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작품-도색

홍콩 독립영화의 살아있는 전설, 욘판!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전으로 홍콩 독립영화의 살아있는 전설, 욘판 감독의 특별전이 마련된다. 욘판은 홍콩 느와르가 주름잡던 1980년대, 주류영화계의 냉정한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성적인 감수성과 낭만적인 화법으로 삶과 사랑을 이야기한 감독이다. 그는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난 주인공들의 삶을 큰 소리로 주장하기 보다는 그들의 내면을 감각적인 속삭임으로 풀어낸다.

화려한 색감과 클로즈업, 감미로운 내레이션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욘판의 화법!

욘판 감독의 영화들은 이성보다는 감성, 논리보다는 감각으로 호소한다. 원색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색감의 화면,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는 인물의 미세한 표정은 물론 마치 침대 머리맡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듯한 조용한 내레이션까지, 그의 영화는 눈과 귀의 감각을 섬세하게 자극한다. 부드럽고 화사한 필터효과와 인물의 작은 움직임을 강조하는 슬로우 모션 등 다소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장치일지라도 그의 작품에서는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

그의 초기작들을 복원판으로 만난다!

이번 특별전은 그의 초기작부터 2000년대 중반에 걸친 대표작들을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복원시켜 소개한다. 특히 80년대부터 지금까지 홍콩영화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아름다운 청춘들도 욘판의 영화와 함께 돌아와 두 배의 반가움을 안겨 줄 것이다. 장만옥, 종초홍, 오언조, 장학우, 왕조현 등 80년대 홍콩은 물론 국내 대중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했던 그들의 풋풋한 젊음이 스크린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

이번 특별전은 홍콩영화의 황금기로 불리는 1980년대, 자신의 신념대로 영화를 만든 독립영화 감독의 고집스러운 노력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그가 추구했던 탐미적인 세계를 오감으로 경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욘판 Yonpan

일찍이 영화가 주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도취된 욘판은 중국에서 태어나 홍콩을 거쳐 대만으로 이주, “꿈속을 헤매는 듯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십대 때 홍콩으로 돌아온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름을 욘판으로 바꾼 그는 홍콩의 거대 영화사 ‘쇼브라더스’에서 배우들을 촬영하는 사진작가로 일을 시작해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에 대한 열정을 키워간다. 다시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홍콩 주류영화계에 낯설기만 했던 프랑스의 감성적 예술영화를 수입해 그 공을 인정받아 프랑스로부터 작위까지 받는다. 이후 자연스럽게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그는 1984년 <소녀일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화세계를 펼쳐낸다.


**상영작 목록(제작 연도 순)

>> 상영작 리스트

소녀일기 A Certain Romance(1984)

학교를 벗어난 관계 맺기를 배우며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화해가는 성장영화로, 욘판의 초기 대표작이다. 마기와 릴리는 단짝 친구이다. 마기는 우연히 해변에서 만난 청년에게 핑크빛 감정을 느끼고 릴리는 혼자 살아온 아버지가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갖자 고민에 빠진다. 학교라는 안전한 온실을 벗어나 세상을 향한 모험의 첫발을 내딛는 소녀들의 이야기.

의란정미 Double Fixation(1987)

알프레드 히치코크에게 바치는 욘판의 헌사. <현기증>을 기본 틀로 삼고 <이창>과 <나는 결백하다> 등 1950년대 히치콕 영화의 요소들을 가져와 욘판 식의 멜로드라마로 완성한다. “비밀”이라 불리는 신비한 구슬을 둘러싸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의 팜므파탈(종초홍)과 “비밀”의 사진을 소유한 사진기자(장학우)의 모험과 로맨스를 그린다.

축복 Promising Miss Bowie(1990)

잃었던 사랑을 찾아가는 즐거운 모험담.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만족한 삶을 살던 미스 보위 앞에 20년 만에 갑자기 첫사랑이 나타난다. 설상가상으로 말썽만 피우는 조카가 삶에 끼어들고 몸은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과연 미스 보위는 이 시련을 딛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가족과 믿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랑스러운 멜로드라마이다..

신동거시대 In Between(1994)

세 편의 이야기를 통해 세 명의 감독이 전하는 이 시대의 사랑이야기. 여자친구를 사랑하지만 자유를 포기할 수 없는 남자, 사장 부인과의 불륜을 통해 사랑과 이별을 배우는 순진한 남자 그리고 하룻밤 열정으로 임신이 된 여자친구와 뒤늦게 우정을 키워가는 남자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같은 곳에 살지만 같이 살수 없는 현대사회의 관계를 달콤하게 풀어낸다.

미소년지련 Bishonen(1998)

우연한 만남과 운명적 헤어짐이 얽히는 비극적 사랑에 바치는 아름다운 연서. 진실한 사랑을 꿈꾸며 낯선 남자에게 몸을 파는 남자 제트는 우연히 스치듯이 만난 경찰 샘에게 첫눈에 끌린다. 둘은 곧 친구가 되고 가까워지지만 운명은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배우 임청아의 차분한 목소리가 음악처럼 흐르고 아름다운 배우들의 모습이 처연하게 화면을 수놓는다.

유원경몽 Peony Pavilion(2001)

욘판 감독의 탐미적인 영상감각의 절정을 경험할 수 있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오페라 드라마. 중국 전통 오페라 곤곡 배우인 추이의 공연을 보고 란은 한 눈에 빠져든다. 배우가 된 란은 추이와 함께 연인을 연기하며 가까워진다. 제목 “유원경몽”처럼 낙원을 거닐다 놀라 깨어나듯 아름다우면서도 우수에 찬 분위기가 일품이다. 아름다운 내레이션은 배우 임청아가 맡았다.

도색 Colour Blossoms(2004)

도색적인 욕망에 대한 아름다운 헌사. 부동산 중개업자인 메이리는 대저택을 처분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 저택에서 신비로운 분위기의 마담 우메키를 만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거부할 수 없는 육체의 욕망을 발견한다. 일본의 게이코 마추자카, 홍콩의 테레사 청 그리고 한국의 하리수가 주연을 맡아 몽환적인 성의 세계를 탐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