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박근혜 대항마로 김문수 급부상

중앙 정치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여야 양측 모두에서 대권주자 구도가 요동치는 형국이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분당신화를 일군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제치고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자리를 치고 나오면서 문-손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이는 여권 내 박근혜 전 대표 ‘대세론’에 대한 우려를 양산했다. 그런가하면 여당 대권잠룡의 일원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진정성을 논하며 대권도전을 포기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달 말 당복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세론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며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책적 연대를 선언했던 정몽준 전 대표는 범현대가에서 설립하는 나눔재단에 사재 2000억 원을 출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vs 反박근혜’ 구도로 볼 때 상황은 점차 박근혜 대항마로 거론되는 김문수 지사에게 유리하게 흐르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작 김 지사는 표면 상 도정 살피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황 관망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 차기 대선정국 중심에 선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문수·이재오·정몽준 삼각 편대 기대
오세훈 향후 거취 김문수 살리나 ‘변수’
총선 후 대세론 vs 역할론 빅매치 전망

◆박근혜 대세론과 김문수 역할론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만을 보더라도 차기 대선에서의 박근혜 대세론은 견고하다. 대다수 정치전문가들도 대세론에 대해 ‘현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세론을 누리다 한순간에 무너졌던 과거 주자들과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박근혜 대세론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장이 그것. 야권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 이사장 간 ‘양강구도’가 구축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여기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경선 흥행에 있어 주요인물로 꼽히는 상황이다. 여권 내 가시적인 경쟁자가 없는 박근혜 전 대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를 두고 김대진 정치컨설턴트는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와 야권의 양강구도가 불안한 30%와 역동적인 10%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친박 입장에서도 독주론은 부담스럽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후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후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잠룡인 정몽준 전 대표도 “박 전 대표가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이대로 가면 본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권 내 박 전대표의 대항마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여권 내에서 박근혜 다음으로 많이 듣는 이름이 김문수이고 그 다음은 오세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대권도전을 포기한 것을 감안하면 여권 내 ‘박근혜 대항마 김문수’론은 상당히 힘을 받는 상황이다.

◆이재오·정몽준 그리고 김문수
이명박 정부 2인자로 불렸던 이재호 특임장관의 한나라당 복귀설이 여권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7·4 전대로 인해 약화된 친이계의 세력결집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이도 있고 때가 되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장관 측에서도 파장을 의식한 듯 “백의종군이 아닌 토의종군”이라고 말할 정도로 조용한 복귀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 장관의 복귀를 바라보며 계파갈등의 심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 장관이 스스로를 킹이 되는 길을 택할 것이냐 아니면 또 다시 킹메이커가 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그가 또 다시 킹메이커로 나설 경우 김문수 지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해 특임장관 인사청문회 시에도 “김 지사가 대권후보로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뒷받침 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과 김 지사는 공통점이 많다. 학생운동가 출신에 1990년 김 지사 등과 함께 민중당 창당에 참여한 바 있다.
정몽준 전 대표의 행보도 예측 불허다. 최근 범현대가에서 설립하는 나눔재단에 사재 2000억 원을 출연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권행보를 위한 시동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정 전 대표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권과 관련해 정 전 대표는 지난 5월 경기도청을 찾아 김 지사와의 전략적 연대를 공식 발표 한 바 있다. 또 지난 달에는 김 지사와 단독 회동을 가지며 반포퓰리즘과 박근혜 견제 등에 뜻을 같이 했다.
김 지사와 정 전 대표는 대북과 안보론 등에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견해도 비슷하다.
정 전 대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어렵다고 한다. 12월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어렵다”는 등 김 지사의 총선 위기론 주장과 같은 발언을 이어왔다.
이재오 장관과 정몽준 전 대표, 그리고 김문수 지사. 이들을 보는 중앙 정치권의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 ‘이·정·김’ 3각 연대가 모색될 경우 누구보다 김 지사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오세훈 거취와 김문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대권도전을 포기하면서 김문수 지사의 역할론은 급부상했다.
오 시장은 김 지사와 함께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친이계 대항마로 거론돼 왔다. 때문에 대선 불출마 선언은 오 시장이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김 지사에게는 힘을 실어준 계기가 된 셈이다. 그러나 김 지사 측은 이와 관련해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차기 대권과 관련해 더욱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오 시장의 거취다.
친박계의 러브콜을 받고 대승적인 범여권 지원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친이계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가닥을 잡을 것이냐다. 정치권에서는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활을 건 주민투표 과정에서도 친박계 유승민 후보는 “일개 광역 단체장에 불과한 오 시장이 혼자 결정한 대로 당이 이끌려 깊은 수렁에 빠졌다”며 오 시장에 대한 각을 세웠다.
반면 김문수 지사는 “서울 시민들이 오 시장의 마음을 알아 줬으면 한다”며 심적 응원에 나섰다. 김 지사와 연대에 나선 정몽준 전 대표도 “국가재정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써야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모두 나눠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오 시장을 두둔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지사는 최근 도정에 충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취임 1주년과 맞물려 춘향전 비하 발언 파문과 측근들의 잇따른 물의 등 수난시대가 있은 후부터다.
장마철 폭우 피해 최소화를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1일 택시기사 체험을 통해 민생 돌보기 끊을 놓지 않고 있다. 또 지난 19일에는 국비확보를 위해 이례적으로 중앙부처를 방문해 국비 지원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는 등 도정 챙기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앞서 김 지사는 “‘때’가 오면 역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의 대선정국이 김 지사가 밝힌 그 ‘때’를 얼마만큼 앞당길지 관심이 모아진다.