ 031-356-7339, 1577-4200

▲ 건릉앞 정자각.(사진제공 화성시청)
◆가을숲 사잇길로 만나는 비운의 왕자 사도세자
화성시 안녕동 산자락에 위치한 융·건릉, 이곳은 뒤주에 갇혀 죽은 조선 비운의 왕자 사도세자와 그의 아들 정조대왕이 함께 잠들어있는 곳이다.
융릉은 사도세자와 그의 비 혜경궁 홍씨를 합장한 능으로 원래 경기도 양주군 배봉산에 있던 능을 아버지의 불행한 삶을 가슴아파 하던 정조가 1789년에 지금의 장소로 묘를 옮긴 후 현릉원(이후 융릉으로 승격)이라 했다.
융릉 왼쪽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건릉은 정조의 능으로 살아 생전 선친의 묘 곁에 자신의 묘를 써달라 유언을 남겼고, 그에 따라 아버지 사도세자 옆에 자리하고 있다.
능이 위치한 ‘안녕동’의 지명은 설에 의하면 능행 행차를 마친 정조가 다시 한양으로 향하면서 몇 번이고 이곳을 돌아보며 아버지가 ‘편안히 잠드시기를’ 기원했다고 하여 이 일대가 ‘안녕동’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고 한다.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융·건릉은 화성 8경에서도 제일로 꼽는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양지바른 곳에 놓인 두 개의 왕릉을 감싼 기품있는 솔숲은 많은 사람들의 산책로로 유명하다.
이 산책길에 들어서면 나이가 족히 백 살 이상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적송들이 쭉쭉 뻗어 왕릉을 호위하고 있다.
나무들이 잘 가꿔진 탓에 이곳의 숲은 웬만한 자연휴양림보다 낫다는 평이다.
솔숲과 참나무가 만들어 준 산책길엔 절로 심호흡을 나오게 하는 황톳길이 반겨준다.
두 능을 두루두루 산책하는데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맑고 깨끗한 공기에 취하고 능의 둘레길인 산책로에 반해 걷다보면 하루종일도 아깝지 않다.
또, 융·건릉 만으로 아쉽다면 이웃한 용주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용주사는 정조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로서, 이 절은 조선후기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전각 뿐만 아니라 국보 120호 용주사 범종 등 볼거리가 많다.
융·건릉, 용주사 등 모두 호젓한 분위기의 산책길을 가지고 있어 걷는 이에게 상쾌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스산하게 부는 가을바람 한 자락이 구슬프게 느껴진다면, 그건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아들의 애절한 사랑과 비탄한 눈물 때문은 아닐까.

융릉·건릉 :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 1-1
연락처 : ☎ 031-222-0142 (융건릉관리사무소)

 

▲ 공룡알화석지.(사진제공 화성시청)
◆1억년 역사, 그리고 나
세계 3대 공룡알화석지 중 하나인 화성시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져 퇴적층에 싸여 있던 공룡알들이 시화호의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약 1억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공룡들의 공룡알 화석과 파편 등 200여 개가 발견된 것이다.
대략 480만 평(15.9㎢)의 드넓은 화석지 곳곳에서 한반도 공룡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화석산지로 이르는 길은 1.5km에 이르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한가로이 걷기엔 안성맞춤이다.
또, 이곳에는 ‘공룡알 유적지 방문자센터’가 있어 공룡알 화석과 공룡모형, 특히 한반도에서만 서식했던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복원도까지 볼 수 있다.
우연히 낙조를 볼 시간대를 맞춘다면 그야말로 장관을 볼 기회가 덤으로 주어진다.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무성한 갈대와 억새풀, 모래 바람 등 이국적이고 몽환적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상과 단절된 듯한 조용함을 간직한 곳이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나만의 휴식시간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휴식처이다.

공룡알화석지 :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산 5번지 일대
연락처 : ☎ 031-357-3951,3961 (공룡알화석지 방문자센터) 031-357-4660 (문화관광해설사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